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8 여자입니다
깊은 밤에 생각이 어지러워 글을 쓰고있네요.
딱히 조언을 구할 곳이 없어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자 합니다.
저는 1년 정도 된 남자친구가 있고, 인생 처음으로 이사람과 연애중에 결혼까지도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남자친구가 종종 결혼을 전제로 연애를 하자는 말을 했고, 저를 그만큼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희는 골프 라운딩때 처음 만났고, 엄마의 친구분을 통해 알게되었어요. 둘 다 골프를 좋아하는 취미가 있어서 마음은 곧 잘 통했습니다.
저는 결혼도 상상하던 찰나에, 남자친구 부모님도 미리 보고 분위기를 보고싶어서, 얼마전 남자친구의 부모님께 처음 인사를 드리러 갔어요. 캐주얼한 골프 라운딩이었지만 일부러 덜 어색하려고 첫 만남부터 식사자리보다는 골프를 선택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남친은 이미 8개월 정도차에 제 부모님 인사 왔구요, 그때 골프를 쳤고 분위기 좋았습니다. 저도 똑같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구요,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조금 이르더라도 부모님께 인사는 먼저 드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인사를 드리러 간날, 골프 라운딩에 앞서 남친의 어머님이 제 이름을 적으려는데, ㅕ ㅣ 인지 ㅏㅣ 인지 모르시는 겁니다. 그리고 제 성을 물어보더군요. 저는 1년 가까이 만났고 그래도 소개까지 하면서 제 이름 석자는 당연히 알고계실거란 생각에 당황했지만 남자친구가 본가에 부모님이랑 같이 안살고, 주말에만 지방에 왔다갔다 하니 그러려니 하며 말씀 드렸습니다. 첫 티샷을 하는데 어머님이 “내가 먼저 드라이버 칠게. 기를 죽여놔야지” 하는게 들리는 겁니다. (혼잣말로 했는데 제가 잘못 들은건지...)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당황하지 않고 골프를 잘 쳤어요. 그런데 9홀쯤 가니 그늘집에수 메뉴 선정을 하는데 저에게 뭘 먹고싶은지 묻지도 않고 제 남친에게 묻더군요. 그것까진 그럴 수 있다고 쳤습니다. 근데 라운딩 18홀 내내 앞팀이 밀리니까 카트에 앉아서 어머님 아버님 둘다 핸드폰만 보더군요. 저에겐 대화나 질문이 하나도 없으시고..대화주제는 보통 저와 관련없는 남친의 최근 업데이트 얘기/ 본인 몇 일 전에 골프갔다온 얘기 등. 어머님도 저의 편안을 봐주다기 보다는 계속 아들에게 본인 잘쳤냐고 재차 물으시는 겁니다. 그리고 남친이 제가 치는거 방향이라도 봐주려고 하면 “알아서 치게 냅둬. 잘 치겠지” 하시는 겁니다.
18홀 내내 어이가 없었는데 끝나고 마침내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어요. 남친의 친 누나가 신생아 아이를 데려와서 식사 자리는 정신이 없었습니다. 신생아 아기가 걸어다니며 아버님을 찾자 아버님이 아예 아이를 데리고 식사 다 하고 외부에서 산책을 가더라고요. 근데 어머님이 누나랑 남친에게만 말을 거시지 저에게는 또 한마디 없는겁니다. 그 저녁 식사를 끝으로 오는길에 너무 기분이 나빠서 속이 울렁거리고 헤어질 생각에 기분이 너무 안좋더군요.
길이 막히고 남친이 열심히 운전을 했는데, 왜 그렇게 표정이 안좋냐고 묻더군요. 제가 고민끝에 집에 거의 도착해서 “어머니가 내 이름도 잘 모르시더라” 했더니 화를 내는겁니다. 본인이 상상하는 미래 아내의 모습은 나이 많으신 우리 부모님의 그런 모습도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 사소한거를 맘 담아두고 삐져있으면 앞으로도 같이 하기 어렵다는 뉘앙스였죠.
글쎄요. 이해가 되다가도 그 날 제가 부모님으로 부터 받은 느낌과, 천대와, 그걸 어떻게든 이해 해보지 않고 바로 화부터 낸 남친을 생각하면 생각 할 수록 어이가 없고 화가 납니다. 저도 누구하나 뒤지지않게 예쁨 받으면서, 정말 치열하게 하루하루 살고 좋은 스펙을 가지고 있는데, 첫 만남에 이렇게 기분 나쁜건 제가 너무 예민한 거였던걸까요?
남친에게 나중에 물어보니 부모님이 원래 그렇게 쿨한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원래 그런 스타일인지 제가 그닥 맘에 드시지 않았던건지 모르겠지만, 이거던 저거던 문제여서 고민이네요. 원래 그런 스타일이어도 나중에 남자친구가 그런 남편일까봐 문제네요. 제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하고, 의견 주심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