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에 톡커여러분 안녕하세요?
톡에 글 처음 써 보는, 이번에 20대 꺾인ㅠㅜ 남자입니다.
짧지만 오늘 있었던 제 여친 이야기를 해 보려구요.
별 일은 아니고 소소한 이야기니까, 재미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연애경험 있으신 분들은 한 번쯤은 겪어보셨을 법한..
두살 어린 24살 대학 졸업반 여친과 그저께 500일이었어요.
배꼽 빠진다는 연극 라이어(연극 초보라 거의 첫 관람이었죠) 보는 걸 비롯해서
알콩달콩 여러 코스로 된 데이트 계획을 짜 놓았었지만,
요즘들어 부쩍 아주 사소한 일들로 티격태격 하는 일들이 많았는데
또 별 일도 아닌 걸로 말싸움이 벌어져서, 기껏 데이트 잘 해놓고
마지막에 서로 맘 상해서 헤어졌죠.
그리고 하루 지난 오늘, 낮시간까지 연락이 없다가 여친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오빠.. 혹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란 책 읽어봤어?
거기 보면은.. 서로간의 심한 다툼이나 고민같은 문제가 생겼을 때
남자는 동굴에 들어가고, 여자는 수다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한데."
요새 자주 투닥거리기는 했으니깐, 전 긴장하며 계속 이야기를 들었죠.
"근데 난 남잔가봐..." - ?!?! 이건 무슨소리지?
"난 수다보다는 동굴에 들어가서 푸는 편이 좋은 것 같거든." - 아....그런말이었군.
"진지하게 우리 사이에 대해 고민을 좀 해 볼께. 그 기간이 끝나면 연락할께. 오빠도 연락 하지마."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난 저는, 이렇게 제 생각을 말했죠.
"이전의 연애경험이나 주변의 연인들을 많이 봐 왔기 때문에, 그 말은 결국 서로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뜻인 거 다 안다.. 부부로 치면 별거일텐데, 그런 방식으로 생각해 보는 시간 갖다가 다시 잘 된 커플 별로 못 봤다. 그러다 맘 식고 깨지는 게 다반사다. 네가 하려는 방식은 일종의 '차단'인데, 지금은 더 따뜻한 서로간의 '소통'이 필요한 타이밍이 아닐까.. 오래 지내다보면 서로 배려했던 마음들이 조금씩 무뎌지고 자기중심적으로 되어갈 수밖에 없다.. 이건 당연히 오는 시기다. 이 때 잘 해야 한다. 오히려 더 부딪칠 껀수를 많이 만들면서 서로 조금씩 더 양보하는 법을 익히는 게 좋지 않겠냐.. 난 그렇게 생각한다."
알아듣게 말 한 것 같았지만 결심이 굳어 보였어요. 그래서 한숨 휴 쉬고 다시 말했습니다.
"정 네 방법이 옳다고 생각되면, 굴에 들어가라.. 나도 네가 나오기 전에는 찾지 않겠다."
그게 꽤나 길었던 우리둘의 마지막 통화였어요.
쿨한 척 했지만 정말 이대로 그녀와의 인연은 끝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하더군요. 여자 마음은 갈대라잖아요.. 동굴에 들어갔다 나온 결과가
우리 둘에게 긍정적이었으면 하고 바랬지만, 최악의 경우도 생각해야 했죠.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
..
...
....
......
........
.................
.......................
.............................
...................................
..........................................
.....................................................
..............................................................
......................................................................
....................................................................................
그리고 고작 서너 시간 지났을까요? 핸드폰이 울리더군요. 앗, 여친이군요.
"오빠야아아......................
"
어이쿠야, 거의 울 듯 말 듯한 목소리군요. 피식 웃음이 났지만 꾹 참고 물어봤죠.
"왜...너 동굴에 들어간다며?"
"보고싶어서 안되겠다.. 난 오빠 아니면 안된다.. 그리고 외로워.."
"야!!! 넌 뭐 그렇게 진지하게 말해놓고선.. 니가 말했던 동굴은
무슨 30센치 개미굴이여? 뭐시여 이게~~~ 이럴꺼면 말을 말지.. 나 참..
"
~끝~
이렇게, 요새 너무 많이 싸우니까 서로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을 갖자는 그 말을
'동굴'에 들어가겠노라고 그렇게나 거창~한 표현까지 써 가며
너무나도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던 그녀의 소동은 허무하게 끝이 났네요.
그래도 그녀가 개미굴에 들어가서 연락을 끊었던 불과 서너시간동안
하나 얻은 게 있어요.
그 시간 내내 이 애가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불안불안 해 하면서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던 제 모습에서
나에게도 그녀가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 거죠...
사랑하고 계신 톡커 여러분들,
동굴-_-;;에 들어갔다 온 그녀에게 제가 한 약속이 있어요.
널 존중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존댓말을 가끔 섞어 쓰고,
음식점에서 함께 밥을 먹을 때면 고기반찬 같은 게 있을 때
한 개라도 더 네 입에 넣어주려고 우기느라 티격태격하던, 처음 내 모습으로 돌아가겠다고.
내 생각 하기 전에 한 번 더 네 입장을 배려했었던
싸울래야 싸울 꺼리가 없었던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가겠다고.
여러분들도 연애에 있어서의 상대에 대한 순수한 초심,
잊지 마시길 바라면서, 이만 뻘글을 줄입니다-_-;
P.S) 별 것도 아닌 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이 이야기 읽은 솔로분들에게도 연애복 빵빵 터지는 2009년 되리라 믿습니다.
모두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