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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아빠와 함께 울었습니다

하숙경 |2009.01.13 02:16
조회 49,477 |추천 4

안녕하세요~

방학을 맞아 백조생활중인 21살 하숙경입니다.

(하숙경은 거침없이 하이킥이 인기있을 때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에요^^)

저희아빠는 평소에는 정말 활발하고 어디가면 항상 튀시고 스포츠를 너무나

좋아하시는 분이에요

가끔은 너무 엉뚱하고 말뜻도 잘 이해못해서 항상 우리가족한테 구박받습니다ㅋㅋ

 

저희아빠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셔서 자주 술을 드시고 집에 들어오시는데요

술에 취하시면 항상 말이 많아지세요..하고 또 하고 했던 얘기 또하고..

저희 남매는 그걸 못견디죠ㅡㅡ;;

그래서 술 취하셔서 들어오신다싶으면 얼릉 자야합니다.....

 

그러는 어제 밤에 또 한잔 하시고 들어오셨습니다.

저희 엄마께선 들어가서 주무시고...

저랑 남동생은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전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방학중에 알바도 안하고 공부도 안하고 놀고있고

동생은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시점인지라..

오늘은 말씀이 많아지시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처음이야기의 시작은 아빠의 대학교 때 성적이었습니다.

저희아빠는 대학다닐 때도 노는 걸 좋아하셨기 때문에

군대가기 전 1.2학년 때까지는 C.D.F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군대 다녀오신 이후에 마음을 잡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셨다고해요

이 이야기가 나온 이유는 아마도 며칠 전 제가 대학 입학 이후

처음으로 아신 제 대학성적때문일꺼에요

저는 노는 것도 좋아하지만 사실 공부에 흥미가 없어서

성적이 D까지는 아니여도.... 바닥입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시면서..

뭐 부모님들이 하시는 얘기는 다 똑같을거에요

열심히 해야한다, 다 너희 잘되라고 말하는 거라면서...

사실 이런 말씀은 솔직히 지루하잖아요..

동생과 저는 졸린 눈을 비비면서 대충대충 듣고 있었습니다

 

12시쯤 시작된 이야기는 어느새 1시가 되가고 있었습니다.

동생과 저는 몸을 비비꼬며 얼릉 자자고 아빠를 보챘죠..

 

그런데..

갑자기 아빠가 말씀이 없어지셨어요.

아빠를 보니... 우시고 계신거에요.

 

저희 할아버지께선 제가 태어나기 몇년 전부터 중풍으로 누워계시다가

제가 태어나고 얼마 못있으시고 돌아가셨습니다.

할머니는 3년전에 돌아가셨구요.

저희아빠는 장남이셨는데 할아버지와 같이 할 시간이 별로 없고

또 아프시는 바람에 같이 대화를 많이 못 나눴던 것이 생각나셨나봐요.

 

아빠는

저희와 이렇게 진지한 대화를 할 시간도 별로 없고

또 아빠의 자존심때문에 이렇게 감정을 저희에게 보인다는게 쉽지 않다고 하셨어요.

그러시면서 엄마에게 항상 미안하다고 하셨습니다.

아빠는 이렇게 친구들과 밖에서 술이라도 먹고와서 얘기라고하지,

엄마는 이런 걸 표현하시지도 않고 항상 중심을 지켜주신다는 걸 말하시는거에요.

 

저희도 진지하게 듣고 있었지만 이제는 자러 들어가야되겠다는 생각에

아빠를 꼭 한번 안아드리고 들어가자는 눈빛을 동생과 나눈뒤에

"알았어아빠~울지마~사랑해~"

이러면서 아빠를 안아드렸어요.

 

아빠는 평소에 절 많이 구박하십니다ㅡㅡ;;

맨날 잠만자고 먹기만하고 놀기만하는 백조라고..

 

근데 안아드리는 순간, 아빠가 저에게

"어디 내놔도 이쁜 우리딸~

아빤 니가 다리 휠까봐 어렸을 때 업지도 못하고 맨날 안고 다녔어

니가 시집가면 아빠는 어떻게 사니"

이렇게 말하시는데 그만 울컥 하고 눈물이 나오는거에요.

제가 평소에 결혼빨리할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거든요

그 때마다 아빠는 지금까지 키워논 거 돈으로 다 갚고 늦게 가라고 구박하셨는데

속마음은 또 다르셨나봐요 

그리고 저를 꼬옥 안아주시면서 사랑한다고 열심히하자고 말하셨어요.

 

둘이 껴안고 한참을 그렇게 울면서 이야기하다가

남동생과도 안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시고..

마지막은 아빠답게 화이팅을 다같이 외치고 각자 방으로 들어갔답니다.

 

정신이 바짝 드는 대화였던 거 같아요.

아빠가 할아버지,할머니를 보내드리고 후회하시는 것처럼

저도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모든지 열심히 해서 

부모님께 실망드리지 않는 사람이 되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항상 재밌고 엉뚱한 아빠지만 이렇게 우시는 모습을 보니..

정말 대충대충 듣고 빨리 자려고 생각했던 저희가 너무 밉게 느껴지네요.

 

앞으로는 저 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고계신 여러분들도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표현도 많이하고 대화도 많이 나누도록 해요^^

추천수4
반대수0
베플여우목도리|2009.01.14 09:08
글쓴이.... 너 뭔데..... 아침부터 안구에 습기차게 만드는거니.... ----------------------------- 앗.. 베플 감사해효^^ㅋ
베플지슈기짱|2009.01.14 09:49
아빠도, 옛날로 돌아가고 싶었던 모양이다. 가게안에 책상위에 있던 명찰, '학생 전승용' 첨에는 보고 깔깔 웃어댔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가슴 한켠이 먹먹해 지는 느낌이다. 할수만있다면, 아빠에게 청춘을 다시 한번 돌려드리고 싶다.
베플보고싶다....|2009.01.14 10:10
화재사고로 병원에 입원하셨던 울 아빠~~ 간병할 사람이 없어 8개월된 둘째를 업고 아빠옆에 있었다... 보름있을 동안 정말 아빠한테 짜증도 마니 내고 싸우기도 마니하고... 도저히 병원에서 애기랑 못있겠다고... 간병인 쓰라고 하고 집으로 간다는 나한테... 울 아빠....정말 간절히.....일주일만 아빠랑 더 있어달라고 카더라... 난 싫다고 큰애도 시댁에 있어서 데리고 와야하고 신랑도 혼자두기 그렇다고... 아빠말 무시하고 집으로 가버린 나...였다..... 그리고....딱..일주일후......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다.... 나.................. 완전 불효녀에......나쁜 년에......정말 죽일 년이다........... 32살 살면서.... 고맙다는 말도 사랑한다는 말도 한번 못해드렸는데..... 차가워진 아빠 ....발을 만지며 그때서야 말했다.... 정말 죄송하다고......정말 죄송하다고................. 글쓰신님 글을 읽다보니.... 울 아빠 생각이 나서....이렇게 몇자 적어보네요.... 정말....부모님들은 언제 우리곁을 떠날지 모릅니다... 저 처럼...부모님 말만 나와도 눈물 흘리며 후회하지 않게... 옆에 계실때....잘 하세요...... 나도 아빠랑 딱 한번 만이라도 정말 1초만이라도... 안아보고싶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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