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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대통령 탓할 자격 없다.

정치환멸자 |2004.03.12 20:12
조회 68 |추천 0

노무현 대통령이 불법 대선자금과 측근비리에 대해서는 사과했으나 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는 끝까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재신임과 관련해서는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심판으로 받아들여 상응하는 결단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여론과 배치되더라도 원칙을 거스리는 일이라면 할 수는 없다는 것이고  재신임 건도 한 번 하겠다고 했으니 반드시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결과야 어찌될지 모르지만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대충대충 넘어가지는 않겠다는 소신을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원칙적으로 따지면 선거법 `위반' 주장과 `사과' 요구에는 문제가 있다. 선관위 결정은 선거중립 의무를 지켜달라는 것이었지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게 아니었다. 뚜렷이 잘못한 것도 없고 선관위의 견해를 존중하겠다는 데도 그저 사과하라고만 하니 그 누구도 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억지로 받아낸다고 해서 속이 시원할 것도 없다.


국가기관이 한번 결정을 내리면 아뭇소리 말라는 것도 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선관위, 대통령은 모두 독립된 국가기관이고 독립된 기관 사이에 이견이 있을 수 있으며 어느 쪽이든 자기 견해를 자유롭게 표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상호 존중하는 가운데 균형과 견제가 이뤄질 터이다. 대통령 입에까지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이야말로 위험천만한 독재적 발상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노 대통령을 손가락질할 만한 도덕적 자신감이 있는지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우선 한나라당은 자기들의 불법대선자금에 비해 10분의 1이  넘는다고 대통령에게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할 자격이 없다. 8분의 1이나 9분의  1이라해도 불법대선자금 규모가 8이나 9인 쪽에서 어떻게 1인 쪽의 허물을 나무랄 수  있는가. 민주당도 상황변화가 있었다고 해도 자기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이제는  탄핵하겠다고 열을 올리고 있으니 어처구니 없기는 마찬가지다. 두 당은 도덕적으로나  원칙적으로나 노 대통령보다 우위에 있지 않다. 제 잘못은 시렁에 얹어 둔 채 남의 탓만 해 봐야 비웃음거리밖에 안 된다. 이제라도 탄핵소추안은 폐기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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