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가 없고 황당해서 답답한 마음에 써요.
여기가 제일 화력이 세다고 해서 여기다 좀 털어놓을게요.
전 28살이고 미혼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사교성이 좋고 잘 웃어서 주변에 언제나 사람이 많고 내가 있으면 분위기가 좋아진다는 말을 들으면서 자랐어요.
인사도 잘하고 붙임성이 있어서 평소에 어른들께 칭찬도 많이 받았고요.
의도한게 아니고 그냥 천성이 이래서 이 성격이 나에겐 참 복이라는 생각 가지고 있어요.
회사에 다니면서도 비슷한 평을 들으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그런데 지난 주에 회사 이사님께서 여태까지 고마운게 많았다고 밥을 사주신다고 하셨어요.
저녁을 사주신다고 하셔서 괜찮다고 제 할 일 했을 뿐이라고 사양했는데 한사코 사주신다고 하셔서 그럼 회사앞에서 간단히 점심 사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평소 같이 먹는 동료도 같이 가면 안되겠냐 했더니 그러면 고마움을 표시하는 본인 의도가 퇴색될거 같다고 하셔서 그냥 혼자 나가기로 했고요.
점심 장소를 보내주셨는데 너무 고급 레스토랑이라 좀 오바하신다 하고 생각했는데 얼마전에 내가 일적으로 도와드린게 많이 도움이 됐나보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나갔어요.
그냥 회사 얘기 하면서 식사하는 도중에 갑자기 남친 있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이런 얘기 뭐 자주들 하니까 가볍게 아뇨 이제 만들려고요 했더니 없으면 내가 해줄까? 이러시는 거예요.
그 정도로 친하지도 않은데 뭐지 하는 마음에 장난식으로 우리 아빠도 맨날 그러세요 그랬더니 정색하시면서 난 진짠데 이러는 거예요.
순간 벙쪄서 네?? 결혼하셨잖아요 했더니 이혼하셨대요.
아.. 지금 생각해도 그 눈빛이랑 그 분위기 소름 끼치네요.
정신차리고 말했어요. 나이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한번도 이성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라고요.
그랬더니 본격적으로 본인 어필을 하기 시작했어요.
자기는 경제적으로 안정이 돼있다. 지금 어린 남자들 만나봤자 요즘 집 장만 하려면 어쩌고저쩌고.. 이런 얘기요.
알아요 이 분 돈 많다는 얘기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이 사람 나이도 나이지만 (40대 중후반) 아이가 셋입니다. 보기에도 그냥 40대 아저씨예요. 말그대로 아저씨요. 쓰면서도 기가 막혀요.그러면서 작년에 30대초반 비서언니랑 결혼한 다른 이사님 얘길 꺼내면서 그 분들 집들이를 갔는데 너무 행복하게 잘 산다네요. 그래서 자기도 용기를 얻었다고요.
그런데 그 다른 이사님은 40대중반이신데 모르고 보면 30대중반으로 보이는 훈남에다가 완전 애처가였다가 사별하신 거예요. 애는 둘인데 그 비서언니가 이 이사님을 너무 좋아해서 대놓고 들이댔고 오히려 이사님이 자기가 어떻게 염치없이 초혼인 젊은 여자를 들이냐고 극구 거절하다가 비서언니가 죽는다고 매달려서 결혼했어요. 완전히 다른 케이스예요.
아뭏튼 여기서 제가 궁금한 점이요
제 행동이 어떤 여지를 준건지 제가 혹시 잘못한 게 있는지 고쳐야 할 점이 있는지 좀 알려주세요.
내가 정색하고 거절하니까 이 이사님이 본인은 내가 자기한테 호감이 있다고 확신하고 얘기한 거였다고 오히려 나한테 뭐라해서요. 이건 또 뭔소리냐고 물어봤더니 그 예를 막 다다다다 하시는데 정신없어서 다 기억은 못하겠고 대충 생각나는 것만 써보자면요.
자기가 입사한 첫날 소심하고 낯도 가리는 성격이라 두리번두리번 거리고 있었는데 제가 웃으면서 처음 뵙는데 새로 오셨냐고 하면서 도움 필요하시냐고 물어보고 자길 도와줬대요. 솔직히 전 기억이 안나요..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는데 몇층 가시냐고 웃으면서 물어보고 눌러줬대요. 그러면서 내리면서 웃으면서 다음에 또 뵙자고 했대요.. 이게 무슨..
본인이 점심먹고 들어오면서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쳤는데 제가 인사하면서 옷에 뭐 튀었다고 얘기를 해줬대요.
저희 부서 회식 가는 길에 이 분이 우연히 합석하게 됐었는데 제가 제일 적극적으로 같이 가자고 했다네요. 그리고 고기도 구워서 자기 접시에 집중적으로 많이 놔주고 멀리 있는 반찬도 앞에 계속 놔줬다고.. 맹세코 전 이런 기억이 없어요 뭣때문에 불편한 타부서 이사님한테 적극적으로 같이 가자고 하냐고요..
결정적으로 제가 무슨 자료를 갖다 드린 적이 있는데 그때 자기 책상에 있는 아이들 사진 보고 내가 이사님 아이들이냐고 아이들 참 예쁘다고 그래서 자기가 애들 키우기 힘들다고 그랬는데 내가 이렇게 예쁜데도 힘드세요? 그랬다네요. 이걸 이사님이 아이들이 있어도 난 상관없다 이렇게 자체해석하신 거 같아요..
그 외에 많이 얘기했는데 머리가 멍해서 생각도 안나요.이사님 말이 마음에도 없으면서 사람 착각하게 만들었으니 책임지래요.
그래서 무슨 책임이냐 난 이사님을 이성으로 본 적이 맹세코 단 한번도 없고 이혼한 것조차 몰랐는데 내가 애 셋 있는 18살 차이나는 유부남을 꼬시려고 했다는 거냐 했더니 자긴 이미 나를 너무 좋아하고 있어서 내 마음이 안 그렇다고 하더라도 본인 마음이 쉽게 접힐지 모르겠으니 그때까지는 자기가 못참고 표현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하래요.
미친거 같아요. 그래서 마음을 어떻게 정리하실지는 이사님께서 알아서 하시고 만약 회사에 이상한 소문 같은 거 나면 바로 인사부에 얘기하겠다고 했어요.
강하게 얘기한다고 하고는 나왔는데 나오면서 보니 정말 무슨 실연당한 사람처럼 앉아있는데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기분도 더럽고 징그럽고 미칠거 같은기분이었어요.
다행히 층은 다르지만 엘리베이터에서 만날까봐 그리고 혹시나 직급차이가 커서 나한테 어떤 식으로라도 불이익이 있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있고요.
제가 무슨 오해의 여지를 남긴 게 있나요? 제 성격을 고쳐야 하는 건가요? 회사 다니기도 싫어지고요. 내가 왜 이런 고민을 하고 있어야 되는건지 짜증나고 무섭기까지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