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우주론적 논증(Cosmological argument)
우주론적 논증(Cosmological argument)이란 우주 안에서 진행되는 모든 운동에는 원인이 있다는 사실로부터 하나님의 존재를 논증해내는 논증 방법을 말한다.
예를 들어 보자.
자동차 바퀴가 구르기 시작한다. 자동차 바퀴가 구르는 이유는 차축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차축이 움직이는 이유는 엔진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엔진이 작동하는 이유는 시동 모터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동 모터가 작동하고 있는 이유는 시동 스위치가 돌아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동차 내부에서 운동의 원인을 추적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시동 스위치가 돌아갔는데 그 원인이 자동차 내부에는 없다. 그러면 우리는 운동의 원인 추적을 중단해야 하는가? 여기서 원인 추적을 중단하면 우리는 답답하여 견딜 수가 없다. 우리는 자동차 밖에 있는 어떤 인격적인 존재(운전자)가 시동 스위치를 돌리는 운동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에야 비로소 마음속의 추론을 끝낼 수가 있다.
이제 우주로 우리의 눈을 돌려 보자. 우주 안에서는 끊임없이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이 운동은 원자나 세포와 같은 미시적인 세계에서부터 우주와 같은 거시적인 세계에 이르기까지 단 한 순간도 중단없이 진행된다. 물질의 기본 단위인 원자는 핵과 전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자는 단 한 순간도 정지됨이 없이 핵 주위의 궤도를 돌고 있다. 생명체의 기본 단위인 세포 안에서는 끊임없이 자기복제와 단백질 생성이 진행된다. 우주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끊임없이 팽창하고 있고, 모든 행성들이 공전과 자전을 한다. 미시적인 세계로부터 거시적인 세계에 이르기까지 진행되는 모든 운동의 원인을 물질의 세계 안에서 밝혀내는 작업을 하는 학문이 과학이다. 그런데 과학은 이 운동을 설명할 때 일정한 한계를 넘지 못한다.
원자의 운동을 아무리 세밀하게 관찰해보아도 원자 안에는 이 운동을 일으키는 원인이 없다. 원자 안에 원인이 없다면 원자 밖에 원인이 있다는 말인데, 원자 밖에는 다른 원자가 배열되어 있을 뿐이며, 나머지는 빈 공간이다. 원자 밖에 있는 원자에도 다른 원자를 움직이게 하는 원인이 없으니까 우주 안에는 원자를 움직이게 하는 원인 운동이 없다는 말이 된다.
세포 안에서 이루어지는 자기복제와 단백질 생성도 마찬가지다. 세포 안에는 자기복제라는 운동의 원인이 되는 운동이 없다. 그렇다면 운동의 원인은 세포 밖에 있다는 말인데, 세포 밖에는 또 다른 세포들이 있을 뿐이다. 모든 세포 안에는 운동의 원인이 없으므로 운동의 원인은 세포 밖으로부터 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세포가 없는 곳에는 빈 공간이 있을 뿐이다. 세포 밖에 원자들이 있을지라도 원자 안에는 심지어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운동에 대한 원인 운동조차도 없으므로 어떤 원자도 세포 안에 있는 운동의 원인을 제공할 수 없다.
세포의 자기복제가 진행되면 인간수명의 열쇠인 텔로미어가 조금씩 떨어져 나가다가 텔로미어가 다 떨어져 나가면 인간은 수명을 다한다. 그런데 초기 배아에게는 떨어져 나간 텔로미어를 복원시켜 주는 유전자가 켜져 있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꺼지는데 이 유전자를 끄는 원인 운동이 세포 안에는 없다. 또한 특정한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고 있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켜지는데, 그 유전자를 켜는 원인 운동이 세포 안에는 없다.
지구로 하여금 끊임없이 자전과 공전을 하게 하는 원인 운동이 무엇인지, 달로 하여금 끊임없이 자전과 공전을 하게 하는 원인 운동이 무엇인지, 모든 행성이 끊임없이 자전과 공전과 팽창을 하게 하는 원인 운동이 무엇인지, 별들의 집단인 은하가 끊임없이 팽창 운동을 하게 하는 원인 운동이 무엇인지 우주 안에서는 발견할 수 없다.
원자 안에서 일어나는 전자의 끊임없는 회전,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자기복제, 단백질 생성, 유전자 발현, 우주 안에서 일어나는 행성들의 자전, 공전, 은하의 팽창 등과 같은 운동들의 궁극적인 원인 운동이 우주 안에는 없으며, 과학은 이 궁극적인 원인 운동을 우주 안에서 영원히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원인 없는 운동은 없으므로 이 모든 운동의 원인 운동이 우주 안에 없다면 우주 밖에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주 밖에 있는 원인 운동은 무엇일까?
이 원인 운동은 스스로 운동을 일으킬 수 있는 인격적 의지의 소유자이면서 동시에 우주 전체를 담을 수 있는 무한하고 완전한 존재여야 하는데,
이 조건에 맞는 존재는 하나님뿐이다.
이처럼 우주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운동에는 원인 운동이 있다는 우주의 특성으로부터 하나님의 실재를 추론해내는 논증 방식을 가리켜서 우주론적 논증이라고 한다.
<swlee7739@hanmail.net>
글 | 이상원
총신대학교 신학과(B.A.)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한 후에 미국 웨스트민스트 신학교(Th. M.)와 네덜란드 캄펜 신학대학교(Th. D.)를 졸업했다. 미국 보스턴 대학교와 네덜란드 우트레히트 대학교에서도 공부했다. 현재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기독교윤리학/조직신학 교수로 있으며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공동대표와 한국복음주의윤리학회 회장으로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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