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윤서야."
혁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윤서를 꼭 안아주었다. 윤서는 혁주의 품 안에서도 한참동안 눈물을 흘렀다.
"미안해. 윤서야. 널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어. 내 앞에 현실이 널 힘들게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널 잡으면 안 될것 같았어. 미안하다."
"엉.. 엉..."
"윤서야.~~"
둘은 그렇게 한참을 안고 있었다.
윤서를 안고 있던 혁주가 윤서를 쳐다보더니 윤서쪽으로 얼굴을 향했다. 그제서야 윤서는 혁주가 자신에게 키스를 하려고 한다는 걸 눈치챘다.
'어떡해 하지?'
윤서는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것처럼 살며시 눈을 감았다. 곧 혁주의 입술이 윤서의 입술에 다았고 윤서는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자신과 하나가 된 혁주를 느끼고 있었다.
'아, 이런게 키스라고 하는거구나.' 그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느낌.. 지금까지 윤서가 느껴보지 못 한 그 감정을 윤서는 느끼고 있었다. 잠시 후 혁주가 윤서의 얼굴에서 떨어지자 윤서는 자신의 두 볼이 빨갛게 상기되어 있는 걸 느꼈다. 쑥스럽고 이 알 수 없는 기분. 하지만 윤서의 입가에 번지는 미소는 어쩔 수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아무 말도 없이.
"아저씨, 내가 많이 좋아해도 되죠?" 먼저 말을 건넨건 윤서였다.
혁주는 대답 대신 미소를 지으면서 윤서를 안아주었다. 누군가의 품에 안긴다는게 이렇게 포근하고 따뜻한지 유년의 시절을 보낸 이후 처음 느껴보는 따스함이었다.
원주로 돌아온 윤서는 언니에게 혁주를 좋아하고 있고 혁주와 같이 가고 싶은 길이 있다고 얘기했다. 처음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펄쩍 뛰던 언니는 혁주 없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윤서의 말에 혁주를 한 번 만나 보겠다고 했다. 윤서가 부산을 다녀온 그 다음 주말 혁주는 원주에 와서 언니를 만났다. 처음엔 언니보다 4살이나 많은 혁주를 불편해 하던 언니는 술을 한 잔 하면서 혁주와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조금씩 친해져 갔다.
그 다음 주말엔 윤서가 혁주의 아버님을 만나러 부산행 열차를 탔고 혁주의 아버님은 윤서를 무척이나 예뻐해 주셨다. 자신은 신경쓰지 말라고 둘이 행복하게 살면 된다고 말씀하시는 모습에 윤서는 가슴이 찡해옴을 느꼈다.
윤서와 혁주는 갑자기 급해졌다. 산 너머 산이라고 했던가 윤서에게 넘을 산이 또 하나 있었다. 고등학교 때 갑자기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해서 아버지같고 어렵기만 한 오빠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사실 오빠도 일찍 결혼을 했기 때문에 윤서의 결혼엔 크게 반대를 할 이유가 없지만 아직 결혼을 안 한 언니가 있기 때문에 쉽게 허락을 내릴 것 같지 않았다. 걱정하는 윤서에게 언니는 자기만 믿으라고 했다. 언니와 오빠 사이에 무슨 얘기가 오고 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빠가 혁주를 만나겠다고 데리고 한 번 찾아오라고 했다. 둘은 오빠가 사는 안양으로 갔고 오빠와 혁주는 밤새 술잔을 기울이면서 많이도 친해진것 같았다.
부산에서의 첫 키스 이후 윤서와 혁주의 스키십은 그 진도(?)가 무척이나 빨리 나가고 있었다. 결혼날을 잡은 3월에는 윤서가 부산으로 내려가 혁주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신혼 때는 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혁주의 아버님은 집 가까이에 집을 얻어 주셨다. 윤서는 그런 혁주의 아버님의 마음씀에 고마움을 느끼면서 좋은 며느리가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신혼 살림이 하나 둘씩 들어오고 혁주의 짐들이 하나씩 옮겨지던 어느 날이었다. 윤서는 혁주의 짐들을 정리하다 앨범을 발견하였다.
"아저씨, 아니지. 혁주씨 나 앨범 좀 봐도 될까요?"
"그래. 그거 나 어릴 때 사진인데.. 우리 같이 볼까?"
둘은 배를 깔고 누워서 앨범을 한 장씩 넘기면서 옛 추억들을 하나씩 들추어 내고 있었다.
"어, 이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