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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하기도 하고 간절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마음에 글을 썼었는데 일주일이 지나서
들어와보니 많은 분들이 좋은 마음으로 댓글을 남겨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우선 동생은 병원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우울하다는 걸 알지만 댓글에 남겨 주신 것처럼 병원에 가면 나는 우울한 사람이라는 걸 낙인받는 거 같아 가기가 겁이 난다고 해서 시작하기까지가 오래 걸렸지만
결과적으로 억지로 가지 않고 스스로 가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제는 동생이 영어공부가 하고 싶다고 해서 강의도 끊어 주고
엊그제는 옷을 골라봤는데 뭐가 예쁘냐고 해서 같이 골라주기도 했습니다.
내년 설명절에는 둘이서만 여행도 가기로 했습니다.
저는 스스로 동생이 빠른 시일 내 괜찮아지는 걸 바라지 않기로 다짐했습니다.
시간이 좀 걸려도 동생이 괜찮아질 수 있는 출발선에 잘 도착할 때 까지도와주고 기다려주기로 다짐했습니다.
댓글을 읽다 보니 아무도 내가 우울증인 걸 안믿어준다는 말씀이 마음이 아픈데요.
얼굴도 이름도 아무것도 모르지만 당신을 믿습니다.
다가오는 내일에도 평범한 당신의 하루가 자리 잡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아울러 남겨주신 걱정어린 조언들 마음에 새겨 이 힘든 시간을 이겨내보겠습니다.
추운 날씨 건강유의하시고 항상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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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부터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였습니다.
감수성이 흘러 넘친 탓인지
동생에게 우울증이 찾아왔네요.
호들갑 떨지는 않았습니다.
어제는 꼭 죽을 수 있을 거 같았다면서
막상 죽으려니 무서웠다고 웃으면서 말하는 동생을 보며
저도 같이 웃어줬습니다. 세상 참 죽는 것도 쉽지 않다고
힘들면 회사 그만두고 쉬어도 좋은 방법이다라고 말했지만
열심히 노력해 이뤄낸 걸 놓는다는 것 역시 쉽지 않고
말 그대로 마음 놓고 쉬는 것 역시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더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날은 동료들과 몸보신한다고 장어를 먹으러 가는 날이었습니다. 혼자 먹는 것이 미안해 맛있는 거 먹으라며 용돈을 보내줬네요.
뭘 먹었는지 물어보지 않았지만 뭘 먹었든 정말 맛있었길 바래봅니다.
바람과 공기가 차가워지고 입김이 나는 걸 보아 하니
어김 없이 겨울이 돌아왔네요.
시린 바람에 손과 귀가 얼어 나가기가 망설여지는 요즘,
따뜻했던 봄에도
녹아내릴듯 더운 여름에도
선선했던 가을에도
동생은 늘 시린 겨울에 있었던 걸 몰랐던 거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서 동생이 꼭 다시 알았으면 합니다.
길가에 파는 붕어빵을 끌어안을 때 오는 따뜻함같은 것
쌓인 눈 위로 찍힌 발자국이 괜히 행복한 것
겨울에 먹는 포장마차 어묵이 최고인 것
조그만 행복이 쌓여 시간이 흐리면
언젠가 다시 사계절에 도착하지 않을까요?
잊고 있던 행복을 열심히 알려줘야겠습니다.
더불어 우울증에 관해 조언해주실 말씀들이 있으시다면 꼭 댓글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올 한해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항상 행복하시고
다가오는 새해에는 올해보다 더 많이 사랑하시고 사랑 받는 한해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