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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타임용 무서운이야기(열한번째)

무소유 |2023.07.26 23:00
조회 3,009 |추천 25
본 이야기는 킬링타임용 이야기이다. 마음은 가볍게,심심한데
할 것 없는 한가한 시간에 보시길 추천드린다.
이 글은 귀신을 인정하거나 미신을 조장하는 글이 아니다.
개인적 실제 경험담이며,과학적 증거는 없음을 밝힌다.
(이야기가 길어 지루할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은 있다.그 시절 나의 어머니는 우울증을 앓
고 있었다.그때 어머니들이 거의 대부분 그러하듯 자신의 성격을
죽이고 가족 중심적 사고로 살아가야 했기에 끓어오르는 감정을
풀어 낼 곳이 없었던 것 같다.누구도 알아주지 않아 오롯이 혼자
그 감정을 감내하며 점점 병들어 가고 계셨다.미련하게도 그런 자
기 희생이 가족을 위한 숭고한 정신이라고 판단하셨으리라~~

어머니는 가족에게 시그널을 보내셨고,불행히도 아버지와 형은
그 신호를 캐치하지 못했다.오히려 따로 떨어져 살던 내가 알아채
주기적으로 연락을 드렸다.어머니는 내가 딸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셨고,비록 상남자 스타일에 나였지만 기꺼이 징그러운 딸 역할
을 해주리라 다짐했다.틈만 나면 연락을 했고,할 말이 없어도 그
냥 밥은 자셨냐고 물으면 안부를 확인했다.

그러나 그런 소소한 노력만으론 어머니의 막힌 혈을 뻥 뚫어줄 수
없었고,그래서 여행을 계획했다.감정이 일그러진 상태에서 여행
은 무슨 여행이냐고 거부를 하기에 가끔은 이런식으로 타지에 가
서 훌훌 털어버리고 오는 게 좋다고 거듭된 회유를 했더니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승낙을 하셨다.일정과 기타 비용은 내가 다 준비
할테니 그냥 몸과 마음만 챙겨오시라 했다.

바다 근처 멋들어진 펜션을 잡고,어머니가 사라지면 아이가 되버
리는 아버지를 이해시키고,회사에 사정을 얘기하여 월차를 붙여
2박3일에 일정이 시작되었다.바다를 거닐고,술 한 잔 곁들어 회
도 한 접시 거하게 먹고,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은 차를 끌고 근처에 산에 등산을 가기로 했다.등산을 즐기
시는 어머니를 위한 맞춤형 코스였다.산 근처에 다다르자 어머니
의 표정이 숙연해졌다.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으셨다.

너?일부러 의도하고 이쪽으로 온거야?여우같은 놈...

어머니의 핀잔에 멋쩍은 미소를 보였다.그곳은 외조부모의 산소
가 있는 곳이었다.모든 자식이 그러하듯 어머니도 돌아가신 자신
의 부모를 늘 가슴에 담고 그리워했다.외할아버지도 그러셨지만
특히 외할머니는 어머니를 매우 아끼셨다.그래서 인지 생전에는
어머니를 더 냉혹하게 양육했으나 임종을 앞두고 제일 먼저 찾은
자식은 다른 사람들이 아닌 바로 어머니셨다.

어머니 몰래 사둔 낫과,정종,일회용 그릇과 돗자리를 가지고 천천
히 산을 오른다.어머니가 어릴때 자주 오시던 곳이라고 했다.하나
하나 장소를 설명하는 어머니는 그 시절 수줍은 소녀가 되어 있었
다.길목에 자란 풀들과 나무들을 정리하며 도착한 곳은 사방이 큰
나무로 둘러 쌓인 곳이다.봉긋하게 솟아오른 두 산소가 그곳에 위
치해 있었다.어머니는 술잔을 놓으셨고 난 벌초를 시작했다.

절을 하며 예를 차리고,눈시울이 불거진 어머니를 보며 슬쩍 자리
를 피했다.구슬픈 목소리가 공간을 메운다.나도 언젠가는 어머니
처럼 그리움에 눈물을 흘리겠지...하늘이 높고 푸르다.잠깐 친구
와 통화를 하고 돌아오니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이리저
리 둘러 보고 불러 봐도 대답이 없었다.산소 옆으로 좁은 길이 나
있고,그곳으로 걷다보니 길 옆으로 작은 오두막이 보인다.

나무를 덧대어 만들어진 오두막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처
럼 낡아있었다.근처로 다가가 어머니를 불렀으나 대답이 없다.
혹시나 해서 삐걱거리는 문을 당기자 방치된 공간에서 나는 특유
에 꿉꿉한 냄새가 풍겨왔다.벌어진 나무틈 사이로 빛이 들어와 어
두운 내부 곳곳을 비췄다.구석진 한곳에 사람 형체가 있어 자세히
들여다 보니 어머니가 쭈구려 앉아 있었다.

여기서 뭐해요??한참 찾았네..여긴 왜 와 있어요?

잔뜩 긴장한 표정의 어머니는 뭐가 불안한듯 가볍게 검지 손가락
으로 입술을 지긋이 누르며 최대한 낮은 목소리를 내어 말했다.

쉿!?조용히 숨어 있어야 돼요.아빠가 찾으면 큰일 나요.
엄마가 여기로 도망가라고 했어요.얼른 숨어요.

아이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어머니의 표정은 공포와 불안감에 서
려 있었다.뭔가에 빙의라도 된 듯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 어머니를
조용히 안아주면서 괜찮다고 긴장하지 말라고 했다.어떻게 도와
주면 되냐고 물으니 그냥 조용히 숨어있으면 된다고 하길래 그 상
태로 가만히 있었다.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으나 일단 진정
을 시켜야 할 것 같았다.그래서 계속 대화를 시도했다.

온다..온다..조용히 해아돼..쉿 조용히 제발 조용히~~~~~~

뭐가 온다는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의아한 표정으로 가만히 귀를
기울이다 보니 미세하게 발자국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터벅터
벅 느릿한 발자국 소리는 점차 가까워지기 시작했다.그것이 뭔지
는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긴장감이 맴돌았다.잠시후 남성이 나
즈막히 누군가의 이름을 반복적으로 부르기 시작했다.어머니는
눈물까지 흘리기 시작했다.곧 천천히 문이 열리며 빛이 들어왔다.

고개를 드니 턱수염이 덥수룩하게 나 있는 남성이 서슬퍼런 눈빛
으로 우리를 바라본다.중년에 남성이 들어서자 순간 기분 나쁜
냄새가 풍겼다.언젠가 맡아본 냄새였다.남자는 한손에 뭔가를 들
고 있었고,예전 어머니가 손빨래를 할때 쓰셨던 빨래방망이 였다.
방망이에는 뭔가 잔뜩 뭍어있었고,불현듯 익숙했던 냄새에 대한
기억이 났다.비릿한 피 비린내 였다.

쥐새끼 같은 게 불렀는데 숨어서 대답도 안하고..두들겨 맞아야
정신차리지?

비열한 웃음은 곧 분노로 바뀌었고,서서히 어머니에게 달려드는
남성을 급히 막아섰지만 사람이 영가를 막을 재간은 없다.물론
영가도 물리적 타격은 불가능하다.다만 빙의 상태의 어머니의 정
신적 충격은 또 다른 개념이었다.연실 방망이를 휘두르는 남성의
표정은 광기로 가득 차있다.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나뒹구는 어머
니를 꼭 안고는 진짜가 아니라고 괜찮다고 위로 했으나 그 상황이
허상임을 아는 나조차도 공포에 휩싸였다.

어둡고 좁은 공간을 비명소리가 가득 메웠다.다행히도 공포스러
운 순간은 길지 않았다.외마디 비명을 지르던 어머니는 실신하듯
과격했던 움직임을 멈추고 곧 고요함이 찾아왔다.가냘픈 호흡을
내쉬는 어머니를 흔들어 보았지만 쉽사리 진정이 되지 않는지 계
속된 경련증세를 보였고, 우선 그공간을 벗어나는 게 좋을 것 같
아 어머니를 들쳐 업고는 밖으로 나왔다.

햇살이 환하게 고요한 산길은 오두막 안에 상황과는 광장히 상반
되게 느껴졌다.서둘러 산소 앞 돗자리까지 뛰어와 깊은 숨을 몰아
쉬며 돗자리에 어머니를 눕혔다.빙의가 풀리지 않은 상태라면 굉
장히 곤란해 진다.조심히 어머니를 흔들어 깨우자 잠시후 서서히
눈을 뜨신 어머니는 놀란 토끼 눈을 하고서는 다급하게 애는 어떻
게 되었냐고 물으셨다.일단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전에 일들이 기억에 없냐고 물으니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
며 급하게 뛰어가는 남자 아이를 따라 오두막 쪽으로 향했던 것은
기억이 난다고 했다.어머니의 말은 감정을 추스리고 있는데 애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다급하게 뛰어서 도망을 가기에 무슨 일이 있
나 싶어 급히 따라 나섰다고 했다.불러도 대답도 없이 뛰어 곧장
오두막으로 들어가기에 조심히 따라 들어갔다고 했다.

다가가 가만히 아이의 상태를 보니 이미 폭력의 흔적이 있었기에
어머니는 학대라고 판단했고,아주머니가 도와 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같이 가자고 했더니 지금 나가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꼭꼭
숨어있어야 한다며 울더라는 것이다.어린 아이가 그런 상황에 놓
여 잔뜩 겁에 질려 있으니 일단 진정을 시켜줘야겠다는 생각에
괜찮다고 토닥이며 안아줬는데 그 뒤로는 기억이 없다고 한다.

빙의를 경험한 것이라고 충분히 설명을 했으나 어머니는 쉽사리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내가 직접 보고 안아주기까지 했는데 무슨
빙의냐고 했지만,곧 현실을 인지하고 멍한 표정을 보이셨다.
감정을 충분히 정리하고,그만 내려가자고 했다.멍한 표정의 어머
니를 보니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 듯 했다.내려오는 내내 어머니
는 오두막 쪽을 몇 번이고 돌아보셨다.

차량 안에서 어머니는 깊은 상념에 빠진 듯 보였다.분위기 쇄신을
위해 진짜 힘든 하루였으니 맛있는 걸 먹으러 가자며 메뉴를 줄줄
이 읊었지만 사뭇 진지한 표정의 어머니는 걱정스럽게 묻는다.

너는 요즘에도 그런 거 자주는 보는거야?!힘들지...?

자주는 아니라고 애둘러 설명했지만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혹시
몸이 아프거나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면 꼭 얘기를 해달라고 거듭
강조했다.대답없이 고개만 끄덕인다.어머니도 이런 내 인생(?)이
속상하겠지만,나도 이렇게 사는 인생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여행을 마치고 올라오는 길에 어머니의 표정은 전 보다 좀 나아
보였다.자주 놀러다니자고 했더니 웃으며 그러자고 하신다.

며칠도 지나지 않아 어머니께 연락이 왔다.몸살기운도 있고,자꾸
악몽을 꾼다고 했다.꿈에서 아이가 울고 있고,어머니가 다가가려
고 하면 여지없이 이상한 사내가 나와 윽박을 지르며 아이를 끌고
사라진다고 했다.잠에서 깨면 몸이 욱신욱신 누구에게 두들겨 맞
은 것 처럼 쑤신다고 했다.며칠 더 보고 상태가 계속되면 함께 무
속인을 찾아가 보자고 권유했다.

병원에 다녀왔다는 어머니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몸살 증상
이라는데 식사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상태가 더 안좋아진
모양이었다.아버지 모르게 무속인에게 가보는 것이 좋겠다고 하
니 따로 알아본 곳이 있다며 그곳으로 가보자고 하여 그런가 보다
싶어 그곳으로 향한다.도착해 보니 어머니 고향에 오랜 친구분에
집이다.가볍게 인사를 드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친구분에게 그 산에 오두막 얘기를 들었다.거기서 아이 하나가 죽
었다고 했다.아빠라는 사람이 아내와 첫째를 먼저 죽이고,도망치
듯 나와 오두막에 숨은 막내 아이까지 죽인 뒤 본인은 약을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단다.소문에는 위처증이 있어 아내가 바람을
피고 자식들도 다른 사내의 자식이라고 판단해서 그리 했단다.
아이는 살아서나 죽어서나 못난 아비의 괴롭힘을 받는구나 싶다.

잠시후 누군가 노크를 하여 나가보니 말끔히 승복을 차려 입으신
스님 한 분이 합장을 하며 인사를 건내셨다.친구분이 다니시는 절
에 계시는 스님인데 어렵게 약속을 잡았다고 하셨다.상황을 전달
했고 부탁을 드려 혼을 달래주는 천도를 하러 와주셨다고 했다.
어머니와 스님을 태우고 산을 올라 문제의 오두막 앞에 섰다.스님
은 조심스럽게 염주를 돌리시며 염불을 외셨다.

퇴마도 겸하시는 스님은 영가가 한이 많아 지박령이 된 것 같아
몇 번 더 와서 천도의식을 치뤄야 할 것 같다고 하신다.어머니는
가지고 간 쇼핑백에서 과자 몇가지와 새옷,새신발을 꺼내 스님이
피워놓은 향그릇 옆에 가지런히 두었다.그리고는 자신의 방식으
로 기도를 하며 아이를 위로하는 듯 보였다.스님을 모셔다 드리고
친구분께 인사를 건넨 뒤,차량으로 이동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어머니가 말하길 꿈에서 또 그 아이가 나왔는
데 이번에는 울지 않고,멍하니 쳐다보고만 있더라는 것이다.어머
니가 느끼기에 아이가 이제 울어봐야 소용이 없다고 느끼다 보니
이제 울지도 않는 건가 싶어 진심으로 꼭 끌어안고서는 울고 싶으
면 울어도돼 아줌마가 어떻게든 도와줄께!라며 위로를 하는데 여
지없이 남자가 나타나길래 아이를 막고 소리를 질렀단다.

그래도 부모라는 사람이 왜 죽어서도 애를 괴롭히냐..애 끌고 갈
꺼면 어디 한 번 나도 죽이고 데려가보라고 꿈속에서 밀고 당기고
난리를 치면서도 끝끝내 아이를 놓지 않으셨다고 했다.어느 순간
남자가 사라지고,어머니가 방긋 웃어보이자 아이가 처음으로 어
머니를 끌어 안고 울었다고 했다.그래서 어떻게든 도와줘야 할 것
같아 깨자 마자 친구분에게 전화를 해서 상의를 했다.

친구분이 그런 경우는 천도를 해줘야 혼이나 넋이 하늘로 올라가
편할 것 같다고 조언해 주셨고,어머니는 바로 그렇게 하기로 결정
을 내리고 준비를 하셨던 모양이다.꿈속에 아이에 모습이 너무 빠
싹 마르기도 했고,옷은 잔뜩 헤지고,신발도 없이 맨발이라 가슴이
아파 간식도 준비하고,옷과 신발까지 준비를 하셨다는 것이다.
본인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며 편안한 마음이라고 하셨다.

참 신기한게 거기 다녀 온 뒤,몸 상태도 빠르게 호전되어 목소리
도 좋아지셨고,더 이상 꿈도 꾸지 않는다며 신기해 하셨다.
매년 벌초를 갈때 간단한 간식을 가지고,그 오두막에 들려 기도를
해주셨는데 애석하게도 4년뒤에 지차체에 의해 철거되었다.
가끔 그때 얘기를 한다.분명 좋은 곳에 갔을 꺼라는 믿음이 있으
셨고,나도 그렇게 됐을꺼라 생각한다.짧지만 강렬했던 경험이었
다고 하셨고,나 역시 그러하였다.




이상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함..

최장기 출장(35일)으로 인도쪽 기술지원을 한달이나 갔다 왔음
때문에 이야기가 많이 늦었고,혹시 기다리신 분들이 있다면
양해를 바람..송구하오...먹고 사는 게 다 그럽디다.
인도는 진짜 다시 가고 싶은 않은 곳인 것 같음..
문화나 식습관이 너무 안 맞아서 10kg나 빠짐(응?!개꿀)
아무튼 빠른 시간안에 다시 보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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