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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 전공의한테 현실 조언 좀 해주세요 [긴글주의]

ABSITE |2023.01.29 21:39
조회 759 |추천 5
저는 지금 미국에서 외과 전공의 과정 밟고 있어요
(영어도 우리말도 둘 다 형편 없는 점 미리 양해....)


분명 어렸을 때 부터 저는 "난 의사 해야지~" 했고
적성검사 같은거 해도 의사 항상 나왔고
관심 분야도 과학 그 중에도 생물이었어요


부모님이 막 공부 시키고 푸시하진 않으셨지만
분명 속으로는 요놈 봐라 지가 알아서 의사 되면 개꿀? 하셨겠죠


그리고 어린 나이 부터 부모님따라 고아원 장애시설 등
봉사활동 다닌게 컸던건지 남 도와주는 것에 희열이라 해야하나..
나로 인해서 남이 한 번 웃고 기뻐하는 모습 보는게 참 좋았어요


제가 관심 있어하는 생물에다가 손재주가 좋다고 해야하나
손 쓰는 일 하고 싶었고 사람들도 도울 수 있다니
외과가 딱이라 생각했어요


의대생 때 실습 하며 본 외과 레지던트 모습은 물론
일 빡세게 하고 피곤하고 잠도 많이 못 잤지만
그래도 수술실 안에 있을 때는 재밌길래 해보자~했죠


물론 워라벨 때문에... 마취과로 갈까... 수백번 고민했어요
근데 괜한 자존심이었을까요... 나 써젼이다! 이런거?
아직도 모르겠어요 무슨 오기로 외과를 하려한건지


하여튼 마침내 의대 졸업하고
나름 제가 좋게 봐뒀던 병원으로 전공의 자리 받아 매치됐을 때
엄청 신났어요~ 남들 보다 좀 오래 걸려 이 자리 왔기에
좀 더 설렜던듯?


하.. 근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노예처럼 일 시키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주80시간 이상 일 하지 못 하게 되있는데
솔직하게 리포트 하지 말고 걍 일하라 그러고
남들 다~ 그렇게 한다고 ㅋㅋ


뭐 하나 놓치면 어마어마하게 씨니어들한테 잔소리 들어요
물론 처음에는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니
인턴이 실수 하면 큰일 날 수 있으니까 잔소리든 조언이든
다 귀담아 듣고 열심히 일했어요


근데 좀 커서 보니까
주니어들이 하는 실수 씨니어들도 엄청 해요 ㅋㅋ
칼륨 높은거 미스 하거나 내일 피 검사 오더 안 해 놓거나 등등
지들도 까먹고 안하는거 주니어가 한 번 안 하면 엄청 지적질 ㅋㅋ


그리구
씨니어들이 자기들 주니어 때 노예 처럼 일 한게 쌓였던건지
이젠 일을 안 하려 해요 ㅋㅋ


다~~~ 주니어 한테 떠맡김 ㅋㅋ
컨설트 들어왔어? 어이 주니어 너가 보러가~
(나는 여기 앉아서 인스타 하고 있을게)


나 금욜 밤 당직 서서 피곤하니까 토요일 아침 회진은
주니어가 따로 일 하러 오고 나는 토욜 아침되기 전에 집 갈래
(보통 어차피 토욜 아침에 병원에 있는 금욜 당직이
회진까지 돌고 가는건데 원래...ㅋ)


미국에는 단어조차 없는 꼰대가 얼마나 득실득실거리는지..


근데 이 병원에서 외과 전공의들이 제일 일 잘 하고
빨리빨리 해내니까 온 병원에서 툭하면 외과 애들한테
일 넘기려고 해요.


응급실에 복통으로 온 환자 있으면
그에 맞는 검사를 응급실 의사들이 해야하는데
걍 외과 삐삐쳐서 "여기 복통으로 온 환자 있어 좀 봐줄래?"
엑스레이도 없어.... CT도 안해놔.... 환자를 보긴 했니?


응급실에서 하도 환자 케어가 안 돼서
많이 아픈 환자오면 죽어가기 직전까지도 내버려두기도 해서
외과 삐삐 울리면 저흰 무조건 환자 보러가야 돼요


근데 응급실에서는 일을 그지 같이 해도 아무런 지적도 안 받고
고치려고 하는것도 없어요.


그래서 그런지 외과생들은 이런 병원 시스템에 진절머리가 나서
응급실 콜 삐삐 들고 있는 전공의는 진짜 성격 파탄자 돼요


응급실 레지던트랑 통화하다 끊고 나서는
온갖 욕을 다 해요.
너는 니 엄마 뱃속에서 죽었어야 됐다 이 *#&$^@새키야 등등..


근데 꼭 응급실 사람들 아니어도
걍 본인이나 본인이 속해 있는 소속이 아닌 다른 사람이면
무조건 흉부터 보는 그런 밉생이들...


거기다가 제가 한 동안 로테이션 돌았던 외과 분야에서
유난히 어텐딩[교수급]들이 참 별로 였어요.


남한테 무례하게 얘기하고 (환자든 레지던트든 간호사든)
뭐만 0.2초 넘게 걸리면 신경질 내고
자기 마음 읽어서 미리 알아서 다 해놔야 되는데
안 해놓으면 또 신경질


제가 되고 싶었던 외과의사가 뭔지 이제 잘 모르겠어요
하도 바쁘니까 이젠 환자들도 숫자로 보이고 (돈 말고 피 검사 수치 같은거..) 궁금한거 산더미면 바빠 죽겠는데 물고 늘어지니까
조급해지고 신경질 나고 ㅋㅋㅋ


전 불평 불만 많은 사람들 싫어하고
저 자체도 제 입으로 부정적인 말 하는거 안 좋아해요


근데 이젠 나도 똑같이 남들이 실수하면 짜증나고
뭐 바로바로 안 하면 못 참고 신경질 나고...


저 성격 버리는거 같아요 ㅋㅋㅋㅋㅋ
(남편은 뭐 아직 까진 괜찮다 하지만
남편한테도 이래저래 참 미안한게 많아요)


난 분명히 남한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서
외과 의사 되려고 했는데


이제는 여기서 그만두면 억대 학자금 대출 어쩌나
외과 연봉이라도 얼른 받고 싶다
결국 나도 돈 보고 의사 하려고 한 수 많은 사람 중 한 명인걸까?


요즘 저 자신한테도 외과 자체에도 회의감이 엄청 들어요


주변 사람이랑 얘기 해보고 싶어도 그래봤자 이 동네 친구라고는
다 나랑 같이 노예처럼 일 하는 동기들인데
걔네도 어마어마하게 회의감 느끼고 분노에 차있어요ㅋㅋㅋ


멀리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는 걱정하실까 쉽게 얘기 못하구요..



한 번 익명의 공간에서 불평 좀 시원하게 해보고 싶었고

혹시나 여기 인생 선배님들 계시면 어떤 조언 해 주실까...해서
글 쓰게 됐어요.


인생은 원래 그런거야....... 그런건가요?



어제 토요일도 당직도 아닌데 14시간 일하고 왔네요 ㅋ
쓴 웃음....
추천수5
반대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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