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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싸웠는데 내 얘기 좀 들어줘 (조금 김)

쓰니 |2023.09.16 04:25
조회 127 |추천 0
어제 저녁에 아빠랑 대판 싸웠는데 화가 안 풀리고 속상해서 끄적여 봄…
음슴체 ㅈㅅ

우선 나는 20대 중반 여자고 평생 해외에서 거주, 공부하다가 올 6월에 대학 졸업하고 한국 엄빠 집에 들어옴 (엄빠도 귀국하신지 2~3년 밖에 안됨). 공부를 멀리서 혼자 오래한게 많이 힘들었어서 쉬면서 구직 중인 백수고 집순이라 잘 안 나감 -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서 책 읽고, 티비 보고, 자소설 쓰고 ㅇㅇ. 아빠는 평소 주위에서 부러워할만큼 젠틀하심. 아빠한테 한번도 맞은적 없고 큰소리도 웬만해선 잘 안 내심.

근데 어제 저녁에 아빠랑 큰 소리로 싸웠는데 사건의 발단은 이럼.

저녁으로 엄빠랑 치킨 뜯다 나는 배불러서 내가 쓴 그릇을 치우고 있는데 아빠가 나한테 도데체 방에서 뭐하냐고 물어봄 (내 방이 윗층에 있어서 난 저녁 먹고 나면 1층으로 거의 안 나려옴). 나는 솔직히 하는게 유튜브/ott 보거나 자기 개발 밖에 없어서 그렇게 말함. 왜 올라가서 혼자 보냐길래 아빠랑 티비/드라마 취향도 안 맞고 솔직히 내가 보고싶은거 거실에서 보고 있으면 아빠의 “넌 뭐 이런걸 보냐?”식의 코멘트가 듣기 싫어서 혼자 방에서 본다고 말 함.

그랬더니 나한테 솔직히 너 폐인 같다고 뭐 하는건지 모르겠다고 함… 난 이때부터 얼탱이 나가고 기분이 팍 상했음. 내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면서 아빠랑 생활 패턴이 안 맞긴 함. 근데 깨어있는 시간이랑 티비/유튜브 보는 시간 따지면 아빠나 나나 도긴개긴임. 다른 점은 아빠는 거실에서 주로 생활하고 난 방에서 주로 생활 한다는 거임. 근데 방에서 안 나온다고 나한테 방구석 “폐인”이라고 한거에 삔또가 나감. 내가 좀 게으릴지언정 절대 폐인은 아님.

이때까진 화보다 어이가 없어서 아빠한테 설명을 함. ‘아빠가 거실에서 티비를 보나 내가 방에서 내가 보고 싶은거 보는거나 그게 그거다. 아빠도 저녁 드시고 티비 보지 않냐, 나도 올라가서 보는거다. 그리고 생활 패턴이 다르다고 나한테 폐인이라 그러는 거는 진짜 기분 나쁘다.’

그랬더니 방에서 안 나오면 그게 폐인이지 폐인이 뭐 따로 있냐고 뭘 그럴게 예민하게 반응을 하냐는 식으로 말하길래, 나는 아빠가 나한테 그 단어를 사용한게 되게 기분 나쁘고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다시 한번 내 기분을 말해줌. 난 극F고 아빠는 극T라 난 내가 기분이 왜 상했는지 다시 설명해줬고 아빠가 한 말로 기분이 나빠진 것에 대한 사과를 받고 싶었음.

이때 아빠는 그렇게까지 부정적인 의미로 폐인이라 한거 아니다, 그냥 방에서 하루종일 안 나오는게 폐인 아니냐고 함 (내가 듣기에 변명처럼 들렸음. 아빠가 뉴스를 아침저녁으로 매일 같이 챙겨보는데 뉴스에서 말하는 폐인의 의미로만 봐도 사회적 이슈를 일으키는 사람한테 쓰이는 단어지 않슴?). 그래서 나는 계속 사과 받고 싶은 마음에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단어고 나는 되게 기분이 나빴다고 몇번을 설명해주는데도 계속 내 말을 자르면서 본인은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 함.

여기서 난 화가 났던게 대화라는게 핑퐁이잖슴? 말하는 사람이 있고 듣는 사람이 있는데 말하는 사람이 100% 부정적인 표현을 60% 부정적인 의미로 한 말이라고 듣는 사람 기분이 좋아지는게 아니잖음? 듣는 사람이 기분이 나쁘다고 직접적으로 얘기를 하면 원인을 제공한 사람으로서 사과하는게 나는 당연하다고 보는데 아빠는 사과를 할 생각이 1도 없는거임. 게다가 이때쯤 아빠도 뭐가 답답했는지 자기 말만 하고 내가 “아빠 들어봐요” 이러면서 내 얘기를 하려고 하면 자꾸 내 말을 시작도 못 하게 자르는거임.

나도 이때부터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언성을 높임. 한번도 그래본 적 없는데 아빠가 내 말을 자꾸 자르니까 너무 짜증나서 악을 씀. 물론 아빠도 따라 큰 소리 냄. 근데 나는 여기서 제일 놀랐던게 아빠가 화를 내면서 손에 잡히는걸 나한테 던지려고 하는거임.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아빠는 언성을 높일지언정 자식한테 욕은 절대 안하고 모든 문제를 대화로 풀려고 하는 젠틀맨임. 나나 우리 언니나 아빠한테 맞은 적도 거의 없고 친구 같은 사이임.

근데 그런 아빠가 나한테 쌍욕을 하고 나가라면서 물건을 던지려고 하는게 충격이었음. 이미 둘 다 감정은 격할대로 격해지고 난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음 (안 울려고 해도 진성 F는 어쩔 수 없나봄…)

그리고 내가 부모님하고 오래 떨어져있다 집에 들어온지 얼마 안됐다 그랬잖음? 원래 고딩 때 만해도 엄마랑 엄청 많이 싸우고 ‘가족은 떨어져야 잘 산다’ 주의였는데 내가 혼자 살면서 우울증이 심하게 와서 지금은 혼자 있기 죽어도 싫단 말임? 근데 부모님이나 나나 다시 합치면 사소한걸로 부딪칠거 아니까 나 귀국하기 전부터 ‘우리 서로서로 조심하자’고 자주 그럼. 나는 나데로 혼자 살던 습관이 있고 엄빠는 엄빠 생활 패턴이 있으니까 대화도 많이 하고 서로 조심하면서 많이 참으면서 지금 잘 살고 있단 말임.

근데 아빠가 나랑 싸우다가 대뜸 ‘넌 지금 혼자 살던 습관 못 버렸어’ 이러면서 공격을 하는거임. 나는 내 나름대로 노력하고 엄빠한테 많이 맞추면서 사는데 이런식으로 내 노력을 헛짓거리로 만든거 같아서 또 삔또가 상함. 그래서 난 솔직하게 ‘나 지금 되게 노력하고 있는거다’라고 했더니 ‘아 그게 노력 한거셨어요?’라면서 빈정대는거임… 이때 아빠고 뭐고 나도 쌍욕할뻔함…

대화가 안 통하는구나 싶어서 그냥 입 닫고 내 방에 올라와서 문 잠금. 아빠가 조금 이따 카톡으로 뭘 보내긴 했는데 미리보기로 조금만 읽어도 사과 아닌거 딱 보이고 기분만 더 나빠질 것 같아서 걍 싹 다 무시하고 난 조용히 자소서 씀.

하… 쓰면서 다시 생각해봐도 난 언성 높인거 빼곤 잘못한거 없는거 같아서 속상함…

그래도 속으로 생각한거 정리해서 글로 쓰니까 기분이 좀 나아진듯.
긴 글 읽어줘서 고맙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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