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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룬 게 없는 22살 어중이떠중이의 삶

쓰니 |2022.08.17 01:28
조회 32,802 |추천 54
고등학교 때 우울증이 왔었어요. 학교 생활이나 내가 되고 싶거나 배우고 싶은 전공도 없어서 중학교처럼 아무렇게 흘려보냈던 것 같아요. 되고 싶었던 건 있지만 재능이 없었고 공부도 잘하지 못했어요. 친구와는 크게 다투다 헤어지고, 다시 친해지고,
여학생 그룹 특유의 그런 생활이 너무너무 싫었어요. 누구를 한 명 적으로 몰아놓으면 남은 아이들은 우정으로 똘똘 뭉친다는 것.
그게 싫었어요. 그리고 전 죄책감과 성격 탓에 항상 공공의 적이 되었던 것 같아요. 자처해서든 아니든..
고1때 폐인처럼 지내서 엄마랑 다투고, 다니던 정신과는 좋지 못했어요. 나중에 알았는데 상담 대충 15분 채 안 들어주고 약만 주는 그런 병원이 참 많더라고 하더라고요.
학교를 자퇴하고 싶다고 했었어요. 너무 힘들다고. 나 가기 싫다고. 엄마는 당연히 반대하셨어요. 꿈도 목표도 없는데 안 된다. 중졸로 남고 싶냐. 학교라도 가라. 전문대라도 가라. 그러시면서.. 그때 좀 더 얘기했더라면..
시간이 흘러서 스무살이 됐고, 한 전문대에 입학했어요.
그런데 수업이 너무 별로인 거에요. 학교라기 보단 학원 같았어요. "대학"이라는 느낌보단 중고등학교 수준에 가까운 그런 수업이었습니다.
너무 후회가 들어서 전과나 자퇴 둘 중 하고 싶다고 했는데,
돌아오는 건 반대였습니다. 언니는 울면서 얘기했어요.
난 간호학과 힘들어도 끝까지 하는데 넌 왜 못 버티냐.
코로나여서 훨씬 자괴감이 심했어요. 고등학교 때 그토록 바라던 재택수업을 대학교에서 들으니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그래도 어찌저찌 졸업을 마쳤습니다..

졸업을 마치고 알바를 해보고 싶어서 신청했어요.
처음 하게 된 곳은 편의점이었는데, 전 제가 일머리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이렇게나 딸렸구나를 체감했습니다.
손이 느린 건 기본이고, 몸은 그대로 굳어버리고, 땀 뻘뻘 흘리고, 포스기 사용은 능숙하지 못해 컨플레인 받고, 결국 계산 실수를 해ㄷ 3주만에 잘렸습니다. 그 후로 쭉 서빙이나 가벼운 업무 같은 것도 손이 느려서 짤렸어요. 알바만 열번 넘게 잘린 것 같아요.
결국 물류센터가서 바코드 찍고, 전단지 돌리고, 공장가서 부품 검사한 돈으로 백만원 모으면서 학습만화 공모전도 나갔지만 이것도 떨어졌어요. 국비지원 전산회계1급 세무2급 신청해서 다음주에 들으러 가요. 잘 할진 모르겠지만.. 컴활 땄어요. 필기까지만.
아무튼 다시 상담소로 돌아가서... 전부 얘기했어요.
힘들다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도 힘들다고. 이룬 게 없다고. 한심하다고. 전 제가 우울증도 완치는 안 되서(정확히는 괜찮은 척 하고 병원을 거부) ADHD아니냐는 말도 했었네요.
뇌는 아주 정상이래요. 솔직히 비정상이었으면..합니다. 또라이도 아닌데 자꾸 또라이처럼 구니까 더 눈물 나와요.
근데 생각이, 부정적인 생각이 아주 많대요. 감성적이래요.
뇌파 검사를 받았고 30이 정상인데 50까지 찍어버려서 겨우 내렸다고 선생님이 얘기하셨어요. 또 커뮤니케이션 훈련도 진행해주실 거래요. 많이 연습해야 할 것 같다고.. 3개월만 버티면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대요.
다른 사람들은 평범하게 친구도 잘 만나고, 웃고, 알바 같은건 척척 하며 지내는데 저는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어서...
단순하게, 공부와 그림의 병행. 이렇게 생각하며 살아야 하는데
자꾸 불안해요. 저절로 눈물이 나와요 지금도..
비용 문제도요. 상담소에 40만원만 썼을 뿐인데, 통장에는 딱 40만원이 남았어요. 할 수 있는 알바도 없는데, 공장가면 공부랑 병행하기 힘든데...전단지는 배우는 게 없고...
너무너무 스스로가 한심합니다. 엄마한테 비용을 부탁하려니 입이 안 떨어지고 엄마가 언니한테 말할까봐 걱정돼요.
둘이서 절 안쓰러운 눈빛으로 볼 것 같아요. 나 정상인인데..
23살 1월~3월안에 취업해서 3년이나 2년 정도 직장 생활 하며 그림 그리다 본격적으로 꿈 잡는 게 취미에요. 회계사무소는 야근이 아주 심한 달 빼면 칼퇴리고 들었어요.
25~27에 시작하는 건 남들보다 3,4년 늦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결혼은 안할 거라...
제가.. 잘 할 수 있을까요
일단 너무 힘들어서 상담소는 계속 다니고 싶은데 엄마한테 비용 보태달라고 할까요 나중에 알바나 취업할 여건이 갖추면 바로 갚겠다고요.
추천수54
반대수14
베플에고|2022.08.18 14:46
22살이면 이룬 게 없어야 정상입니다.
베플ㅇㅇ|2022.08.18 17:35
본문 안보고 제목만 보고 댓 단다.. 22살에 뭘 이뤄야 하니?? 나 원참;; 수명이 30살이 끝인가?
베플ㅇㅇ|2022.08.18 13:50
22살에 무언가 이룬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방황하고 처절한 고민을 할 시기입니다. 그렇지 못한 많은 사람들 보다 님은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에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원하면 동호회 활동을 해보세요. 단체 스포츠 쪽이 좋겠네요. 그러다 기회가 된다면 총무 같은 일을 해보세요.. 그러면 배우는 것이 많을꺼에요 치열한 자기 파괴를 통해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니 심한 자괴감에 빠지지 마세요
베플ㅇㅇ|2022.08.18 16:12
나도 느려 뭐든지... 습득도 느리고 눈치도 없었어 근데 그렇게 눈칫밥 먹고 견디다보니 어느새 진득히 일 열심히 하는애가 되어 있더라 답답하겠지만 느리더라도 자꾸 부딪혀봐 굳은살 박히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을거야 느린건 개인의 성향일뿐 비정상은 아니야 근데 그거 알아? 모두들 같은 고민을 하고 살고 있다는걸 너무 자책하지마 다시 편의점 알바부터 시작해봐 지난번에 실수한거 있으니깐 다시 시작하면 좀 나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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