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오늘 돌아가셨습니다.
친구 결혼식을 갔다가 집으로 돌아왔는데
집에 도착해보니 그사이에 어머니께 전화가 와있었습니다.
평소 밤 늦은 시간쯤 어머니와 통화를 하던터라 조금 일찍 전화가 와있길래 무슨 일 있으신가하고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어머니께서 ‘할머니 돌아가셨다….’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핸드폰을 붙잡고 울기만 했습니다. 땅을 쳐보기도 하고 소리내어 울기도 해봤지만 마음이 가라앉질 않습니다….
할머니는 저에게 어머니만큼 소중하신 분이셨거든요. 어려서 부모님이 맞벌이라 7살까지 할머니 손에서 자랐고 그 이후에도 할머니와 보낸 시간이 많았습니다. 가끔 어른들이 장난으로 아빠가 좋냐 엄머가 좋냐 같은 질문을 할때면 저는 주저않고 할머니가 좋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촌들이 있었지만 7-8살 될때까지는 친척 아이들중 제가 유일한 손자였고 그래서 할머니도 저를 많이 예뻐하셨습니다. 종종 사촌 누나들이나 동생들이 서운함을 표현할 정도로요.
할머니는 저에게 많은 사랑을 주셨고 나이가 먹어서도 이는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이른 나이에 돌아가시면서 아버지 포함 5남매들을 혼자 키우셨고 자식들이 자리를 잡은 이후에도 식당 병원 등을 다니시며 생활하셨습니다. 이후에는 손자 손녀들을 키우느라 저희집 큰아버지집 고모들 집들을 돌아가며 생활하셨는데 제 사촌들은 모두 할머니를 부모님만큼 사랑하고 감사했습니다.
그러다가 제 아버지가 8년전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얼마 후 사촌 동생들도 많이들 컸을 무렵 자식들 불편할까 예전 사시던 시골 근처에 집을 하나 구하셔서 혼자 살겠다고 하셨습니다. 거기서도 혼자 텃밭도 가꾸시도 꽃밭도 만드시고 닭들도 키우며 바쁘게 사셨지만 항상 할머께서는 아들의 죽음에 힘들어하셨죠…. 물론 가끔 그 전에도 그런말을 하시기는 했지만 내가 죽어야지 죽어야지 하는 말을 더 자주 하셨습니다.
3년 전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의 다리에 갑자기 이상이 왔습니다. 평소처럼 일을 하시다 밭에서 쓰러지셨는데 더이상 일어설 수가 없으셨답니다. 이후에는 휠체어에 앉아야만 돌아다닐 수 있게 되셨습니다. 큰고모가 댁에서 할머니를 모시기로 하셨고많은 시간 정년퇴임하신 큰아버지께서 할머니를 보살펴드렸습니다. 큰고모댁에서는 그냥 누워서 tv를 보고 고모가 주시는 밥을 드시며 거의 매일을 보내셨습니다. 한번씩 할머니를 흴체어에 모시고 주변을 돌면 많이 좋아하셨습니다. 원채 활동적이셨던 분이라 답답함도 많이 느끼셨을텐데 풀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으셨을테지요.
할머니 연세가 올해 92 적지 않은 나이이지만 다리를 다치시기 전 건강하셨던 할머니 모습을 생각하면 그리고 얼마 전 설까지만해도 저에게 장가가라고 잔소리하시던 할머니 모습을 생각하면 오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게 전혀 믿겨지질 않습니다. 할머니 소원이 제가 결혼해서 증손주 보고 죽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원하시던걸 이뤄드리지 못해 슬프네요. 집 주변만 돌아다녀도 좋아하시던 할머니 제대로 된 여행이라도 시켜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너무 가슴아픕니다. 나이가 드셨음에도 피부가 뽀얗고 귀여우시던 우리 할머니를 더이상 볼 수 없음이 믿겨지질 않습니다. 평생을 고생하시고 일하시면서 자식과 손주들을 위해 기도하시던 할머니를 보내드려야 한다는 것이 아직 받아들여지질 않네요. 봄에 꽃놀이를 가거나 직접 키우신 꽃밭에서 꽃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셨는데 하늘나라에서는 좋아하시는 꽃들 많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이 주체되지 않고 너무 슬퍼 할머니에 대해 적어봅니다. 할머니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