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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네 생일이네



감정은 소모성이라던데
아무리 소모하려 애 써도 소모되지 않아서 슬펐다
알고 보니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옅어지는 것 이었다

네가 남긴 얼룩을 지우려고
무던히 계속 문질렀더니
계속해서 번졌고 계속해서 흐려졌다
흐려지는 기억이 싫어서
문지르지 않으려 했더니 번져버린 얼룩만 보였고
그걸 보고 있자니
맨 처음 바라봤던 그 날이 생각났다

흐려지는 걸 바라보고 있자니 네가 흐려지는 것이 싫어서 흐려지지 않았음 해서
네가 없는 그 수많은 날들을
붙잡고 수도 없이 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란 사람은 희미해졌고,
더 더욱 그리 되었다

너는 나에게 있어 아직도 희미해진 얼룩이다
희미해졌지만, 결코 지워질 수 없는 그런


네가 너무 보고 싶은데 막상 보면 무슨 말을 할까
우리가 할 말이란 게 더 남아있긴 할까
사랑한단 말을 수도 없이 하고 싶었는데
이 마음이 이제 사랑이 맞을까

내가 가을 탄다고 말했던 가을 날
갑자기 문득 같이 쓰던 베게가 보였어
그 좁은 베게 하나를 같이 쓰겠다고
같이 누워서 코를 스치던
내 장난에 웃던 네가, 우리가,
이젠 지나버린 일이더라

내일은 네 생일인데
축하한단 말 한마디도 어려운 사이가 되어버렸네
말해주고 싶어 생일 축하한다고,
네가 좋아하던 마카롱도 사주고 싶어
네가 부리던 투정 받아주면서 안아주고 싶어
내가 없어도 네가 행복하면 그걸로 된 거겠지
행복한 서른 살 보내

생일 축하해


추천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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