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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 교실을 늘 살얼음판으로 만들었던 옛날 담임교사에게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쓰니 |2023.07.23 00:16
조회 167 |추천 0
20년 전 저와 같은 반 학생들을 늘 공포에 떨게했던 담임교사에게 이 글이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올립니다. 편의 상 반말로 작성하여 양해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글 내용과 상관 없이 늘 최선을 다 해주신 서이초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하루 빨리 교사분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기를 바라고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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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90년대말부터 2000년대말까지 학창시절을 보냈다. 물론 그 시기에도 좋은 선생님들이 계셨지만, 전반적으로 교사에 의한 폭력이 허용되는 분위기였고, 각 학교마다 "혹시 애들을 패고 싶어서 늘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게하는 문제 교사들이 다수 있었다. 내가 이 글을 꼭 전하고 싶어하는 대상은 사실 심각한 물리적 폭행을 가하는 교사는 아니였다. 물론 체벌을 하긴 했었으나 기계처럼 폭력을 행사하는 준범죄자급 교사와는 그 결이 달랐다.

그 여자의 가장 큰 문제는 도무지 예측이 불가능한 감정기복과 분노조절 문제. 기분 좋게 서로 웃으면서 수업을 하다가도,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벼락처럼 내리꽂히는 날카로운 고함소리. 피말리는 하루의 연속. 그래, 눈에 띄지 않고 알아서 사리면 저 여자도 소리치지 않겠지. 우리가 실수하지 않으면 싫은 소리 들을 일도 없겠지. 그러나 당시 우리는 초등학교 5학년. 40명가량 되는 아이들이 아무리 조심해도 단 한번의 실수 없이 1년을 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술 시간에 실수로 물감을 쏟아서, 혼잣말로 "와 골때리네"라는 말을 해서, 수업 때 어려운 질문에 답을 못해서, 물건을 뺏어간 다른 학생에게 하지말라고 소리치는 목소리가 너무 커서, 종이 쳤음에도 다른반 친구에게 작별인사를 너무 길게 해서, 청소 상태가 본인 마음에 안들어서, 다른 친구의 이름을 계속 부르는게 선생 귀에 거슬려서, 일기장을 실수로 독후감 제출하는 상자에 넣어서 기타 등등 온갖 크고 작은 이유들로 그 여자는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서 각종 시사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정신질환자처럼 악을 썼다. 데시벨은 옆반에 있는 친구들도 모두 우리 담임이 정신병자인 것을 알게될 정도? 그 당시에도 나랑 친구들은 "저렇게까지 할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당시 만 27세였던 그 여자는 나이에 비해 본인의 감정을 처리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던 것 같다. 더 나쁘게 말하자면 전문가의 치료가 절실했던 상황이었는데 교단에, 아니 이 사회에 무작정 방생된 것은 아니였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여기까지만 했다면 내가 그녀를 개인적으로 조용히 원망하고 끝났겠지만 이렇게 공개적인 곳에서 그 교사의 인격을 무시하고 비웃게된 계기는 따로 있었다. 2학기의 시작과 동시에 나타난 집단 따돌림 문제. 대략 10명 정도로 구성된 그룹에서 한명이 나머지 친구들과 사이가 틀어져서 쫓겨나고 곧 괴롭힘의 대상이 되었었다. 나는 한 순간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단 하루도 빠짐없이 가해자들의 매서운 눈초리와 비난에 늘 시달리는 그 애가 안타까웠다. 그리고 내심 선생님이 불같은 성미를 지녔으니 이번 일도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청소와 군것질 때문에 목청이 찢어져라 소리를 지르던 그 여자는 이 사안에 관해서는 놀랍도록 조용했다. 결국 피해자가 학기 말에 전학 가는 것으로 사건은 종결. 도대체 왜 그랬을까. 가해자들이 공부를 잘하고 그 애들 부모가 돈이 많아서? 그러나 피해자였던 친구도 그에 못지 않게 공부를 잘했고 부유한 가정 출신이였다. 굳이 차이가 있다면 가해자들은 성격이 활발하고 교사와 아주 친밀하게 지냈으나 피해자는 비교적 내성적이였다는 점. 결국 피해자 뒷담을 올리는 사이트를 개설할 정도로 성의 있게 따돌림을 주도한 이들은 중학교 진학 동시에 지역에서 알아주는 삼류양아치로 전락하여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망치고 본인들 인생도 대차게 말아먹게 되었다. 결국 그 여자는 본인이 그토록 좋아하던 가해자 무리의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조차 실패한 셈이다.

감사하게도 나는 저 시기를 전후로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만나서 저 여자의 되도 않는 선택적 발광이 장기적인 트라우마로 남지는 않았다. 게다가 가까운 지인들 중 교직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럿 있고, 모두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낀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진심으로 교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근데 ㅇㄱㅈ선생ㅋㅋㅋ 그쪽은 예외야. 어디 뉴스 보면서 앞으로 교직생활 편해져야할텐데하고 자격도 없이 쯧쯧거리고 있을 것 같은데, 댁은 편하게 살면 안되지. 어디 감히 그 인성으로 멀쩡한 교사들한테 감정이입을 하고 있어. 지금 40대 후반정도 됐을텐데, 혹시 천분의 1의 확률로 교단에서 일찍 내려왔다면 애들한텐 잘된 일이네. 근데 아직까지도 악착같이 학교에 붙어있다면 어떤 막장 학부모, 막장 학생 혹은 막장 동료교사한테 무슨 개같은 일을 당하던 그냥 그러려니하고 살아. 어디에다 억울함 호소할 생각은 꿈에서도 하지 말고. 꼴같지 않게 좋은 스승님 코스프레하면서 지 인권 챙기려고 나댈까봐 평소 잘 오지도않는 곳에 와서 이 글을 쓴다.

아, 그리고 말이야. 그 때 댁이 그렇게나 좋아했던 가해자 애들. 쉬는 시간에 당신이 자리 비울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이 "미친X, X랄병 걸린 거 아니야?"하면서 신나게 욕하더라. 평범한 애들은 물론이고 그 양아치 새싹들도 알았던 거야. 댁이 제일 X신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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