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가정폭력을 보며 자란 딸입니다.
이혼이라는 단어를 알았을 때부터 엄마에게 이혼하라고 제발 그 지옥 같은 곳에서 저희 남매를 데리고 탈출해주기를 바랬습니다.
아빠가 술 마시고 온다고 할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어쩌다 조용히 넘어가는 날에는 안도하며 잠들었던 기억...
그렇게 시간이 흘렸고 저는 결혼 후 친정과는 거리를 두고 안정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자식에서 연금(생계비)으로 핑계만 바꿔가며 서류상 부부를 유지 중입니다. 아마도 본인의 경제적 무능력과 이혼녀라는 사회적 낙인이 더 무서우셨겠죠.
아빠라는 인간은 폭력, 술, 외도 두루두루 모두 다 하는 나쁜 놈이었고 저희가 20대가 된 이후엔 덩치가 커지니 엄마나 저희를 예전처럼은 대하지 못했습니다. 그즈음부터는 제가 나서서 몸싸움하고 경찰 부르고 진단서 끊으러 병원데리고 다니고 그랬었죠. 그때도 엄마는 제 뒤에만 숨었고요.
얼마전까지도 외도로 이혼을 하니 마니 하는 상황이었고 그러는 와중 아빠라는 인간이 암진단을 받았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이혼을 해라, 얼굴만 봐도 부화가 치민다는 사람 병수발들다 엄마가 먼저 잘못될 수도 있다 고민해보시라했어요.
따뜻한 배우자와 함께 하면 황량했던 내 삶까지도 온기가 가득해진다는 것을 제가 결혼해보니 알겠더라고요. 그러면서 같은 여자로서 그런 삶을 살아보지 못한 엄마가 한편으로는 안타까우면서도 답답하고 그 결핍을 자식과 이젠 사위인 제 남편한테까지 채우려고 하시니...
이젠 아빠만이 아닌 엄마와도 인연을 완전히 끊어내야 할 것 같습니다. 기대여명이 길지 않으니 수발을 들 생각인듯 합니다. 이젠 지긋지긋해요. 뭐 본인이 하고 싶다면 하게 지켜봐야죠. 그렇게 사는 것도 엄마 인생이니..
결혼 후 엄마의 삶에서 최대한 멀찍이 분리한 줄 알았지만 마음은 그렇지 못했었나 봅니다.
제 마음이 너무 지옥입니다. 스스로 내 자신이 나쁘지 않음을 알지만 마음 한구석엔 아픈 부모를 모른척하는 패륜을 내가 저지르고 있는 건 아닌지, 개차반 남편이라도 그마저도 남편이라고 수발을 들 생각을 하는 엄마를 보니 저는 그런 엄마가 더 불쌍하고 가여워 미칠 것 같아요.
저희 남편은 제가 이런 억압되고 불안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것을 모릅니다. 겉으로 볼 때는 멀쩡한 가정으로 보이거든요. 어디든 말하고 실컷 울 곳이 필요해 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