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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태어나도 너를 찾아갈게

반짝이는물결 |2023.09.05 02:19
조회 1,160 |추천 5
안녕 빛나는 내 사람아.
사람들이 항상 묻더라 귀머거리가 뭐가 좋냐고, 어떻게 데이트하냐고, 어떻게 통화하냐고
또 안외롭냐고 너 미래 정말 괜찮겠냐고
나도 알아 처음부터 그리고 지금까지 그 생각을 무시한 적 없었어.
너도 나도 성인이고 미래의 엄마가 될 사람이기도 하니까.
처음 널 봤을때는 사방의 시끄러운 소리가 먹먹해지고, 오로지 너의 눈과 입 그리고 목에 힘을 주고 대화하는 너에게만 집중했던 것 같아.
혹시라도 내가 못 들을까 놓쳤을까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모든걸 다 담고싶었거든.
너라는 사람을 알고 나서부터는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의 알람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 널 만나는 수요일 덕분에 화요일 목요일이 제일 행복했었어.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왜 몰랐을까. 앞을 보고 걸어도 내 목소리만 크면 다 들릴거라 생각했어. 눈을 크게 뜨고 힘주면서 또박또박 말하면 내 대화를 다 이해했을거라 생각했어.
너라는 사람을 알면 알수록 고개를 갸웃하는 일이 많아졌지.
반복되는 질문들과 했던 말을 또 말해주는 너를 보며 청각장애인의 이해라는 책을 읽고 내가 이해해야하는 부분이구나 싶었어.
너라는 사람을 더 이해하고 알고싶어서 모르는 모임에 갔다가 비장애라는 이유로 폭행도 당하고 입에 담지못할 많은일들을 겪었지만 '그러니까 내가 만나지말랬지'라는 주위사람의 말을 들을까봐 그럴수있지 하고 스스로를 달랬어.
처음 너와 함께 밤을 보낸 날에는 양치하고 있는 너의 등을 바라보며 '내 목소리 들려?, 정말 안들려? 동굴처럼 울리게 말해도 안들려?'하며 얼마나 물어봤는지 몰라. 
그때 알았어. 소리를 듣는게 아니라, 진동을 들었던거였구나. 
항상 내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는 너가 갑자기 천천히 보이더라. 
아주 한참후에 왜 조금은 들린다는 애매한 말을 했냐고 너에게 모진말을 내뱉었을 때 너는 그냥 미안하다는 말만 내뱉을 뿐 정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어.
내가 자고있을 때 미안하다고 작게 말하며 쓰다듬어주는 너의 목소리도 항상 조심스럽게 작게 행동하는 너의 모습도 다 알아. 
아마 귀가 안들리던 너는 나의 미세한 불편함의 표정과 행동들이 눈에 띄게 보였겠지?
맞아 폭행당한 날 얼굴에 부딪히고 나서부터 계속 통증과 이명이 반복되더니 큰 소리만 나도 이명소리와 통증이 너무 아프더라. 
시간이 지나 내가 모르는 클락션을 갑자기 들을때는 주저 앉고싶어져 너무 놀라면 눈물도 나더라.
그래도 널 아끼고 사랑했나봐. 가끔 보청기에서 나는 소리에 귀가아파 빼던 너의 모습을 보면 '아프겠다'라는 생각을 했거든.
내 생각을 못했어. 나를 챙길 생각을 못했어.
너가 좋으니 너의 친구들과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고 귀가 안들린다는 이유로 너가 겪었던 과거들을 같이 위로해주고 더 사랑을 주고 싶었어. 너가 충분히 느낄 수 있게. 
너가 화장실 갈 때, 주위에서 나보고 수어 좀 배우라고 하더라. 너가 나랑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한계가 있고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배우면 되는데 그때 그 말이 왜이리 울컥하던지 '너도 불편했었구나'하고 생각하면 되는데 왜 이리 서럽던지.
나도 모르게 너 때문에 날 잃고 싶지 않다고 했지. 
어쩌면 너를 더 모질게 군 건 나와 미래를 함께 가기위해 그랬던 것 같아. 
널 보면서 나는 이해가는데 우리 가족은 너와 대화하는게 가능할까, 괜찮을까 싶었거든. 
'너 때문에'라는 말을 들을때마다 너의 마음은 어땠니? 
아무렇지 않아하는 모습과 항상 미안해라는 말이 그 동안의 너가 겪어왔던 과거들이 느껴져서 더 아프고 화도났어.
사실 나는 일년에 두번 콘서트 보러가는 걸 좋아해.
노래도 잘 부른다? 언니가 울면서 했던 말이 있어. 꾀꼬리 같은 너의 노래를 못 듣는거네?하고 말이야. 
원래 가끔은 친구 연습실 따라가서 피아노 치면서 노래 녹음하는 걸 좋아했고, 전화로 스피커폰 하고 통화하는 걸 너무 좋아했어. 
내 목소리와 웃음소리는 얼마나 큰지 시끄럽다고 화내던 사람도 있었다니까.
그거 알아? 나 아직도 가끔은 퇴근하고 자연스럽게 통화버튼을 누를라고 해. 할 말이 너무 많은데 막상 널 만나면 전달하기까지가 어렵더라.
웃긴일이지만 난 여전히 너가 자고있으면 소리를 작게 틀어서 영상을 보고 이동할때는 조심스럽게 문소리도 작게 닫아. 그리고 방구소리가 날까봐 물소리를 틀기도 해. 
만나는 사람마다 그러더라 왜이리 차분해졌냐고 왜이리 목소리가 작아졌냐고
너랑 만나면서 나도모르게 입모양을 크게 할 뿐, 내 목소리를 내지 않기 시작했고, 나도 모르게 회사에서 튀어나오는 수어에 내 손가락을 잡고 있는게 버릇이 되었어. 
어느날은 조금만 대화해도 목이 금방 쉬고 너무 아파서 의사에게 물어보니, 목의 자극이 없어서 그렇다고 하더라. 
지금도 여전히 누구와 오래간만에 폭풍대화를 하면 목을 잡고 대화를 해. 
있잖아, 나 잘때 나를 위해 미리 빨래를 해놨다고 칭찬해달라고 하는데 나는 세탁기 탈수소리에 잠을 깬단다?
너가 요리를 할 때는 보글보글 거리다 넘치는게 불안해서 불 앞에 서있고 어디 가지말라고 엄청 혼도 냈었어. 
또 전자레인지를 돌릴 때는 안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가 나는데 아무것도 모른채 티비를 보는 너를 보면 불이날까 사고가날까 얼마나 걱정되는 몰라.
재난문자가 잘못와서 큰 소리와 진동으로 사람들이 새벽에 깬 날, 혹시나 너도 방해가 되었으려나 했지만 넌 역시나 개운하게 잘 잤다고 오후에 카톡이 와있더라. 
있잖아, 가끔 내가 너의 팔을 때리는 건 길을 걷다 내가 아야! 할 때 너가 몰라줘서, 전철 안에서 이동할 때 너의 가방끈에 부딪쳐 찰싹 소리가 나도 너도 몰라줘서, 아무것도 모르고 앞으로 그렇게 걸어가서, 그 길이 아닌데 소리지르는 나를 모르고 앞으로 쭉 가서
그게 너무 서운해서 널 때린거였어. 
나도 여자인지라 바로 뒤돌아 괜찮냐는 너의 말을 듣고 싶더라.
우리 정말 크게 싸운 날 말이야. 난 그 날 홧김에가 아니였어.
밥도 먹어야하고, 너의 입 모양도 봐야하고, 너의 목소리에 귀도 기울어야하고, 티비도 봐야하고 예민해 있던 날
오늘도 여전히 했던말을 반복하고 내가 말했는데 또 잊어버리던 그 날 서러웠던 날
오늘따라 아프고 힘들다고 말하던 나를 넌 알겠다고 등을 돌리며 양치를 했지.
평소대로 그냥 이해못했구나, 다시 얘기해줘야겠다 하면 되는데 널 세게 밀고 울면서 소리 질렀지.
내가 아프다는 말을 이해했으면 넌 그런 대답과 등을 돌리지 않았을 거라고. 넌 분명 이해못했는데 또 아는척 한거라고
그리고 그냥 애처럼 엉엉 울었던 것 같아. 그치?
너가 조심스럽게 이해못했다고, 또 질문하면 내가 싫어할까봐 자기도 모르게 아는척, 알아들은 척 한거라고 했지.
사실 그 날에도 정말 잘 알고있어.
다른 사람들과 식사할 때 누가 너에게 말을 걸면 넌 먹으면서 대화가 어려워 수저, 젓가락을 멈추고 상대방의 말이 끝날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거.
마찬가지로 너도 나와 대화할 때 노력한다는 거.
알고 있었어. 너도 청인인 나와 연애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뒤에서 알아봤을지.
나는 너의 친구들을 만나는 날, 집에오면 항상 두통약을 먹었어. 
눈을 크게 뜨고 집중해야하고 고개를 계속 좌 우 돌리며 열심히 이해하려고 노력했었거든.
내가 모르는 수어 단어가 나올까, 또 나의 큰 입모양이 안 보일까, 상대방의 목소리를 내가 못 들어서 대화의 흐름을 망칠까 걱정했었거든.
근데 너가 처음 내 친구들을 만난 날, 땀으로 흥건해진 너의 손바닥을 만졌을 때, 긴장해서 만취해 토하는 널 보면서. 너가 얼마나 노력을 했을지. 알고 있었어.
집에와서 그래서, 네 친구 무슨 직업이라고 했지? 라는 질문에 조금은 어려웠었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사실, 나도 그래 집에오면 너의 친구들 수어 이름 다 까먹어서 없더라.
알면서 사귄거 아니냐고, 알면서 시작한거 아니냐고, 내 스스로에게 말했지만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는 건 오래 걸려도 내려오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건 한순간이더라.
내가 정말 이정도로 힘들었었나? 이정도로 상처를 받았었나? 할 정도로 눈물이 나고 한순간에 외로워지더라. 
할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데 널 만나 말하려면 숨을 참다 내뱉는 것 처럼 무너져버려.
너의 할머니가 희생정신과 봉사하는 마음으로 너와 연애하라고 몰래 나에게 부탁할 때
나는 화를 내며 너라는 사람을 사랑해서 만나는건데 그게 왜 필요하냐고 뭐라고 했었어.
그리고 비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내가 너를 버릴거라고, 상처를 줄거라고 확신하시는 너의 엄마말에 나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자식인데 너무 속상했었어.
있잖아, 책을 읽다 공부하다 알게된건데 너가 얼마나 노력했을지 상처받으며 성장해왔는지 잘 알아.
한글도 숫자도 모든게 다 처음인 한 아이가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놀이와 배움을 어떻게 함께 했을지, 또 들어보지도 못한 영어는 어떻게 배웠을지, 학창시절부터 많은 오해와 배신을 겪으며 상처를 꾹꾹 눌러 부모님의 말을 너무 잘들은 너가 어떻게 대학교까지 졸업했을지 마음으로는 와닿지만 몸으로는 와닿기 어려워서 너가 대단하고 자랑스럽고 이뻤어. 
안들리는 상태에서 누군가와 길게 대화하며 이어가고, 하나하나 기억하는 방법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던지, 알고 난 이후부터 너에게 "또 까먹었구나"라는 말은 못하겠더라.
너가 그랬지, 나와 잠자리때 나누는 내 목소리를 듣고 싶다고, 미래의 아이 목소리를 못 듣는게 너무 슬프고, 또 부럽다고.
나는 너에게 거센 파도의 소리와 반짝이며 찰랑이는 물결의 소리를 설명해줄 수는 없지만 
세상의 사랑이, 소중한 한 사람의 생명이 얼마나 따뜻한지 느끼게 해줄게.
아마 앞으로 또 고비가 오겠지만, 지금처럼 잘 넘어가자. 
나는 한번도 너를 만난 걸, 후회한 적 없어. 
다시 태어나도 너를 찾아갈거고, 너가 나에게 알려준 행복을 다시 너에게 알려줄게. 
안녕, 예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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