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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상하게 괴롭히는 회사. (feat.1월 1일)

ㅇㅇ |2023.01.28 01:10
조회 3,887 |추천 13
글이 조금 깁니다. 긴 글 싫어하시면 일단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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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개발 경력 14년차인 사람입니다. 
작년 10월, 기존 연봉보다 20% 가량을 올려준다는 조건에 혹해서 3년하고도 8개월 정도 다녔던 회사를 그만두고 새 회사로 옮겼더랬죠. 문제의 이 회사는 언론계열쪽이었구요. (이 회사가 잡포털에 오픈된 제 이력서를 보고 먼저 연락이 와서 일이 진행되었는데, 언론계열은 처음이었음)
월요일부터 출근했는데, 입사 일주일도 못 채운 그 주 토요일 밤 12시 반에 부서 부장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전날 수동으로 바꿔준 부분이 있는데 그걸 원복해달라는겁니다. 주말밤에, 그것도 입사 며칠만에 연락하는게 어이없었지만 해주려했는데 중간에 일이 좀 꼬여서 새벽 3시 반쯤에 끝났습니다. 그 날은 그냥 그래도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했고. 




 

입사한지 2주가 좀 넘었나 싶던 어느 평일의 밤, 또 연락이 옵니다. 텔레그램으로 메시지가 오더니 전화도 옵니다. 타부서의 요청을 받아 메인 화면 픽셀을 수정해달라는건데, 이게 밤중에 갑자기 호출해서 해달라고 할만한 일인가?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냥 해달라니 해줬습니다. 하지만 이 때부터 점점 잘못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입사 3주도 안 채운 금요일밤. 회사일로 잔뜩 지쳐서 들어와 좀 쉬는가 싶었는데, 회사에서 또 텔레그램으로 메시지가 오더니 역시 또 전화도 옵니다. 그 때가 회사 창립기념일 즈음이었고 그 때문에 별도의 웹페이지를 제작해서 올렸는데, 대표이사와 타부서 부장이 배너 사이즈와 위치 등을 변경해달라고... 근데 그걸 금요일 밤에 요청했고 디자인 담당인 부장이 원격이 안 되니 토요일 오전까지 하라고 했답니다. (부장은 그 요청을 토스받아 실무자인 저와 디자인 담당 부장에게 요청)

이런 일을 하다보면 서버가 나가거나 사이트 오류가 생겨서 업무 외 시간에 일을 할 수도 있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아마 그런 이슈라면 업무 외 시간에 연락이 와도 짜증은 났겠지만 그나마 납득은 되었을 것이구요. 그런데 배너 위치나 픽셀 변경같은 이슈 때문에 불시에 밤이나 주말에 이런 식으로 연락받는건 정말 처음 겪는 일인데다, 불과 입사 3주도 안 채운 시기에 이러는걸 보고 정말 경우없는 회사라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충분히 월요일 오전에 진행해도 전혀 문제될게 없는데.... 한 마디로 야마가 돌더라구요. ㅎ




 

 






디자인 담당 부장은 끝내 집 컴퓨터가 원격이 되지않아 결국 토요일 오전 일찍 회사까지 출근해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 사이에 저는 밀린 집안일을 하고 있었는데 진동으로 되어있던 핸드폰을 거실에 두고 놔두었던, 그 20분 정도 되는 사이에 부장이 전화를 7번이나 했더라구요. 7번이나 하고도 안 받으니 텔레그램 전화 기능을 이용해서도 전화했고...... 텔레그램 전화까지 온걸 보니 소름이더라구요. 이게 그렇게 연달아 전화를 할 이슈인가 싶은.... 


 

 




비상사태도 아니고 주중에 해도 충분한 일을 갖고 금요일 밤부터 시작해 토요일 오전 댓바람부터 대표이사나 부회장, 부장까지 저 난리를 치는걸 보며, 입사하면서 가졌던 잘 해보자라는 다짐은 3주도 안 되서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추가 수정사항이 또 생기는 바람에 토요일은 점심 전까지 말 그대로 날려먹었네요. ㅋㅋㅋ (아마 어디 여행 가거나 일이 있어 출타를 했거나 했다면 저는 더 곤란했을지도 모릅니다. 휴가도 노트북 들고 가야할 판.)


3주 정도 이런 일을 겪고나니 회사에 가졌던 정이 제대로 뚝 떨어져버려서 그 후로는 시간 나는대로 다른 회사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입사한지 얼마 안 된터라 연차도 극히 적어서 주중에 시간내는 것도 그렇고 퇴근 후 면접 보려니 그것도 힘들고... 얼마 안 되다보니 이력서에 적기도 어려운 상황이다보니 이력서상의 저는 10월 이후로 백수였기에... 참 그렇더라구요. 이대로 사표내면 자발적 퇴사라 실업급여도 안 나오고 그런 상황에서 구직을 한다는 것도 내키지않았구요.


고민 속에서 시간은 흘러갔고, 입사 2개월째쯤 되던 어느 날 부장이 저를 따로 부르더라구요. 이미 그 때부터 뭔가 이슈있는 발언을 하겠구나라는 직감이 들었고 아니나다를까, 1차 수습기간 종료 후에 더 이상 연장 안 하기로 했답니다 (이 회사는 수습이 1차 3개월+2차 3개월). 회사에서 계약만료로 처리해주니 전회사 근로기간과 합하면 실업급여 자격은 되구요. 저런 일을 겪고 다른 회사를 알아보며 차라리 좀 짤라주면 실업급여 대상이라도 되고 그럼 좀 더 수월하게 다른 곳을 알아볼 수 있을텐데라며 속으로 노래를 불렀는데 결국 그 바람이 이뤄진 셈... 암튼 기왕 말 나온 김에 저도 부장에게 회사와 업무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고, 그냥 회사와 저는 서로 안 맞는 것으로 결론지었습니다. 


제 얘기라 그렇기는 하지만 업무 진행 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습니다. 해달라는대로 다 처리해줬고 그 흔적들이 타 실무자들과 공유한 구글드라이브에 기록되어있기도 하고... 회사에 대한 다른 불만은 산더미지만 굳이 그것까지 구구절절 설명할 것까지는 없고, 계약만료를 이유로 권고사직을 받았지만 오히려 후련할 정도였습니다. (살다보니 권고사직 요청받고 기뻐하는건 또 처음... 그나저나 나름 규모와 업력이 있다는 회사가 대표이사나 부회장이 저런거에 집착할 줄은 전혀 꿈에도 몰랐습니다...) 암튼 이 회사는 계약만료기간인 설명절 즈음까지만 다니기로 합의 봤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끝은 아니었으니. 





 

1월 1일. 집에서 티비 보며 쉬고 있는데 저녁 6시 즈음에 부장한테 전화가 옵니다. 하..... 1월 1일부터 진짜..... 빡쳐서 안 받으니 그 뒤로는 한 3번인가 더 오다가 말더라구요. 텔레그램으로 메시지도 2개인가 보냈던데 일부러 보지도 않았습니다. 뭐... 더 이상 연락 안 오는걸 보니 정말로 긴급한 내용은 아니구나 싶었고 그 예측은 역시나 맞더라구요. 





 

다음 날인 1월 2일 월요일. 출근해서 메시지를 보니 2일 오전 시간에 배포하기로 했던 신년사 페이지를 갑자기 1일 저녁에 올려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신년사 페이지라는게 말 그대로 이벤트 페이지인데다 애초에 2일 오전에 올리기로 했던건데, 갑자기 전날 그것도 1월 1일 휴일 저녁에 예고도 없이 연락와서 반영해달라는 것이었더라구요. 하 참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전부터 픽셀이나 배너 위치 수정 때문에 휴일이나 주말에 갑자기 연락해서 요청하고 그러더니.. 도대체가 이 회사는 왜 이런걸 갖고 이 난리를 치는지 모르겠더라구요. 암튼 부장이 전날 전화 4번이나 했는데 왜 안 받았냐고 해서 그냥 모임이 있어서 늦었다고 해버렸습니다. 그래도 왜 연락왔는지 궁금하지도 않냐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 같던데 그건 그냥 무시했습니다. 애초에 업무 외 시간에 멋대로 연락하는걸 왜 궁금해야 하는건지... 그것도 다음 날에 하기로 했던 일인데다 그게 아니더라도 다음 날에 해도 충분한 일을 갖고...


저한테는 아무런 얘기도 없이 파견직으로 새 개발자를 채용했고 그 분은 1월 2일부터 새출근했더라구요. 저한테는 그냥 통보... 뭐 나갈 사람이라고 그 정도도 얘기 안 해주고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회사가 참으로 개념이 없구나 싶었습니다. 퇴사하던 날 새 개발자와 티타임 갖으며 제게 있었던 일들 다 얘기해주고 나왔는데, 그 분은 어떤 선택을 하실련지 모르겠네요. 굳이 얘기 안 해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그 분도 알고 계셔야 될 듯 해서... 아무튼 새 회사에서 오퍼가 왔고 그 회사는 이 회사보다 연봉도 더 높게 불러주는데, 아직 갈지 말지 확정 짓지는 못했습니다. 이직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인지... 그래도 얼른 결정은 해야하지만요. 나이 먹으니 이직 자체가 더 두려워지네요...



추천수13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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