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자식들 뒷바라지만 하시다
지금은 시골에서 아흔넘은 아빠랑 둘이 농사지으며 살고계신 울엄마. 서울에서 깡촌으로 시집오셔서..딸셋 줄줄이 낳았다고 온갖시집살이 당하시고.. 내성적인 성격탓에 친구도 없으시고, 오직 가족과 생계밖에 모르며 사시는 울 엄마에게 세상 최고의 낙이자 유일한 취미가 있었으니.. 바로 유럽축구리그.. 축알못인 둘째딸인 저를 만날때도 쉼없이 축구얘기만 하시는데.. 알지못하는 얘기들에 맞장구도 못쳐드리고 ㅠㅠ
4남매중 망내로 태어난 남동생도
축구에 관심없고,
유일한 사위였던 여동생남편도
축구에 관심없고.
아빠는 그 시끄러운걸 왜 좋아하냐며 월드컵도 안보시는 분이라...
그러다 몇해전 저에게도 남편이 생겼어요.
둘째사위인 울남편은
다행이 스포츠 광!!
유일하게 엄마와 유럽리그에 대해 토론?담소?를 나눌수 있는 사람이라 그런지..
둘째사위만 오면 싱글벙글.
자식들 피곤한데 멀리까지 왔다며 아무것도 못하게 하시고 무조건 방에들어가서 쉬라고 하시면서도. 은근슬쩍 축구얘기 꺼내시며 대화하고 싶어하는게 눈에 너무 보이고.
울남편은 또 귀신같이 알아서 먼저 얘기꺼내면서, 지난 경기 보셨냐고 문틈사이로 스몰토크 ㅎㅎ
그럼 울엄마는 또 눈이 반짝반짝하시고..
이번 아시안컵??인가, 를 너무 보고싶으신데.TV에서 안나온다고 입중계(란 말을 엄마테 처음들었네요 ㅎㅎ라디오 얘기하시는듯)로 듣고 있다고,세상 뭘 부탁을 안하시는 분인데,저한테 안쓰는 테블렛 피씨좀 가져다 달라시네요.
예전에 여동생이 준게 있는데, 그걸로 연결해서 보시다가 고장이 난건지 안된다고 하시면서요. 아마 TV지상파만 나오게(젤싼요금)해놓으셔서 중계를 못보셨던거 같아요.
좀전에 전화하셔서는 이번 구정에 오냐고 물으시더니 멀어서 못와도 되니 혹시라도 오게되면 안쓰는것 좀 가져다 달라고 미안하다며 부탁하시는데..
얼마나 보고 싶으셨을까. 세상 유일한 낙이신데. 미리 못 챙겨드린게 너무 죄송하기만 합니다.
서울 살다가 남쪽 젤 끝으로 이사와서
강원도에 계신 부모님께 가는 길이 멀다 보니
그 좋아하는 둘째 사위도 이젠 자주 못 보시고,
축구도 못 보시고 ㅠ
축구 얘기 나눌 사람도 없고.
안 그래도 외로워 하시는데 너무 무심 했던거 같아 죄송하기만 합니다.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TV sports채널 다 나오는걸로 본인 명의로 이번에 다 바꿔드리자고!! 16강 경기가 오늘 있으니 당장 오늘 해드리자고 하는데.. ㅎㅎ
가능 한 건가요?ㅎㅎ
10년 전 쯤인가.
죽기 전에 축구공 한번 차 보는게 소원 이시라고 하셨던,
국내 경기는 시시해서 유럽 리그가 재밌다고 항상 얘기하셨던,
축구광 울엄마한테 그 좋아하는 경기 TV로 조차 제대로 못 보게 해 드린거 같아
후회되고 죄송하네요
손흥민 선수야 원래 엄청 좋아하셨고
요즘 이강인 선수 이뻐 죽겠다고 하시니.
정말 열심히 돈 모아서
더 늦기 전에 둘째 사위랑 같이 유럽리그 보러 한번 나가야겠어요.
제 버킷 리스트가 됐네요.
엄마 사랑해요.여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