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아들 혼자 키운다던 20대입니다
ㅇㅇ
|2023.10.16 01:45
조회 119,925 |추천 473
작년에 아이 문제로 이곳에 푸념했던 게 생각 나서 오랜만에 들어와 봤는데 그때 남겨주신 댓글들이 아직도 있네요 다시 한 번 쭉 읽어보다가 오랜만에 근황이라도 말씀드리고 싶어서 글 올려요
제가 유명인도 아니고 그냥 익명의 한 사람 사는 근황까지는 궁금하지 않으실 것 같지만 그래도 작년에 저는 이곳에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많은 분들께 조언과 위로를 충분히 받았어서 이제라도 후기를 남겨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는 지금 7살이 됐고, 작년에 미술 치료 센터 등록했다가 사건이 있던 후로 이곳에 글 올리고 바로 소아 정신의학과에 가서 풀배터리 검사랑 이것저것 받았는데 결국 adhd 진단 나와서 약물 치료랑 놀이 치료 시작한지 지금 1년 가까이 됐어요
아이가 약은 곧잘 먹는 편인데, 병원에서 연계한 놀이 치료 센터에 가야 하는 걸 극도로 싫어해서 어쩔 땐 센터 앞까지 가놓고 안 들어간다고 고집 피우고 난리 치고 그럴 때마다 늘 몇 시간씩 달래고 설득해서 겨우 들여보내느라 처음에는 저도 너무 힘들었어요
솔직히 처음 몇 달은 아이에게 변화되는 점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치료 기간에 기약이 없어서 비용도 부담 되고 정말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1년이 지난 지금은 치료 센터에도 거부감 없이 제법 잘 따라가주고, 이전보다 행동이 조금씩 교정되어 가는 느낌은 있어요
그리고 당연한 얘기겠지만 병원에서도 엄마인 제가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어야 좋다는 점을 꾸준히 강조해서 주말엔 항상 아이랑 같이 여기저기 다니고, 평일에도 퇴근하고 아이 데리고 동네 산책이라도 맨날 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하며 지냈어요
그리고 아이 아빠한테 아이 진단 결과는 알려야 할 것 같아서 앞으로 치료하는데 돈도 많이 들어갈 테니 양육비 얘기도 할 겸 연락을 했었는데
사실 아이 아빠랑은 서로 못 볼 꼴 다 보고 안 좋게 헤어졌어서 평생 다시는 볼 생각 없었지만 저한테 아이 상황 듣고 이제 와서 저랑 아이한테 너무 미안하다고 아이 한 번만 볼 수 없냐고 몇 번 그러는 걸 처음엔 안 된다고 화만 내다가
저랑은 끝난 관계여도 아이한텐 결국 아빠니까 아이한테 의견 물어보고 아이도 아빠 보고 싶다 하면 보여주려고 했는데, 아이가 아빠가 궁금하고 보고 싶다고 그래서
처음엔 아이만 어쩌다 한 번씩 아빠 편에 보내다가 어느 날 아이가 엄마랑은 다 같이 보면 안 되는 거냐고 묻길래 5년 만에 아이 아빠랑 다시 만났다가 요새는 아이랑 셋이 같이 지내고 있어요
아이 아빠랑은 어릴 때 만나서 그땐 툭하면 싸웠는데 한 번 오래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니까 어떤 행동하면 싫어하는지 이미 다 알아서 서로 항상 조심하려 하고 편한데
맨날 아들이랑 둘이 있다가 갑자기 아이 아빠랑 한 집에 있으려니 오히려 제가 가끔 적응 안 되고 어색할 때가 있지만 아이가 너무 좋아해서 결과적으로는 만족해요
아이 태어나고 작년까지 혼자 키우면서 유독 힘든 날엔 아이랑 같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요즘은 어떻게든 살아내고 싶어졌고
사실 작년에 가장 힘든 시기일 때 이곳에 글까지 올렸었는데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이제는 전에 비해 웃을 일도 많아지고 희망이 조금씩은 보이는 것 같아요
작년에 제가 적은 글 오늘 다시 읽어보니 진짜 너무 우울함만 가득했어서 보는 분들도 덩달아 불안하셨을 것 같아요
저는 요즘 이렇게 지내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서 글 적어봅니다 모두들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내셨으면 좋겠어요
- 베플ㅇㅇ|2023.10.1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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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니도 남자도 많이 어렸습니다. 성인이라고 하지만 실제론 아직 부모의 품에 있어야할 어린 나이에 아이의 부모가 된거죠. 둘의 차이는 쓰니의 책임감이 더 컸다는 겁니다. 끝까지 자식을 책임지고 아이를 위해 미움도 접어두고 아이 아버지와의 자리를 만드는 모습이 멋있고 존경스럽네요. 쓰니가 노력하는 만큼 아이도 건강하게 잘 자랄거예요. 항상 힘내세요.
- 베플중년여자|2023.10.1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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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됐다~~~ 내가 다 기쁘네
- 베플오오|2023.10.1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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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읽고도 이렇게 어린분이 정말 힘들겠다, 대단하다, 어떻게 버티나 했는데... 1년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다행입니다
- 베플기뻐요|2023.10.1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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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해피엔딩 같은 후기네요~쓰니님 앞날이 늘 꽃길일순 없겠지만 이전보다는 편안해지시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