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편에게 돈 받을 수 있을까요...조언 부탁드립니다
ㅇㅇ
|2023.05.17 15:08
조회 1,334 |추천 0
구경만 하던 네이트 판에 글을 써보기는 처음이네요
긴 글이 될 것 같은데 많은 분들의 고견 듣고 싶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제일 병신은 저라는 것을 미리 밝히고 싶네요
저는 여자이고 서른에 결혼을 했었습니다 (결혼식만 올렸고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어요. 1년 정도 함께 살았습니다.)
현재는 좋은 사람을 만나 새 가정을 꾸린 상태입니다
저는 평범한 부모님 아래 자란 평범한 직장인이었고 (당시 급여 200정도 였던 것 같아요)
제가 서른이 다 되었었지만 경제관념이 전혀 잡혀있지 않았고, 자취생활 하며 돈을 거의 모으지 않았어요. 주택청약 정도만 조금씩 넣었습니다. 참 무지했죠
전남편은 투자관련 일을 했고 당시 시부모님은 시골에 사셨습니다
전남편이 결혼할 때 서울에 전세집을 마련했고, 결혼식에 들어가는 비용과 혼수용품은 저희 부모님이 도와주셨습니다. 시댁 지원은 없었어요
정말 철이 없었던게 부모님이 결혼비용을 내주시는걸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죽고 못살만큼 사랑한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급하게 결혼했을까 지금 생각하면 스스로가 용서가 안되네요
결혼식까지 할 때는 전혀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했어요
경제관념이 없어서인가 애초에 결혼할 상대방의 재산이나 소득에 대해서 물어보지도 않았고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버나보다 했습니다 진짜 병신같네요 제가
그런데 평범할 줄 알았던 결혼생활이 두세달도 되지 않아 망가졌어요
전업을 원했던 남편이 생활비를 거의 주지 않았거든요
처음에는 기본 생활비를 줄였고, 사업이 좀 어렵나보다, 다른 신혼 부부들도 처음엔 다 힘들겠지 하며 안일하게 생각했습니다
공과금을 내야 할 때 "그냥 다음에 한꺼번에 내자" 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던 전남편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제가 당시 경제적 능력이 없어 또 그렇게 한두 달이 지나갔어요. 쓰면서 다시 생각해 봐도 참 병신같네요 제가
그러던 중에 그래도 일하느라 고생하는 사람 응원해주고 싶어서 출근가방에 작은 선물을 넣어놓으려고 열었다가 무슨 서류가 있길래 보게 됐는데 집 월세 계약서였어요
전세로 구했다던 집이 월세였던 거죠 눈앞이 깜깜해진다는게 이런 건가 했습니다
월세가 당시 100만원이 넘는 집을 살고 있었으니 생활비는 부족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고, 나중에 알고 보니 모아둔 돈도 없고, 애초에 월세와 두 사람의 생활비를 감당할만한 수준의 수입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나한테 사기친거냐 따지니 같이 잘 살고 싶어서 그랬고 회사 회복되면 뭐 전세로 돌려놓으려고 그랬답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나 가진게 없다 그래도 결혼해줄래 라고 말할 용기가 없었다고 하더라구요
게다가 이 미친놈이 개인회생 중이더군요
하루 쯤 시체처럼 있다가 지방에 계신 부모님께 전화드렸습니다
그런데 이 미친놈의 사기가 끝이 아닌게 저희 가족들에게 회사사정이 잠깐 힘드니 도와달라 명목으로 돈을 빌렸다고 하더라구요
걱정할테니 저한텐 비밀로 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답니다 부모님은 진짜 말씀 안하신거구요
정말 하늘이 무너져내렸습니다
저희 부모님 부자가 아니고 정말 평범한 분들이십니다
재테크도 모르시고 그냥 저금으로 모아온 돈 사위가 힘들다니 의심 없이 빌려주신 겁니다
그 후 뭐 진짜 그냥 죽으려고도 많이 했습니다
한번 뭐가 터지고 나니 줄줄이 뭐가 터지는데
투자 잘못해서 이익 못주는건 뭐 말 할것도 없고 투자금까지 날리고. 그 사람들은 어떻게 제 번호를 알았는지 전화오고 문자오고 집 앞으로 찾아오고...
내가 당신이 투자한 돈을 쓰기라도 했다면 나한테도 갚을 의무가 조금은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가족 모두가 돈을 뜯겼다. 혼인신고도 하지 않았고 내가 제일 피해자다. 나도 사기 당했다 말했지만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뭐 무슨 상관이었겠어요
그중 한명이 압류 같은걸 걸었는지 어느 날 집에 빨간딱지를 붙이러 오더군요
내 부모님이 사주신 내 물건들에 영화에서나 보던 빨간 딱지가 붙으니 진짜 이놈이고 저놈이고 다 죽여버리고 싶었습니다
소송해서 아주 긴 시간이 걸려 이겨서 받아냈고, 아깝고 마음 아프지만 그 물건들을 보고 있을 자신이 없어서 헐값에 처분했습니다
전남편은 부모님께 돈을 갚겠다는 각서를 썼고 저는 부모님이 계신 지방으로 내려왔어요
그 후로 몇년 동안 어떤 달은 몇십만원, 어떤 달은 다음 달에 드리겠다(공과금처럼 말이죠) 이러면서 갚은 돈이 겨우 천만원 조금 넘을 겁니다(제가 그때 너무 충격에 빠져서 우울증이 심해졌고 가족들에 대한 죄책감에 죽으려고도 했고 공황, 불면이 심해 전남편 이야기를 부모님이 잘 안하십니다. 그래서 정확한 금액은 잘 모르겠네요)
저한테는 늘 잘해주셨던 분들이지만 당신 아들이 이랬다 했을 때도 난 돈 없다 미안하다 하셨던 전남편의 부모님도 정말 원망스럽습니다
그러던 아빠가 매달 이 핑계 저 핑계로 사람을 능멸하는 이 놈을 그냥 두면 내가 죽을 것 같다고 사기죄로 신고를 한다고 하시는데요
소송이나 지급명령신청을 해도 파산신청을 하거나 진짜 그냥 감옥에 가버릴 경우 돈을 받을 방법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제가 알기로는 변변찮은 일 하고 있고 자기 생활비나 버는지 모르겠네요. 우리 가족 말고도 빚쟁이는 많이 있어요. 급여 압류를 해도 빌려준 만큼 받으려면 몇년이 걸리겠죠..
이런 경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다시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로 진짜 돈 갚을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입에 발린 소리지만 꼭 다시 데리러 오겠다 뭐 이딴 개소리를 늘 했었어요)
홧병나서 부모님이 어떻게 되실까봐 진짜 이대로 두고 봐서는 안될 것 같은데,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소송을 하면 돈을 받을 수 있을까요
아직도 내가 그 나이 먹도록 세상을 너무 몰라서, 사기꾼을 못 알아봐서 내 탓이다 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니 너무 속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