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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부여가 될 말 좀 적어주세요.

쓰니 |2022.12.21 05:54
조회 3,250 |추천 13
이렇게 많은 분들이 봐주실 줄은 몰랐어요. 솔직히 넋두리에 가깝기도 하고 그간 있었던 일들을 적어내린 게 너무너무 우울한 글이라 지우려고 다시 들어왔습니다. 이 이야기를 여기에 남기고 싶지 않아서요.

새벽에 울면서 적은 글이라 두서없기도 하고 흑역사라고 이불을 찰까 싶어 지우려고 로그인하고 왔는데 다들 따뜻한 위로를 해주셔서 놀랐습니다.

적어주신 댓글은 하나하나 천천히 시간을 들여 읽었어요. 일면식없는 분들께 이렇게 따뜻한 말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오히려 저를 잘 모르는 분들이기 때문에 따끔한 말을 해주실 거라고 생각하고 댓글창을 열었는데 펑펑 울었습니다.

쓴 말보다는 위로가 필요했던 것 같다는 말도 봤어요. 정말 그 말이 맞았던 것 같아요. 덕분에 용기를 얻어가게 되었으니까요. 모르는 사람들에게 쓴 말을 듣고도 뭔가 해내지 않으면 나는 진짜 쓸모없는 사람이 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괜찮은 것 같아요.

그래서 이 글은 남겨두려고 해요. 어쩌면 저 말고도 위로를 얻어갈 사람들이 있을 것도 같고, 무엇보다 제가 다시 울면서 이런 글을 적을 생각을 한다면 여기에 들어와서 댓글을 다시 읽어보려고요. 그러면 다시 용기가 생길 것 같아요.

다시 들어와 이 글을 봐주실 분은 몇 분이나 계실지 모르지만, 저도 여러분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살아서 계속 응원할게요. 날도 추운데 감기들지 않았으면, 빙판길에 넘어져 크게 다치지 않았으면, 행복했으면 하고 언제나 생각하고 살게요.

다시 한번 정말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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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살 현직백수 예비대학생입니다.

어떻게 말을 적어내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누군가에게 따끔한 말을 들어야 할 것 같아서 네이트판 하지도 않는데도 가입해서 이 글을 적고 있습니다. 여기만큼 따끔한 말을 해줄 곳이 없는 것 같아서요.

꽤 우울한 얘기가 될 테니 읽지 않고 지금이라도 뒤로 가기 누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현직백수라는 말은 정말... 아무런 알바도 하지 않고 있고 집에서 누워만 지내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게으른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생활하게 되었냐고 묻는다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1년, 4년, 또 2개월. 이렇게 각각 성추행을 당하고 살았습니다. 전부 아는 사람, 가까운 사람에게 당한 일이었어요. 1년과 4년은 연이어 각각 다른 사람에게 당했었습니다. 그 때문에 중학교 3학년 겨울, 심한 우울증과 트라우마에 시달리다가 죽으려고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나름 괜찮아졌어요.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약을 먹으며 치료를 받았고 크게 호전되어 더 이상 오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후로는 집안 사정이 좋지 못해 대학을 가면 집이 힘들어질까봐 대학을 포기하고 취업을 준비했습니다. 19살에 다들 수능을 준비하고 대학 준비할 때 저는 일을 하러 실습생으로 나갔어요. 어려운 일도 아니었는데 일을 너무 못한다고 상사한테 혼나면서도 잘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며 따로 공부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도 그랬고, 중소기업이다보니 제게 들어오는 일도 너무 많았습니다. 법적으로 정해진 일일 실습 시간도 1시간씩 넘겨서 일주일에 서너번씩 일해야 겨우 일을 마칠 수 있었던 경우도 허다했어요. 실습 기간이었던 3개월 중 2개월 이상을 위염과 우울증, 공황 같은 것도 약 먹으면서 버텼는데 회사에서 저를 원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실습기간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쭉 우울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제 상태를 보다 못한 엄마가 집에서 내쫓아내듯 친척들의 집에 보냈습니다. 친척 집에 살며 그 사람들의 일을 도와봤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서 그런지 일에 적응하고 나니 큰 무기력감과 우울감이 들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 없다는 걸 몇 번이고 되뇌이곤 했지만 안 됐습니다.

앞서 적은 성추행을 당했다고 적었던 2개월은 올해 친척 집에서 일하며 있었던 일인데 또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어요. 바보같이 괜찮다고 믿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저를 사랑하기에 하는 행동임을 알았기 때문이었기도 했어요. 그런데 괜찮지 않았습니다. 어릴 때 겪었던 패턴과 같았고 싫다는 말도 묵살당하자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어요. 그래서 괜찮다고 믿어보고 참았는데 괜찮지 않았습니다. 버티디 못해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8월 하순입니다.

또 누워지내다가 다른 친척집에 눌러 살며 일을 도왔어요. 그런데 여기서도 또 무기력감과 심한 우울로 집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정신과 약도 못 먹게 하길래 이악물고 버텨내주마 생각하며 2달 정도를 버텼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또 같았네요.

저는 그렇게 올해 1년을 날렸습니다.

아무것도 한 게 없어요. 제가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는 사람같습니다. 뭘하든 전부 안 됐어요. 그래서 11월에 집에 돌아온 이후로 침대에 누워만 지냅니다.

주변에서는 너네 엄마가 힘드니까 제가 뭔가 알바라도 하면서, 취업을 해서 엄마를 도우라는 식입니다. 당연한 말인데... 20살 먹은 성인이라면 마땅히 해야하는 일이고 그렇게 사회인이 되어야 하는 게 맞는데 이제는 씻는 것 조차 힘듭니다.

상담 치료를 받고 있지만 저는 결국 우울증을 방패삼아서 제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상담을 받아도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언제 괜찮아지냐고. 언제 상담 끊을 거냐고. 언제 일할 거냐고. 언제 과거에서 벗어날 거냐고. 언제 약을 끊을 거냐고.

그런 말만 잔뜩 듣고 있으니까 정말 제가 너무 귀찮아서. 할 수 있는데 하지 않고 무기력하다는 핑계를 대고 침대에 누워만 지내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제가 너무너무 한심하게 느껴져 뭐라도 해야지 싶어서 알바구인 앱을 켜서 알바자리를 알아보는데 이것도 저것도 다 실패할 것 같습니다. 자꾸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고, 또 실패할 거라고. 그런 생각이 듭니다. 엄마는 저한테 실패도 경험이며, 언젠가 성공할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그 실패 한 번에 완전히 무너질 것 같습니다. 너무너무 힘든데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저는 운이 좋게 금전적으로 도움을 받아 대학을 갈 수 있게 되었고, 대학도 붙었지만 주변에서는 제가 뭔가 더 해내길 바랍니다. 제가 지금 뭔가 더 해도 실패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실패한다면 제가 괜찮을 수 있을까요?

얘기가 너무 어두워진 것 같아서 이 글을 보실 분들께도 너무 죄송합니다. 다 필요없고 욕만 적고 가셔도 되니까 동기부여가 될 말 좀 적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추천수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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