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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인연

해내리 |2023.08.21 07:32
조회 928 |추천 1

 변함없이 지속되던 일상에  

 변화가 조금씩 생긴 것이 초등학교 6학년때였다 

 아버지가 3년의 외국지사 근무기간을 마치고 

 돌아오신게 5학년 가을 무렵 

 헌데 아버지가 현지에서 새로운 여자가 생기셨고 

 그래서 새엄마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내가 너무 놀라거나 충격받을 것을 우려하셨는지 

 아버지가 외국에 나가 계신동안 대신 나 사는 것을 

 지켜봐주시던 아버지 친구분 오선생님과 이선생님이 

 귀띰을 해주시긴 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귀국하신게 내가 5학년 늦가을 무렵 

 다만 내가 충격받을 것을 우려하셨는지 바로 새 여자를 

 집으로 데려온다던가 했던 것은 아니고 

 아버지가 장차 새엄마가 되실분이라며 젊은 여성을 

 집으로 데려온 것은 정확히 6학년이 시작되던 

 이듬해 초봄의 일이다 

 

 일단 다행히(?) 외국인은 아니었다. 

 난 또 외국지사에서 사귀셨다길래 혹시 외국인인가 

 괜히 긴장탔는데... 

 그건 아니고 현지에서 통역이나 이런일을 도와주던 

 여직원이었다고 한다 

 대학에서 이태리어를 전공했다고 들었는데 

 - 하긴 그러니까 이태리 지사로 발령받아 그런일을 했겠지... 

 여하튼 그런 새어머나기 되실 여자를 데려온 것이 

 내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된지 얼마되지 않은 

 이듬해 3월초의 일... 

 

 새엄마가 될 여자는 

 일단 미인은 아니었다. 

 나이는 생각했던것보다 좀 많았는데 

 여하튼 이미 20대 후반을 지나 서른으로 접어드는 

 그런분이라고 했다. 

 내가 초등학교 어느덧 6학년이고 그분이 서른살이면 

 열일곱살 차이... 

 솔직히 초등학교 5-6학년 어린아이 눈에는 그냥 

 ‘아줌마’로 보일만한 그런 나이차이의 어른이다. 

 

 사실 아버지의 여자를 두고 

 이쁘다 어쩌다 그런걸 논하는 것 자체가 어폐가 있는거지만 

 (그래서 이쁘면 뭐 어쩔려구...) 

 일단 내가 그렇게 아버지가 데려온 예비 새엄마를 

 본 첫 인상은 

 일단 미인은 아니었고...좀 나이들어보이는 

 키는 중간키에 약간 마른체구의 

 그냥 ‘아줌마’ 느낌이었는데 

 그렇다고 아주 비호감 외모는 아니고... 

 음 뭐랄까... 

 그러니까 굳이 비유를 하자면 

 거...80-90년대 시대극 같은데 나오는 

 여주인공 캐릭터 느낌이라고나 할까 

 드라마 여주인공에 비유하니까 막연히  

 ‘이쁘다’고 상상할 사람 있을련지 모르겠닌데 

 그런쪽과는 이미 거리가 먼 

 ‘나이든(서른살) 아줌마’ 느낌이었다는 말은 

 이미 앞서 했다 !!! 

  

 그러니까 내말은...그런 TV 시대극 같은데서 

 가령 일제 강점기...6.25 이런거 거치고 

 헐벗고 굶주리는 시대 거친 그런 시절 다룬 드라마에서 

 세상고민 다 짊어진것처럼 나오는 그런 이미지의 

 드라마 주인공 있지 않은가 

 딱 그런 느낌이 아버지가 데려온 

 그래도 4년제 대학에서 이태리어 전공까지 해 

 그런 대기업 외국지사에서까지 근무했다는 

 서른살 예비 새엄마의 첫 느낌이었다, 

 

 흔히... 

 아이들은 어른들이 자기에게 잘해주는 사람인지 

 못해주는 사람인지 

 느낌으로 안다지 ? 

 솔직히 나도 처음엔 

 새엄마가 최소한 나한테 어떻게든 잘해주고 신경써주려는 

 그런 사람이란 것 정도는 

 느낌으로 알수 있었다 

 일단 삼시세끼 밥 챙겨주는거야 당연한거니 그렇다 치더라도 

 날 밤마다 재워주려고 하더라 

 나랑 친해지고 싶어서 그러는건지 

 아니면 엄마없이 자란 내가 불쌍해보여서 

 엄마정을 느끼게 해주려고 그러는건지는 몰라도 

 때론 밤에 날 꼭 안고 자려고까지 한다는 것... 

 - 이러다 잘하면 목욕까지 시켜줄 기세겠다. ^^;; 

 근데 일단 아쉽게도(?) 거가끼잔 아니고 

 아빠랑 같이 살게된 얼마되지 않을 때 

 날 직접 백화점까지 데리고가 쇼핑시켜주면서 

 옷 여러벌 제대로 근사한걸로 맞춰주더라 

 

 헌데 

 결론적으로 말해서 

 난 싫었다 !!! 

 그렇게 새엄마가 아빠와 살게되고 며칠... 

 학교갔다오면 새엄마가 있는것까진 그렇다치더라도 

 저녁때 되면 거실소파 한가운데 떡하니 앉아 TV 시청하며 

 아빠 퇴근하실 시간만 기다리는 새엄마의 모습을 보며 

 확실하게 느꼈다 

 이제 확실히 내 공간을 빼앗겼다는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도 

 난 그렇게 엄마도 없고 아빠도 해외지사에 계셔서 

 다달이 아버지가 통장으로 부쳐주시는 생활비로 생활하며 

 그냥 나 밥해먹고 싶을 때 밥해먹고 

 TV 보고싶을 때 보고 공부하거나 숙제할 때 공부하고 숙제하고 

 또 책보고 싶을 때 책보고 그렇게 

 하루종일 자유롭게 내 시간을 보낼수 있었던 

 그 3년의 시간이 좋았다 

 어차피 아버지가 해외지사 임기가 끝나고 들어오시면 

 아버지와 함께사는 시간이 시작되는거지만 

 그래도 최소한 아버지가 회사에서 퇴근하실때까지는 

 온전히 내시간인거잖아 

 그런데 

 새엄마가 생기고나서 

 그 시간마저도 완전히 빼앗기고 말았다는 것 

 지난 3년동안 내가 주도권을 갖고 생활하던 

 TV 있는 거실이며 부엌을...완전히 새엄마에게 뺴앗겼다는게 

 그게 싫었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식으로 새엄마와 계속 살아야 한다는걸 생각하니 

 막막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몰라도 

 난 그냥 아빠가 해외자시 계시고 – 엄마는 처음부터 없는거고 

 그렇게 다달이 꼬박꼬박 생활비 부쳐주시면 

 그걸로 나 하고싶은대로 하며 사는 생활 

 그 생활이 계속되기를 

 은근히 바럤던것같다...한 중학교..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 계속 ? 

 그리고 학교 졸업하고 나면 나는 독립해서 나가서 

 그때부터 나는 완전 자유롭게 사는거고 

 그러나 나의 그 야무진꿈이 

 초등학교 5학년을 지나 드디어 새엄마와 같이 살게되는 

 6학년 봄부터... 

 불과 3년반만에 허망하게 막을내릴줄이야 

 그래서 싫었다. 

 - 하물며 그런 새엄마가 잠자리까지 날 

 (* 지 딴에는 나랑 친해지고 싶어서 그러는건지 

 아니면 엄마정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그러는건지 몰라두) 

 안 그래도 이미 거실과 부엌까지 새엄마에게 빼앗긴 상황에서 

 그런 새엄마가 내 방까지...그것도 한밤중에 

 침입해 들어온다는 것을 느꼈을땐 

 내 심정이 어땠을 것 같나 ? 

 

 어쨌든 새엄마와 살게된지 

 그럭저럭 두달정도 시간이 지났어 

 그러니 6학년이 된지도 그 정도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학교에서 뜻밖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어 

 학생관련 면담을 해야겠으니 와달라고 

 나야 뭐...어쩔수없이 새엄마가 학교로 가야하는 상황이 되었지 

 학교에서 새엄마가 담임선생님으로로부터 

 들은 이야기의 요지는 대략 이렇다고 하더군 

 내가 학교에서 이상한 것 같다고 

 그리고 선생님은 아무래도 이상해서 내 5학년,4학년 담임선생님께 

 OO이(내 이름)가 그때도 그럤냐고 물어보기까지 하셨다는데 

 일단 5학년,4학년 담임선생님들은 그때까진 

 운동을 좀 유난히 못하는 것 제외하곤 특별한 이상이 없는 

 그냥 평범하고 드러나지 않는 아이 

 그 정도 수준의 답변을 하신 것 같더라 

 - 뭐 실제로 내가 그때까진...엄마가 없고 아버지는 해외지사에 계셔서 

 나혼자 집에서 밥해먹고 생활하는 것 정도 제외하고는 

 딱히 무슨 문제나 말썽같은 것은 일으킨적 없는 

 평범한 아이...굳이 문제가 있다면 다른 아이들에 비해 

 운동을 유난히 못한다는 것 그 정도였으니 

 4학년,5학년 담임선생님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긴 그 정도였겠지 

 그러니...결론적으로 내가 4,5학년때까진 멀쩡했는데 

 6학년 들어와서 이상해졌다는 결론이 담임선생님들 입장에선 

 내려진거지 

 

 그러니 그게...결국 새엄마가 생긴것에 원인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분석(?)이 가능했겠군...담임선생님들 입장에선 말야 

 근데 사실 새엄마가 생긴건 내가 애들한테 특별히 말하지 않는한 

 학교에서 알수는 없는 일이니까 

 엄밀하게 따져 6학년 시작되어 가정환경 조사서 쓰고 그때까진 

 아직 새엄마가 우리집에 들어오기 전이었고 

 그보다 시간이 좀 지나서 새엄마가 아버지와 동거를 시작한거고 

 두분이 정식으로 결혼한 것은 그보다 한달뒤의 일이다 

 그러니까...학교에서 상담전화가 온 것은 어쨌든 

 새엄마가 생긴 뒤의 일이니 

 6학년 시작하는 3월초까지만 해도 새엄마니 뭐니 그런 것은 없던 아이가 

 여하튼 학기초부터 그런 가정환경의 변동사항이 발생한거니까 

 학교에선 내가 이상해진 이유에 대한 분석을 

 그렇게밖에 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은 들더군 

 

 뭐 솔직히 이제와서 

 내가 그리 정상적인 학창시절을 보냈다는식의 

 구차한 변명은 하지 않겠다 

 문제가 있다면 많았겠지 왜 없었겠냐... 

 하지만 적어도 초등학교 2,3,4학년은 물론 5학년 가을무렵까진 

 엄마가 없고 아버지가 해외지사에계셔 

 혼자 집에서 밥해먹고 생활하는 아이란 것 외엔  

 딱히 문제될게 없는 아이가 

 6학년이 되고나선... 

 일단 두가지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선생님이 상담을 하러온 새엄마에게 한 이야긴 대충 그렇다고 하더군 

 수업시간에 혼자 소리없이 꽤나 서럽게 장시간 

 울고있다던가 

 혼자 쉬는시간에 나가서 학교 운동장 뒤로가서 

 소리를 빽빽 지르고 온다던가 

 원래도 그런건지...아니면 근래들어 이상한건지 

 그때까지 내가 새엄마가 생긴 가정환경 변화를 모르는듯했던 담임 선생님은 

 그제서야 내 가정환경의 모든 진상을 아신듯해 

 

 뭐 솔직히 걸핏하면 울고 소리지르고 한거 

 그때 그 갑작스런 가정환경의 변동사항이 

 싫고 짜증나서 그런거란거... 

 부인하진 않겠다 

 다만 운 이유에 대해 

 ‘왜 울었냐 ?’고 물으면 그것에 대해선 

 뭐라고 정직하게 대답할 방법이 없네 

 솔직히 왜 울었냐고 묻는다면 

 ‘이유가 없다. 더 정확히는 왜 운지 나도 모르겠음... 

 새엄마가 생긴게 싫어서 ? 아니면 그렇게 갑자기 변한 

 - 적어도 5학년때까진 나혼자 밥먹고 싶을 때 밥해먹고  

 TV보고싶을땐 TV보고 숙제나 공부 하고플 때 하고 

 그렇게 생활하던 패턴이 새엄마가 생긴후 방해를 받은게 

 싫어서 ??? 

 뭐 솔직히 그래서 짜증나서 소리지른건 사실이지만 

 운 이유는... 

 나도 몰라 솔직히 

 - 가령 뭐...며칠전에 본 일일연속극 결말이 너무 슬퍼서 울었다던가 

 어느 소년잡지에서 읽은 소녀가장 수기가 너무 슬퍼서 울었다던가 

 - 이런식으로 대답한다면 누가 납득할까... 

 

 여하튼 새엄마는 선생님 면담을 마치고 와서 

 진지하게 나한테 묻더군 ’우는 이유가 뭐냐 ?‘고... 

 사실 이렇게 되면 나로선 그야말로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게 

 우는걸 이전에 새엄마한테 들킨적도 있어 

 밤에 혼자 울다 옆에서 자는 새엄마한테 

 들킨적이 몇 번 있지 

 그때 새엄마가 놀라 깨어나서는 

 왜 우는지 물으면...나로선 진짜 대답할말이 난감하지 

 - 그렇다고 황당하게도 그 한밤중에 운 이유를 

 어제 오후 라디오 방송에서 들은 소녀가장 수기가 

 너무 슬퍼서 울었다...그런식으로 대답할수야 없잖아. -.- 

 다만 그때부턴...새엄마한테 우는게 들킬까봐 

 울고 싶을땐 혼자 방에서 나와 거실 구석에서 

 숨어서 장시간 울다 방으로 들어오곤 했는데 

 뭐 어른인 새엄마가...그거 눈치 못챌수야 없었겠지 

 

 새엄마는 하루는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묻더라. 

 ’내가 싫은거냐 ?‘고 

 어떻게...대답하기 난감하더라. 

 ’싫다‘고 대답하는 것 그 자체보다 

 싫다고 답했을 때 ’왜 싫으냐 ?‘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까 

 ’이유없이 그냥 싫다‘고 답할까 

 아니면... 

 (새엄마가) ‘너무 못생겨셔 싫다’고 답할까 

 아무리 그래도 초등학교 4학년이나 5학년도 아니고 

 6학년씩이나 된 애가 고작 새엄마가 싫은 이유가 

 ‘못생겨서 싫다’는 식의 단순무식한 대답은 좀 아니지 않나 ? 

 그럼 차라리 100% 진짜 정직하게 

 ‘무슨 드라마 일일극,시대극 같은데 나오는 세상고민 다 짊어진 

 그런 여자같이 생겨서 싫다’고 답할까... 

 이래저래 어떤 대답을 하기도 난감해진 상황이잖아. 

 

 실은 그 와중에 

 가출시도(?)도 한번 했었다. 

 가출시도라기 보단 그냥 너무 황당하거 허망하게 마무리된 

 한조각 작은 해프닝인데 

 그냥 어느날 하루는 한밤중에 문득 깨서 

 주섬주섬 짐을 챙겼어...집 나가려고... 

 나도 참 바보지...기왕 가출시도를 하자면 

 아무리 초딩이라도 그렇지 그래도 6학년이라도 된게 

 하다못해 지도책이나 기차역 시각표같은거라도 구입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며 사전에 계획을 치밀하게 짜던가 하지 

 그것도 새엄마가 – 제 딴에는 나랑 친밀하게 지내고 싶거나 

 나한테 엄마정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하는 일이라지만 -  

 내 방 바로 옆에서 자는걸 뻔히 알면서 

 일단 방에 하다못해 책상 형광등이라도 키면 불빛이 금방 비쳐질거고 

 내가 무슨 슈퍼맨도 아닌데 어둠속에서 

 혼자 옷갈아입고 짐챙기고 그걸 다 할 수는 없을테니 

 대번에 들킬거란거 생각 못했나 

 결국 새엄마는 내가 방에 책상불 켜고... 

 주섬주섬 옷챙겨입는거 보고 놀라서 깨서 묻더군 

 ‘왜 그러냐 ?’는 물음에 난 대답했아 

 ‘엄마찾아...갈거라’고... 

 

 결국 나한테서 이런식의 대답이 나오는걸 보고 

 새엄마는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습이시더군 

 그리고는 조심스레 묻더라 

 ‘엄마가 대체 어디 계시냐 ?’고 

 나는 대답했어 ‘OO’이라고... 

 그러고보니 

 아빠가 새엄마한테 내 친엄마의 고향이나 전력등을 

 이야기한적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새엄마랑 그렇게 사귀는 사이가 되면서 

 이런저런 사적인 이야기는 다 했을테니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레 나오긴 했겠지... 

 다만 내 입에서 나온 지명이... 

 자신(새엄마)이 알고있는 내 친엄마 고향이 아닌 

 엉뚱한 지명이 나오는걸 보고 

 적잖이 당황한 모양이야 

 뭐 모르겠다...구체적인 진상이 어떤건지는 

 나한테 엄마가 존재하지 않았던게 내가 여섯 살도 되기전 일이니 

 그걸 내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기억하나 

 다만 할머니나 고모님 몇분이 막연히  

 ‘니 엄마는 OO에 갔다’는 식으로 한두번 이야기한 기억이 있고 

 아주 어렴풋이나마 내 기억에도 그 지역에서 

 엄마(?)로 추정되는 이와 잠시나마 살았던 기억이 있어 

 그리 대답한 것 뿐인데 

 헌데 새엄마가 알고있는 내 친엄마 고향은 

 내가 언급한 그곳이 아니었나봐...그 또한 나중에나 알게된것이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 

 어느덧 여름방학때가 되었다 

 헌데 뜻밖에도 새엄마가 이 무렵에 

 과외선생을 들이더라 

 이제 곧 중학교에 들어가야하는 아이인데 

 미리미리 공부시키는게 좋지 않겠느냐며 

 아...18 진짜... 

 솔직히 90년대면 아직 ‘선행학습’ 같은 개념이 생기기도 전이고 

 물론 이때도 잘사는 집이나 애 공부 세게 시키는 집에선 

 애 초등학교 6학년 중반무렵부터 

 미리미리 영어,수학 중학교 과정 공부시키기도 한다는 

 그런 이야긴 나도 귀동냥으로 들어 알곤 있었지만 

 (* 하다못해 학교 선생님들도 그런 말씀은 애들한테 정보성으로 

 귀띰해주는 차원에서 이야기해주실수도 있는거니까) 

 

 하지만 난 근본적으로 

 ‘공부하기 싫어서’ 과외공부 시키는게 싫었다기 보단 

 새엄마가 그런식으로 나의 일상을 

 점점 옥죄어 온다는게 싫었다 

 어쨌든 새엄마가 들어오고나서 

 32평짜리 아파트 부엌이며 거실 

 TV 보는 시간이며 밥먹는 시간이며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제약을 받는다는것도 싫었는데 

 그런 새엄마가 심지어 어떨땐 엄마정을 느끼게 해주곘노라며 

 내 잠자리까지 침범(?)해 오더니... 

 이제 과외선생까지 ??? 

 정말이지 나한테는 

 새엄마가 들어오고 난 뒤로 

 좋은시절 다 갔다 

 물론 어느덧 중학교 들어갈때가 다가오니 

 ‘이젠 공부해야할 때가 되는구나’ 그런 생각을 

 안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새엄마가 끔찍할정도로 내 일상과 사생활을 

 침범하며 옥죄는 시간이 갈수록 많고 강해져갈줄은... 

 그야말로 좋은시절 다 갔다... 

 

 새엄마가 과외선생으로 들인 사람은 

 뜻밖에도 새엄마와 세 살터울지는 남동생이었다 

 그러고보면 새엄마는 위로 두 살터울 언니 그리고 

 세 살터울 남동생이 밑으로 하나 더 있는 

 2녀1남 3남매중 둘째였던건데 

 솔직한 심정 그대로 말하자면 

 새엄마는 그래도 – 어차피 딱히 부를 호칭도 마땅치 않은데 

 - 아무리 그래도 아버지외 재혼하신 상대를 ‘아줌마’니 ‘누나’니 

 그런식으로 부르는건 그렇지 않나 

 그래서 ‘새엄마’란 호칭은 마치 처음부터 그런 호칭을 준비해온 사람마냥 

 익숙하게 잘 나왔지만 

 솔직하게 새엄마의 언니니 남동생이니 하는 이들한테까지 

 이모나 외삼촌이란 호칭은...쉽게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 뭐 어차피 이 나라가 아무한테나 가령 엄마랑 친한 동료나 선후배 

 또는 이웃집 아주머니나 식당아주머니를 ‘이모’라 부른다던가 

 사실 삼촌도 비슷한 맥락으로 호칭이 애매한 사람을 그런식으로 부르는 문화가 

 오래전부터 있어오긴 했지만 

 - 또 듣기로 잘사는 동네에선 파출부나 가정부 아줌마를 

 애들이 무시하지 않거나 친하게 지내도록 하도록  

 ‘이모’라 부르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난 그런 경우가 아니지 않나 

 그래도 새엄마의 동생은 그런식으로 내 과외선생이 되었으니 

 하다못해 ‘선생님’이란 호칭이라도 부를수 있었지만 

 새엄마의 언니한테까지 ‘이모’란 호칭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레 알게된거지만 

 새엄마의 동생은 원래 고등학교 수학선생이 되실분이었는데 

 한 1년정도 그 일을 하다 무슨 이유로 퇴직한 분이었거 

 - 느낌상 무슨 전교조나 이런 활동하다 해직된분은 아닌듯했고 

 그냥...막상 학교선생일을 하다보니 잘 안맞는게 많았는지 

 퇴직했다고 한다. 그리고 내 과외선생이 된건데 

 - 그러고보면 새엄마는 대학에서 이태리어를 전공한 

 통역사겸 번역가 출신 

 게다가 새엄마의 동생도 고등학교 수학선생 출신 

 의외로 후덜덜한 남매들이다... 

 다만 새엄마의 언니는 그 정도로까지 후덜덜한 뭐가 있는건 아니고 

 대충 들어보니 그분도 서울에서 4년제 대학까진 졸업한분 같은데 

 다만 학교 졸업후엔 대충 엇비슷한 연배의 남자와 교제 

 이후 결혼해서 평범한 전업주부로 사는 그런 분인 것 같았다. 

 - 헌데 90년대면 이미 젊은세대중엔 전업주부보다 결혼후에도 계속 

 일하는 여성이 비율적으로 늘어가던 시긴데 

 새엄마의 경우 사실 통역사나 번역가는 프리랜서 일도 가능하고 

 또 어쨌든 그렇게 애딸린 이혼남인 우리 아버지와 결혼 

 나 키우는일에 전념하기로 해서 그렇게 된걸로 이해할수도 있지만 

 새엄마의 언니란분도 전업주부란건 묘하게 좀 딱하다는 생각 정도는 들더라 

 

 새엄마의 언니란 사람은 우리집에도 한두달에 한번 정도는 

 들른적이 있는데 

 어쨌든 여동생이 그런 초등학생 애가 있는 이혼남과 젊은나이에 

 결혼했다고 하고...그래서 

 이래저래 동생 사는게 걱정도 되고 불안하기라도 한지 

 한두달에 한번정도 그렇게 우리집에 들르시는 경우가 있었다 

 나야 뭐 그분한테까지 딱히 친숙하거나 친밀하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서 

 그분 오시면 그냥 정중하게 인사드리고  

 난 나대로 방안에 들어가 책보던가 공부하던가 

 때론 라디오듣던가 그러면서 시간을 보내다 새엄마 언니분 

 돌아가실 때 되면 나와서 배웅인사하고 그랬으니 

 뭐...그 시절 어른들 나 보는 시각이 대개 그렇듯 

 그냥 말수적고 차분하고 조용한 아이... 

 그 정도로나 이미지에 각인되었겠지 뭐... 

 

 반대로 내 과외선생님이 된 새엄마의 동생은 

 말했지만...나한테 수학 선행학습을 시켜주실분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얼마안가 내 수학실력이 뽀록나기 시작했다... 

 솔직하 나도 4칙연산이라던가 면적,넓이 이런거 계산하고 

 그런거 배울때까진 수학을 딱히 못하는 수준은 아니었는데 

 차츰 무슨 방정식이니 부등식이니 

 이런가 나오면서 헤매기 시작했다 

 그러니 그런 내개...5,6학년 수학과정부터 흔들리던 나를 

 심지어 중학과정 선행학습을 담당하시게 되었으니 

 내가 수학을 ‘얼마나 못하는 X’인지는 

 금방 뽀록(...)난거지 뭐... 

 하루는 내가 아무래도 수학의 특히 방정식,부등식,함수 

 이런건 아무리 가르쳐줘도 이해를 못하는 것 같자 

 진지하게 물어보시기도 하더라 

 ‘너 수학을 못하는거니, 싫어하는거니 ?’  

 뭐...둘 다 맞는 질문 같으니 나야 그렇다고 대답했지 

 그러자 선생님이 이해할수 없다는 듯 말씀하시더라 

 ‘아버진 명문대 나오신 분이라고 들었는데 대체 왜 ???’ 

 

 아...18 진짜...내가 어린시절 정말 듣기 싫었던말 

 아니, 도대체 사람들은 왜 아버지가 명문대 나오면 아들도 당연히 

 명문대 들어가거나 그만큼 공부를 잘할거라고 

 막연히 지레짐작하는걸까 

 (* 아니 도대체 아빠가 명문대 들어갔다고 아들도 명문대 가는거면 

 그럼 아빠가 대통령이면 아들도 대통령 해야하는거냐 !!! 

 그럼 아빠가 국회의원인 사람 아들들은 그 사람들도 전부 국회의원 해야겠네 !!!) 

 뭐 어쨌든 유전의 법칙이란게 존재한다면 

 아빠는 그만큼 공부도 잘하고 머리도 좋아서 

 명문대 나와 대기업까지 취직할 정도인데 

 아들은 왜 그 모양인지 이해가 안간다면... 

 (* 아마 엄마나 외가쪽이 전부 꼴통이라서 그쪽 유전자를 물려받아서  

  그런가보지 뭐 !!! 그럼 뭐 유전학적 논리로도 말이 되는거 아냐 !!!) 

 

 아...18 그리고 이건 진짜 

 공개하기 쪽팔려서 망설이다 순서가 바뀌었는데 

 실은 그렇게 친엄마 찾아가겠다고 

 한밤중에 일어나 짐챙기며 울고불고한 날 

 새엄마가 겨우겨우 달래서 재워주고 

 그 다음날 아침에 

 날 학교까지 업어서 데려다 주더라... 

 아...진짜 이건... 

 아무리 그래도 친엄마 보고싶다고 울며불며 난리친 의붓아들 

 달래기용 퍼포먼스(?)론  

 너무 오버 아니냐 ??? 

 당시 우리가 사는 OO 아파트에서 

 내가 다니는 OO 초등학교까지가 

 성인 발걸음으로 20분 좀 넘게 걸리는 거리였는데 

 내가 그나마 6학년 또래중에 

 키가 작고 왜소한편이길래 망정이지 

 만의하나 내가 

 이O기나 강O동 같은 우량아였으면... 

 그땐 어쩌려구... 

 다른 문제는 다 둘쨰치고라도 

 친엄마한테 간다고 울며불며 난리치던 

 초등학교 6학년 의붓아들을 달래주기 위해 

 서른살 새엄마가 업고서 학교까지 데려준 일은 

 대한민국에 신식근대교육제도가 도입된 이래 

 최초의 사건이 아니었나 싶다... 

 

 어쨌든 

 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비뚫게 나가기 시작했다 

 다만 내가 성격이 생각보다 소심한편이라 

 무슨 드라마나 영화에서 이따금 보는 

 철없는 사춘기 소년마냥 극단적으로까지 

 새엄마한테 반항하거나 대든건 아니고 

 다만... 

 모든걸 ‘거꾸로’ 말하기 시작했어 

 그러니까...‘거짓말’을 하는거하고는 차원이 좀 다른데 

 한마디로 내가 싫어하는건 좋다고 말하고 

 좋아하는건 싫다고 말하는식의 

 ‘심통’을 부리기 시작했지 

 

 가령 이런식이야. 

 원래 내가 과일중에 토마토,포도,바나나 이런것들은 

 어릴때부터 싫어헀는데 좋아한다고 말했고 

 그랬더니 이 멍청한 새엄마가 내가 그렇게 말하고 나니 

 매일같이 챙겨주더라...-.- 

 그리고 난 원래 단음식 별로고 약간 짭짤하거나 짠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그것도 반대로 

 단거 좋아하고 짠음식 싫어한다고 말했고 

 다만 학교 교과목은 거짓말을 할 수가 없는게 

 일단 체육...운동 못하는건 그렇게 새엄마가 학교 선생님 

 상담 갔을 때 들통이 난거고 

 수학 못하는것도 새엄마 동생이 과외선생 하면서 

 다 들통난거니까 

 차마 그건 더 거짓말 못하겠더라 

 어차피 운동도 못하고 수학도 싫어하는거 새엄마는 물론 

 새엄마 동생까지 뻔히 아는데 그걸 거짓말할순 없고 

 그렇다고 실제 좋아하는 과목까지 싫어한다고 말했다간 

 이건 그냥 좋아하고 싫어하는 과목 여부를 떠나서 

 그냥 공부 안하고 공부 싫어하는 애...그렇게 이미지가 각인될까봐 

 일단 그건 반대로 이야길 못하겠더라 

 

 야구... 

 야구야 뭐 대한민국 전 국민 대다수가 좋아하는 국민 스포츠니 

 90년대에 초등학생인 내가 야구에 관심없다고 하거나 싫어한다고 

 한다면 물론 거짓말이겠지만 

 그러고보면 새엄마는 확실히 야구 좋아하는편이고 

 심지어 특별히 응원하는 팀이 있는 눈치이기도 했는데 

 난 원래 야구에 관심없는 사람인양 

 일부러 외면하며 눈길을 주지 않았지 

 그리고 실은 올림픽때 선전하던 비인기종목 한두개에 

 관심을 갖기도 했지만...그 역시 일부러 관심 없는척 

 일부러 외면했고 – 그런건 뭐 일부러 말할필요는 없는거잖아 

 가령 굳이 ‘나 핸드볼,여자하키 좋아해요’ 이렇게 말할 사람은 있어도 

 ‘나 핸드볼이렁 여자하키 엄청 싫어해요 !!!’ 그렇데 

 대다수 사람들이 평상시 관심도 없는 그런 비인기 종목에 

 호,불호 여부를 일부러 밝힐 사람은 없는거잖아 

 그러니 그 역시 관심 없는척 그냥 시치미를 뚝 뗐지 

 그리고 원래는 겨울방학때 가끔 여자농구,여자배구 중계하는거 

 슬슬 관심이 가는것도 그때부텨(6학년 겨울방학)였는데 

 역시 관심없는척 외면했다 

 - 근데 가만 생각해보니까 이런건...가령 좋은데 실은 싫은것처럼 

 튕기는건 여자애들이 마음에 드는 남자한테 일부러 그러는건데 

 사내X끼가...쪼잔하게스리...그것도 새엄마에 대한 반항을 

 그런식으로 하다니...-.-;; 

 

 사실 뭐 막상 ‘거꾸로’ 말하려니까 좋아하는것과 싫어하는 것을 

 반대로 말할게 그리 많지 않더라 

 일단 어차피 학교 과목중 싫어하는 과목이 어떤건지는 

 새엄마가 아니까 그건 거짓말 할게 없고 

 그렇다고 초등학교 6학년짜리가...물론 조금 성장이 빠른 애들이라면 

 이성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눈이 뜨이기 시작할 

 나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 나이에 장가를 보내달라고 하곘나 연애를 하겠다고 하곘나 

 그러니 그런것도 무슨 좋아하고 싫어하는 이성에 대한 취향 

 그런걸 말할수 있는 나이도 아직은 아니니 

 그냥 좋아하고 싫어하는 음식이나 간식 혹은 스포츠 종목이나  

 TV프로...그런 것 빼곤 생각보다 별로 없네... 

 

  다만 그러고보니 중학교 2학년때쯤에 

  그런말은 한적이 있었다 

  아마 그때 모 방송사 일일연속극에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탈렌트가 있었는데...일단 해당 일일극이 당시 선풍적으로 

  인기리에 방영될때라...그 주인공 역시 뜨는 분위기였고 

  보니까 아마 미스코리아 출신이고 

  그리고 가끔 토크쇼 같은데 나와 인터뷰 하는걸 보면 

  약간 소위...공주병이라고나 할까...아니면 좀 또라이 기질이 

  보인다고나 할까... 

  그리고 한번은 가족들 사는모습을 보여주는 리얼 버라이어티를 

  그 배우가 찍었는데 

  대충 보니까 일단 부모님은 다 계시고 

  오빠가 위로 한 셋인가 넷...그렇데 되는 

  그런 집안의 막내딸이라 하더라고 

  대충 보니 그 배우 입으로도 여하튼 잘사는집 막내딸로 자라서 그런지 

  굉장히 공주처럼 귀여움받고 예쁨받고 그러면서 

  자라났다고... 

  무슨 생각에서인지 하루는 새엄마한테 그렇게 말했어 

  나 저 배우 좋다고...저런 스타일이 좋다구... 

 

  10넌정도의 세월이 흘렀다. 

  사실 6학년때 나와 새엄마 사이가 영 불편한 것 같자 

  아빠와 새엄마는 나를 따로 나가 살게하는 방안을 

  논의하시긴 하셨던 것 같아 

  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었어 

  일단 내가 2대독자라 아버지도 독자셔서 

  어디 마땅히 맡길만한 친척도 없었고 

  (* 솔직히 5촌(아버지의 4촌),6촌 정도만 되어도 

    90년대뿐만 아니라 이미 70-80년대에도 명절때나 경조사때 

    정도에 가끔보는 남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던 시절이고) 

  굳이 대안으로 거론된게 아버지 외국나가 게시는동안 

  날 돌봐주셨던 아버지 친구분인 

  오선생님,이선생님 정도가 나 맡길곳으로 거론되곤 했지 

  일단 오선생님댁엔 딸이 셋인데 이미 다 중학교,고등학교 

  들어간 사춘기 누나들이고 

  이선생님댁엔 나랑 비슷한 또래 아들과 그보다 두어살 어란 

  여동생 이렇게 1남1녀가 있었던걸로 아는데 

  이래저래 내가 이제와서 그것도 중학교 들어갈 때 다 되어서 

  걔네들과 사는 것은 내가 더 불편할 것 같아 싫다고 했지 

  그렇게 

  아직 어린 내가 무슨 자립해나갈 경제적 힘이 있는것도 아니니 

  불편한 동거가 그런식으로 계속 이어진거지 

 

  새엄마에 대한 어떤 반항심리였던걸까 

  새엄마가 우리집에 비디오기를 구해놓은게 내가 중3 무렵인데 

  일단 새엄마도 가끔 그렇게 비디오기로 영화빌려 보는걸 좋아하는 

  사람이고 다만 내가 어릴때는 좀 안좋은 영화 같은거 

  보게될까봐 그래도 나 고등학교 들어가게 될 때쯤 

  비디오기를 구입하신건데 

  난 새엄마 몰래 이따금 이상한 영화를 빌려보기 시작했지 

  ...어떤 반작용 내지 역작용인걸까 

  거...그러니까 있잖아...젊은 새엄마랑 사춘기 의붓아들간에 

  여차저차 이상한 관계되는... 

  다만 요즘은 그런거 우리나라 성인영화계도 

  꽤 많이 만드는 것 같다만 

  그때만 해도 소재제약,검열같은데 걸리는지 

  잘 없더라 

  다만 내가 한동안(고등학교때부터) 그런걸 집착적으로 빌려보려 하니까 

  어떤이들은 그렇게 핀잔주기도 하더라 

  ‘일본야동 너무본거 아니냐...’고... -.- 

  헌데 난 분명히 말하지만 일본 야동이고 야설이고 그딴거 

  별 관심 없었고 다만 청계천이나 뭐 그런데 

  일본에서 들어온 이상한 비디오 많이 있다는 그런 이야기 정도나 

  귀동냥으로 들어본게 전부야 

  어쨌든 난 그런 가정환경 때문에 오히려 어떤 반작용이나 역작용으로 

  그런류의 비디오물에 더 집착한거 같은데 

  여하튼 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선 그런 비디오 

  구해보기 쉽지 않았어 

  대신 가령 남편이 나이가 많거나 성불구라서 젊은 아내가 

  갈등하다 결국 젊은 남자와 불륜관계가 되는 

  그런류의 성인 비디오가 많았지 

  내가 가끔 그런류의 성인 비디오를 빌려본다는걸  

  새엄마에게 들킨건 그리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어 

  새엄만 내게 진지하개 ‘성교육’까지 즉석에서 시켜주시며 

  장시간 날 타이르며 ‘이런거 보지말라’고 하시더군 

 

  솔직히... 

  새엄마를 죽여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받았던 경우가 

  세 번정도 있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어차피 내 솔직한 심경고백이니만큼 

  그대로 다 이야기할게 

  그런 생각이 든 이유는 위 장문의 글에 충분히 다  

  설명이 되었으니까 생략하고 

 

  한번은 무더운 여름밤에 새엄마가 날도 더우니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바람이나 쐬자고 날 데리고 

  속옷바람으로 올라가셨는데 

  난 거기서 순간 새엄마를 여기서 떨어뜨려 죽여버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 

  - 참고로 내가 사는 아파트는 총 12층이었고 그중 우리집은 

  4층이었어 

  허나 난 상상으론 그 어떤 못된 생각이나 상상을 할 지언정 

  겁은 많아서 실천에는 못 옮기고 말았고 

  두 번째는 한번은 새엄마가 옷사주곘다며 

  (초등학교 6학년 그때말고 나중에 고등학교때쯤) 

  날 차태워서 시내 백화점까지 데리고 가셨는데 

  갔다 오는길에 한강다리 한가운데서 차가 고장나는 바람에 

  차를 고칠만한 사람이나 견인차를 부르며 

  일단 발을 동동구르며 대기하고 있었지 

  새엄마는 갑갑한지 한강다리 난간에 기대어 

  잠시 경치를 구경하고 계셨는데 

  역시 순간 그런 충동이 일었어 

  새엄마를 여기서 밀어버리고 싶다는... 

  물론 이번에도 실행에 옮기진 못했지 

 

  세 번째는 아마 고등학교 졸업하고 재수할 때 같은데 

  기분전환이나 할겸 새엄마가 나 여행이나 시켜주신다고 

  차 태워서 어디 멀리까지 갔어. 

  헌데 주말이라 그런지 서울 인근지역 어느 터널을 지나는데 

  차가 많아서 더 가지도 못하고 터널 한가운데서 

  한동안 꼼짝달싹 못하는 그런 상황이 되었어 

  이번엔 순간 어이없게도 

  무슨 첩보영화 같은데 나오는 테러마냥 

  차라리 이 터널을 폭발해 무너뜨리고 

  나는 그런 첩보영화 공작원마냥 탈출해버리고 

  이 터널이 이대로 무너져 내리면...새엄마는... 

  그 생각을 잠깐 했었지 

  물론 난 첩보요원도 아니고 그 상황이 첩보영화는 

  더더욱 아니기 때문에 

  역시 머릿속으로 상상뿐...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그렇게 새엄마를 없애고 싶다는 생각은 

  머릿속 상상으로만 몇 번 했을뿐 실행엔 옮기지 못하고 

  중학교,고등학교 시절을 거쳐 재수해서 대학 들어갈때까지 

  대락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거야   

  새엄마와는 그리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은 데면데면한 사이 

  딱 그 정도로 시간이 흐른거지 

  다시 10년이 더 지났어 

  그러니까 내가 대학 졸업하고...군대 갔다오고 그리고 

  취직해서 한 2-3년 더 지나서 

  어느덧 내 나이 서른이 되니까 

  새엄마가 사뭇 걱정되는 듯 그러더라고  

  ‘장가 안가냐 ?’고 

 

  그런 새엄마에게 난 퉁명스럽게 대답했어 

  원래 연애고 여자고 관심없었고 또 그런 여자 사귈 자신도 없다고 

  그러자 새엄마가 아버질 생각해서라도 넌 장가가야한다며 

  - 그러고보니 새엄마가 아버지하고 사이에 자기 아이는 낳지 않은채 

  그 정도 시간이 흐른거네 ? 

  여하튼 동분서주하며 내 혼처를 알아보려 하시더라 

  다만 새엄마도 생각보다 인맥은 그리 넓지 않은지 

  자기 언니한테까지 도움을 청했어 

  그래서 난 얼마 지나지 않아 

  새엄마 언니에게...그 언니분 친구의 큰오빠의 막내딸이란 여자를 

  소개받게 되었지 

  좀 헷갈릴 것 같아 나이를 굳이 말하자면 

  내가 초등학교 6학년때 새엄마가 서른살 

  새엄마의 언니가 그보다 두 살 위라고 했지 

  그리고 그 정도 세대면 가령 ‘둘만낳아 잘기르자’니 뭐니 

  이런 정책이 한참 시작될 때 태어난 세대긴 하지만 

  그래도 8남매,9남매 낳던 시절 세대의 거의 끝자락이라 

  형제가 그렇게 많고 나이터울 많이지는 형제 있는거 

  새엄마나 새엄마 언니 정도 연배의 여자들 정도에게까진 

  그렇게 이상스러운일은 아니야 

 

  다만 새엄마 언니의 친구분이란분은  

  형제가 그렇게까지 많은편은 아니고 한 오남매중 막내 

  큰오빠랑은 한 열 살 차이 조금 넘는 그 정도 터울이고 

  그러니 이 무렵 연세 60을 넘긴 그런분에게 

  슬하에 3남1녀가 있는데 아들셋은 이미 30대 

  그리고 막내딸이 나와 비슷한 연배인 

  그런 집안의 딸을 소개받은거야 

  그러니 굳이 말하자면 

  새엄마 언니분 친구의 큰오빠댁 막내딸을 

  소개받은거지 

 

  난 막상 일이 이렇게 되니 새엄마에게도 새엄마 언니에게도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싫다는 내색 못한채 

  그냥 이 결혼 받아들이기로 했다. 

  - 아...18...중학교때 그냥 지나가는말로... 

  그 당시 미스코리아 출신 공주병 환자라는 신인탈렌트 

  집안에서 3남1녀중 막내인가 4남1녀중 막내라는 여배우를 

  (싫은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새엄마한테 ‘이상형’이라고 말했던게 진심 후회된다 !!! 

 

  결혼을 결심하고 반년후 혼례식을 치렀지 

  주례 선생님은 내가 아는 인맥 통해서 잘 나가는 명문대 사회학과 교수님을 

  직접 초청해서 주례를 서도록 부탁드렸는데 

  그분은 내가 새엄마한테서 자란 내막을 모르는분이라 

  마지막 신랑,신부 부모님께 인사하는 장면에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 

  ‘그동안 낳아주고 키워주신 은혜에 감사하는 의미로 부모님께 

  큰절 올리겠습니다. 신부도 이렇게 훌륭한 아들을 잘 낳고 키워주셔서 

  신랑으로 맞이하게 해주신 은혜에 감사하며 앞으로 훌륭한 며느리 집안의 

  효부되겠다는 마음으로 감사의 큰절을 올리도록 하십시오’  

  이렇게 말씀하시더군 

  하지만 난 

  내 마음속의 끓어오르는 분노,증호,경멸,혐오의 감정을 한데 모아  

  내 앞에 한복차림으로 단아하게 앉아있는 새엄마의 주걱턱을 

  한 대 후려갈겨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겼다. 

  하지만 

  신랑신부는 물론 양가 부모님과 모두 인연이 있는 가족,친지,친구 

  사회,직장 동료 선후배들 모두 참석한 그런 결혼식에서 

  그런짓을 벌였다간 얼마나 감당못할 사태가 벌어질지 

  모르는 바보가 아니기에 

  또 한편으론 그만큼 ‘소심한 남자’이기에 

  난 그냥 잠낀 아주 살짝 남들 눈에 뜨이지 않을 정도의 높이로 

  살짝 들어본 주먹을 내려놓은채 

  새엄마한테...큰절을 올렸다 

 

  동남아로...신혼여행을 떠났는데 

  나와는 한 살차이인 신부가 먼저 씻겠다며 욕실로 들어갔지 

  헌데 난 순간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싶어졌어 

  어디로 ? 엄마...바로 친엄마한테로... 

  친엄마가 어디있는지는 아냐구 ? 물론 모르지 

  내가 여섯 살도 되기전에 사라져버린 친엄마 존재를 

  이미 나이 서른에 이른 내가 무슨수로 그 소식인들 알수있겠냐 

  어릴 때 어렴풋이 할머니나 친척어른이 막연히 말씀해주신 

  ‘니 엄마는 OO으로 갔다’는...거기 언급된 지명도 

  지금와 다시 생각해보니 정확한 지역이나 지명은 아닌 것 같고 

  내가 친엄마가 어디 계신지 그 연락처나 단서를 알 방법은 

  전혀 없는 것은 여섯 살때나 초등학교 6학년때나 

  또 어느덧 서른이 되어 장가까지 가게된 지금이나 

  달라진건 없어... 

 

  다만...그래도 세상은 ‘넓고도 좋다’는 흔히 하는 속언이 정녕 

  틀리지 않는 진리라면 

  작심하고 지금 당장 결혼도 직장도 모두 때려치우고 

  대한민국 땅끝까지뿐만 아니라 지구끝까지 샅샅이 뒤져서 찾아낼 생각을 하고 

  돌아다녀본다면 

  설마 친엄마의 흔적이나 소식에 닿지 않을까 

  신혼 첫날밤...신부가 목욕하는동안 난 호텔방 수화기를 살짝 든채 

  바로 그런 생각과 고민을 하고 있었던거지 

  하지만 난 역시 소심한 남자... 

  어느덧 신부가 목욕을 마치고 나오는지 

  덜컥 욕실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난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친엄마 찾는일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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