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흔해빠진 개인적인 넋두리 입니다. 하지만 누구라도 제 얘기를 들어주었으면 해서, 올려봅니다.
저는 가난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저희 집이 가난합니다. 저는 올해 18살로 고등학교 2학년이 됩니다. 스스로 말하기 뭐 하지만 성격도 모나지 않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해 친구 관계도 좋았습니다. 다만 지금 제 주위에 남은 친구는 아무도 없습니다. 딱히 누군가와 마찰이나 갈등이 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나 문제라고 할 것은, 제가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점점 어울리지 못하고 자주 빠지게 된 것이랄까요. 이유는 다름 아닌 돈 때문이었습니다.
제 한 달 용돈은 교통비 포함 3만원 입니다. 초등학생 때는 학교 앞 분식집, 놀이터, 많이 가봤자 노래방이나 동네 가게가 전부였던 탓에 친구들을 만나도 돈이 많이 나가지 않았지만, 점점 나이를 먹어갈수록 친구들을 만날 때 나가는 돈의 액수가 늘어났습니다. 겨우 용돈을 조금 더 받아도 오천원, 만원 정도라 당연스럽게 식사와 카페, 놀거리를 찾는 친구들 사이에서 저도 모르게 위축이 되곤 했습니다. 어느 식당을 가도 음식 가격대가 만원이 넘어가면 부담스럽고, 카페를 가도 저는 매번 아메리카노만 마시곤 했습니다. 돈이 없으면 어떻게든 핑계를 대고 모임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돈이 없다고 말하는 건 그냥.. 왠지 모르게 부끄러웠습니다. 그렇게 저는 점점 친구들과 만나는 횟수가 줄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고등학생이 되면서 성적에도 신경을 써야하는 상황이 왔기에, 문제집처럼 제 용돈으로 감당하기 힘든 것들은 할 수 없이 부모님께 요청을 드렸습니다. 물론 뭐든지 오케이 해주셨습니다. 공부 관련해서는 망설이지 말고 말해라, 뭐든 해줄테니. 라고 부모님께서 항상 말해오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적 관리도 보통일이 아니었기에, 타고나길 머리가 좋지 못했던 저는 고작 문제집 몇 권으로 전교권을 꿰차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조심스럽게 제 성적을 말씀드리자면 (고등학교 1학년 모의고사 기준) 231112입니다. 내신은 평균 3.1정도 나오고요.
스스로의 성적에 만족할 수 없던 저는 부모님께 조심스럽게 인강 결제를 요청드렸습니다. 강의와 교재를 합쳐 약 30만원 정도였습니다. 부탁을 드려도 고작 문제집 몇 권이 다였던 터라 지금까지와는 다른 조금 큰 금액에 부모님은 조금 놀라신 듯했습니다. 그러더니 생각해 보겠다며 저를 돌려보내셨고, 약 이틀 뒤 저는 잠이오지 않아 뒤척이던 찰나에 두 분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대충 저희 집안을 설명하자면 부모님께서는 저를 아주 늦게 낳으셨습니다. 2023년 기준 아버지는 69세 시고, 어머니는 65세 십니다. 그리고 약 2년 전, 아버지는 폐암 2기 판정과 함께 수술을 받은 뒤 현재는 치료와 회복에 전념하고 계십니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한 덕에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지금은 건강하시지만, 안그래도 나이가 있으신데다 회복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일을 나가지 못하시고 가끔 당일 알바 정도를 나가고 계십니다. 어머니는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중학교에서 청소부 일을 하십니다.
본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저는 잠이 오지 않아 유독 뒤척이고 있었고, 그때 듣게 된 부모님의 이야기는 대충 이러했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클수록 학업ㅍ에 드는 비용이 많아지니 이대로는 감당이 힘들다며 친구분이 일하시는 건설현장, 일용직 근무라도 해보겠다 하셨고, 어머니는 안그래도 폐암 수술을 받았는데 그쪽 일은 너무 위험하다며 아버지를 말리셨습니다. 또한 자기가 차라리 야간에 일을 하나 더 구해보겠다는 말씀도 덧붙이셨습니다.
그 대화를 듣고 저는 숨죽여 울었습니다. 또한 그 뒤로 부모님께 금전적으로 뭔가를 부탁하는 일 역시 눈치를 보게 되었습니다. 인강을 포기하고 수업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문제집도 중고로 올라온 것을 사서 쓰고, 사고 싶거나 먹고 싶은 것을 최대한 참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해도 용돈은 늘 부족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만나 노는 일도 줄었습니다. 놀자고 연락이 올 때면 공부해야 한다, 어디어디에 가봐야 한다, 어디가 안 좋다 등 핑곗 거리가 계속 늘어가던 때, 친구들의 연락은 점점 줄어들고 인스타에는 저를 제외한 친구들이서 찍은 사진, 놀러간 사진이 올라오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학교에서도 저는 스스로 메워야 하는 공부를 계속 했고,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놀러간 얘기, 아는 얘기를 계속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조금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바로 일주일 하고도 하루 전인 2월 18일이 제 생일이었고, 어머니는 3만원을 주시며 놀다 오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만날 생각에 기분이 들떴고 바로 연락을 했으나 모두에게 거절 당했습니다. 바쁘다, 몸이 안 좋다 등 제각기 다른 이유에서라 저는 조금 찝찝했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서점에 들러 오랜만에 새 문제집을 사고, 주변을 구경하다가 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생일이 다 끝나갈 때쯤 인스타를 켠 순간 서러움이 밀려왔습니다.
친구들은 그날 저를 빼고 먼 곳에 나가 놀았고, 그 사진이 한 친구의 게시글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저는 씁쓸한 마음과 동시에 제가 친구들과 완벽히 멀어졌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받아들였습니다. 그 뒤로 지금까지 많은 생각과 고민에 휩싸였고, 잠을 못 이룰 정도의 답답함에 여기에라도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처한 상황이 누군가이 탓이 아니라는 것, 잘 압니다. 부모님은 저를 잘 키워주셨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어쩌면 제가 스스로 밀어낸 것이나 다름 없으니까요. 다만 만약에, 아주 만약에 저희 집이 지금보다 형편이 조금만 더 나았더라면... 하는 생각을 자꾸만 하는 제 자신이 너무 밉고 또 원망스럽습니다. 그깟 돈이 뭐라고...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별 거 아닌 제 넋두리를 들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터놓고 얘기할 곳이 없었는데 여기에라도 글을 쓰니 조금은 편해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