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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어떻게 지내야 하는 걸까요...

쓰니 |2022.11.03 19:43
조회 3,909 |추천 3
안녕하세요. 이곳에 처음으로 글을 써봅니다.
제게는 세상의 소통창구가 필요하고, 객관적인 시선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소 두서없고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늘어놓게 될 것 같습니다만, 부디 읽어주시길 바랄게요.


저는 현재 20대 중반의 사회인이고, 제가 늦둥이로 태어나 아버지는 환갑을 넘기신 60대 초반이십니다. 제 위로는 언니가 한 명 있지만 같이 지내지는 않고요.
어머니는 제가 초등학생 때 암으로 투병 생활을 하시다가 열다섯 무렵에 돌아가셨습니다.
저희 집은... 그림에 그린 가족은 아니지만 불행한 가족도 아니었어요.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어린 시절의 아버지는 가끔 약주를 심하게 하셨고, 어머니와 싸우시면 언성을 높이시거나 리모콘, 선풍기, 방문고리 등 집기를 부수시기도 하셨지만... 그래도 저희를 때리 적은 없으세요. 저도 어머니도 많이 울었지만... 그래도 괜찮았어요.
어머니께서 투병생활을 하시는 동안에는 아버지께서 간병하시느라 제가 홀로 있는 시간이 길었어요. 당시의 언니는 가출해서 집에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 혼자 지냈죠. 본래도 소극적이었던 데다가 제게 어머니는 정말로... 정말로 특별했기 때문에 어머니가 아프시고 부터 더 많이 힘들어 했었어요. 학교에서 왕따도 당했고, 우울증으로 정신과도 다녔고요. 지금와 돌이켜보면 그때부터 정신이 성숙해지는 시기가 늦어지지 않았나 생각도 조금은 해봅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무렵이 중3 때였는데, 그 이후로 아버지께선 술만 드셨어요. 사실 그 무렵의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만, 집에 안들어오셨던 걸로 기억해요. 가끔 오셔서 용돈을 주시고, 다시 나가셨다가, 술에 가득 취해서 들어오셨죠. 저는 아버지가 술을 드시는게 정말 싫었어요. 어머니께서 너뮤 힘들어 하셨으니까요. 그 탓에 아버지가 취해서 들어오시면 울고, 싸우고, 또 가끔은 달래도 보며 금주를 권해드리곤 했어요. 하지만 아버지는 도무지 술을 끊지 못하셨고요. 많이 힘들었어요. 의지할 곳이 없어서 너무나도 힘들었어요...
그래도 성인이 되었고, 대학 진학 대신 취직을 해서 일을 하며 돈을 모았지만... 그런 중에도 아버지께선 술을 놓지 못하셨어요. 취해서 들어오시고, 저는 싸우고... 가끔은 머리 끝까지 화가 나서 바락바락 싸웠고, 그때마다 아버지도 같이 반발하시고, 한참 지난 뒤엔 좋게 달래보고, 그럼 한동안 괜찮은 듯 하다가 또 술에 취해 오시고... 그러길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다 부질 없으니, 그냥 놔두자고.
아버지껜 애인이 있으세요. 제가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1년이 조금 안되었을 무렵이고요. 당시의 전 너무 충격을 받았고, 제게는 어머니 외의 여성은 있을 수 없기에 극렬히 거부했죠. 재혼하신ㄴ 건 아니지만, 아버지가 자꾸만 제게 아주머니에 대한 호감을 심어주려는게 보였거든요. 딸이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 지도 모르면서 아주머니가 너 생각해서 만든 거라며 반찬을 싸오시는데... 어머니의 자리가 위협받는 다는 생각과 함께 격한 반발심이 들었죠. 그 부분과 관련해서도 여러차례 큰 소리가 오고 갔고요.

위와 같은 일이 반복 되다가, 스물 두 살 무렵에 아버지께서 빚을 지신 걸 알았습니다. 도박을 하셨다고... 그런데 집 담보 대출 외에도 사적인 빚도 지셔서 그걸 담보대출로 받아 갚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어이가 없었어요. 저희는 이미 어머니와 지내던 집을 팔아 작은 집으로 옮겨 왔는데, 그것마저 날려먹을 판이니까요. 그런데 집 융자를 낄려면 자식들 동의가 필요하다고 해서... 결국 언니와 제가 융자 추가 대출에 서명을 했었습니다. 부모가 되어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요. 그 일이 계기가 되셨는지 아버지는 새로 일을 구하셨고, 지방을 돌아야 해서 저는 다시 혼자 지내게 되었지만... 그래도 괜찮아 지신 줄 알았어요. 그럴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술에 취하십니다. 만취하신 날엔 창문을 깨셨고, 핸드폰을 잃어버리시고, 얼마 전에는 제가 대화를 거부하고 방문을 잠갔더니 문고리를 부수셨습니다. 제가 바락바락 화를 내며 싸웠던 건 맞아요. 그동안 아버지의 취한 모습이 너무나도 싫어서, 나 좀 봐달라는 말 대신에 분노와 울분을 터드려 상처를 드렀던 것도 맞아요. 그래서 잘 해보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저러실 때 마다 스스로를 다독인 것이 무색하게도 감정의 둑이 무너져내립니다. 지방에서 일하다 서울에 올라오셔도 저보다는 술을 찾으시고, 아주머니를 찾으십니다. 집에 돌아오시는 날은 술에 가득 취해 아주머니에게 거절당한 날이세요... 서울 갈 때 연락 하겠다, 쉬는 날 생기면 연락 하겠다 하시고선 언제나 저는 찾지 않으십니다.

지금 이렇게 긴 이야기를 포함하여 글을 쓰는 이유는, 최근 아버지의 언행에 이상한 점을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술에 취해 카드와 핸드폰를 잃어버리고 집에 오신 날 이후, 카드 정지와 분실 신고를 여러번 제의하고 언급드렸으나 아버지께선 귀찮다, 나중에 하겠다며 미루고 미루셔서 결국 제가 처리하도 나중에야 겨우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나름 식사를 차려 드시던 분이었으나 근래엔 컵라면만 드시며, 커피 포트 뚜껑이 안열리다고 하시거나, 콘센트 스위치를 켜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시는 등의 행동을 보이세요. 치매로 의심되는 상황에 병원 방문을 말씀드렸으나 항상 나중에, 나중에라며 씻지도 않고 잠만 주무십니다. 그러는 중에도 흡연하러 외출하시는가 싶다가 그 사이에 술을 드시고 오시기도 하시고요. 최근에는... 개통된 폰에 설정을 봐드리다가 아버지께서 제2금융권을 통해 몰래 주택 담보대출을 받으셨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어이가 없었고, 화가 났지만 그래도 참았어요. 잘 참고, 아버지께 넌지시 알려달라고 말씀드렸지만 아버지는 언제나 그렇듯 제게 답을 주지 않으세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버지께 기대하고, 잘 해보려고 해도 돌아오는 게 언제나 실망 뿐이니 대화를 하는 게 두렵습니다. 말을 붙여도 설움부터 터져요. 이제 스물과 서른의 중간에 섰으니 슬슬 어른이 되어도 좋겠건만... 아직도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기가 어렵습니다. 컵라면만 드시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다가도, 식사를 차려드려봤자 아버지는 절 봐주시지도, 제게 뭔가를 말해주시지도, 그토록 울고불고 매달리고 협박까지 했던 간청을 들어주시지도 않을 거라는 생각에... 그냥 방에서 기척을 죽인 채 누워버립니다. 아버지를 버리거나 포기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한편으론 외면하고 싶은 걸지도 몰라요.
제가 나쁜 딸인걸까요? 외로웠다는 이유로, 정신이 미성숙하게 자랐다는 이유로 이런 고민을 하고 생각을 하며 방문을 열지 않는 제가... 아버지와 어떻게 지내야 하죠?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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