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올해 결혼 6년차에 접어든 30대 중반 남성입니다.
다름 아니라 고부갈등으로 인한 남편으로서, 아들로서의 역할에 대해 조언을 구하고자 합니다.
저는 20대에 친형제를 사고로 잃고
그 충격에 부모님께서도 몸져 누우시고,
저 역시 심신이 많이 망가진 상태였습니다.
그러던 와중 지금의 아내와 연애를 하게 되면서,
아내의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 저를 리드해주는 모습 등을 멋지다고 생각했고
아내와 함께있는 순간들만큼은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나는 느낌을 받고 저 역시 아내를 많이 사랑하고 고마워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1년 반 정도를 연애하고, 저희는 서로 결혼을 약속하며 본격적인 결혼 준비를 하게 되었는데요.
이때 부터 제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 안맞는 지점들이 조금씩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어머니는 제가 아주 어렸을 때 부터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계셨고, 자살시도나 자살충동 같은것들을 가족들에게 많이 표출하셨습니다. 그만큼 삶 자체가 많이 부정적이신 분이십니다.
아버지는 그러한 어머니를 이렇다 저렇다 챙겨주기보다는 방치하는 편이었고,
저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내가 나중에 결혼을 하면, 나는 무조건 아내의 편이 되어주어야 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처음 아내를 어머니에게 인사시켰을 때에는,
아내 역시 저희 집안의 아픔을 다 알고있었기에,
나름대로 부모님에게 힘이되는 며느리가 되고 싶어했었습니다. 선물도 많이 사가지고 갔고요.
당연히 어머니는 아내를 마음에 들어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그때부터 아내에게 수시로 전화를 하며 자신의 아픔에 대해 이야기를 하시고, 위로를 구하셨습니다. 아내도 직장생활을 하는데 말이죠.
아내는 단호할땐 단호한 성격이라,
이런 어머니를 감당하지 못할것이라고 판단,
어머니의 위로 요구에 거절 의사를 표했고,
그때부터 결혼하기도 전에 둘의 갈등이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와 같은 불우한 가정을 겪은 사람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것도 압니다.
그래서 둘의 갈등이 시작되었을 때, 저는 사실 아내를 놓아주고 '결혼같은 것은 나에게 사치다'라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아내도 저를 놓치고싶지 않았는지,
'당신만 보고 결혼하겠다'는 마음을 확고히 하여
결국 무사히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혼 이후에도 가족 간의 자잘자잘한 왕래에 있어 아내는 특히 본가에 가는 것을 상당히 불편해 했고,
결혼 1년차 두 번째 명절 즈음에,
결국 두 사람은 또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간단하게만 설명드리면,
아내의 입장은
"항상 어머님은 부정적인 얘기만 하시고, 눈물만 흘리시고, 같이 있다보면 나도 우울증에 전염될 것 같다."였고,
어머니의 입장은
"내가 시집살이를 시키거나 고압적으로 나간것도 아닌데, 시어머니한테 너무하다. 너무 되바라졌다"였습니다.
그 후로 둘의 직접적인 왕래는 없었고,
명절이나 부모님 생신 등의 이벤트가 생길때 마다 저는 혼자 본가에 다녀왔습니다.
그러다 올해 아이를 출산하게 되었는데요.
이제는 저희 부모님이 손주를 너무 보고싶어하십니다.
저도 아내를 끈질기게 설득한 결과,
한 번은 제가 혼자 운전하여 아이를 카시트에 태우고(1시간 이내 거리) 본가에 다녀온 것 1회,
아내가 약속으로 집을 비울 때 부모님이 저희 집에 오신것 1회
아이가 6개월 자라는 동안 2번 정도 보여드렸습니다.
영상통화나 사진전송은 일주일에 1~2회정도 하는데,
아내는 그것도 제게 뭐라고 하는 입장입니다.
"사진을 보내면, 그 다음은 영상을 요구할 것이고, 그 다음은 영통을 요구할 것이고, 그 다음은 대면을 원할 것이다."
라는게 아내의 예측이었고,
사실 그것도 어느정도 맞긴 했습니다.
지금은 저희 부모님이 한 동안 손주를 보지 못해 많이 힘들어 하시고요.
이런 상황에 대해 일단 제 입장은 그동안 이래왔습니다.
1. 어렸을 때 저희 부모님 싸움과 어머님 우울증, 그리고 형제의 죽음의 원인은 고부갈등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적극적으로 어머님 편이 되지 않고 할머님 편에 섰던 아버님이 그것에 더욱 불씨를 붙였다고 생각합니다.
-> 따라서 저는 고부간의 갈등상황 발생 시 무조건 아내의 편이 되어주리라 다짐했습니다.
2. 하지만 무턱대고 부모님을 무시하지는 않습니다. 부모님 앞이나 통화 상에서는 부모님 말씀을 충분히 들어드리고 위로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아내욕을 같이 하지는 않습니다.
3. 아내 앞에서는 아내의 편이 무조건 되고, 함께 부모님을 비판합니다.
-> 그런데 아내 주변분들 중 비슷한 상황에 처한 분들 상황을 들어보니, 대부분 아내쪽이 시댁을 상당히 싫어하고 가급적 만나고싶지 않아하는 분위기가 대다수였고, 아이를 보고싶어 하는 시부모님에게는 '백일해 안맞았으면 오지 마시라', '아이가 아파서 보여드리기 그렇다'는 식으로 대처하는 아내들이 많았습니다.
-> 이것이 최근 젊은 부모님들의 트렌드인지 의문입니다.
4. 아내는 이혼 및 재혼가정을 거친 사람입니다. 그래서 저는 처가가 2개인데, 저의 경우에는 양쪽에 자주 연락드리고 교류하며, 양쪽을 직접 방문하는것도 기꺼이 기쁜마음으로 동행하고 있습니다.
*저의 바램
저는 언제라도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아이도 본가 처가 모두 교류하며 화목한 가정이 되기를 바랍니다. 처음에는 아내가 제 어머니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정말 사이좋게 지냈으면 했지만 그것은 아내에 대한 저의 욕심이자 희생강요라는것도 알기에, 그 부분은 현재 바라고 있진 않습니다.
제가 너무 두서 없이 글을 쓴것 같은데. 조언구할 부분은 결국 "현 상황에서 제가 남편으로서, 아내로서, 그리고 아이의 아버지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입니다.
저는 저희 부모님처럼 부부가 항상 갈등하는 모습을 제 아이에게 절대 보여주고싶지 않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하고 화목한 가정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이혼도 고려해보았습니다만, 그 후 벌어질 양육의 문제에 대해서는 정말 용기가 없네요.. 이혼 제안은 최대한 사양코자 합니다 ㅜ
지금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