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3년차 주부입니다.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친구(지금의 남편)가 사기를 당해 빚이 생겼고, 그 일로 회사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남친을 사랑하는 마음이 컸기에 그 이유로 그를 떠날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부모님의 엄청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 결혼을 강행했습니다
책임감 강했던 친정아버지를 보고 자라서, 팔다리머리 멀쩡한 대한민국 남자가 결혼하고 놀 수는 없을거다 믿었지요. 하~놀데요. 4년이나. 게다가 툭하면 제게 돈을 빌려달라 했습니다. 4년이 지나 알고보니 도박을 했고 그 빚이 엄청 불어난 상황이었습니다. 이혼을 요구했으나...이혼 도장을 찍기 전 제가 암에 걸렸습니다. 엄청난 스트레스에 갑작스럽게 30대 말기 암환자가 된 것입니다.
남편은, 무능력했지만 착했고 제게 참 잘했어요. 암투병 기간동안 정말 극진하게 간호했고 그 결과 쉽지않은 병을 이길 수 있었다 생각합니다. 무시무시한 항암치료로 죽을 고비를 세 차례나 넘겼으나 다행히 살아나 시댁에서 잠시 요양을 할 때였습니다. 시아버님께서 산송장 얼굴을 한 제게 아들 도박빚을 대신 갚아주라고 하시더라고요.
"일단 네가 갚아줘라. 다음에 뭐 하나 팔면 해줄게."
항암치료 받고 나온 며느리한테 그게 할 소리인가 싶었지만 결혼 전 제가 매수했던 3채의 오피스텔 중 2개를 팔아 남편 빚 2억3천만원을 갚아주었습니다.
남편 빚을 갚고 나니 저희도 돈이 없어 아픈 몸으로 월세로 살며 잦은 이사를 다녀야했습니다. 전세로 옮기기로 하고 어머님께 사정을 했습니다. 좀 도와달라고. 어머님은 "일단 네가 빌려봐라. 다음에 뭐 하나 팔면 해줄게."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희 시댁요, 제가 아는 재산만해도 대한민국 0.5%안에는 드는 순자산을 가졌어요. 본인들은 소위 부자동네 48평 아파트에서 살면서, 큰 아들은 결혼하며 송파에 27평 아버님 명의 아파트 내주셨으면서 작은 아들한테는 유독 인색하다 싶었지요
2018년 부동산이 들썩이니 저도 집을 매수하고 싶었습니다. 퇴직금과 연금저축까지 과거와 미래의 모든 돈까지 영끌해도 모자라 또 한번 시댁에 부탁드렸습니다. 역시 돌아온 답은 "다음에 뭐하나 팔면 도와줄게."였습니다. 결혼해서 13년간 수차례 들어온 말입니다. 부동산 경기가 이리 좋은데 부모님의 집 중 하나가 왜이리 안팔리는걸까? 그건 당연히 부동산에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어쩔 수 없이 전 주담대를 꽤 받아 집을 매수했습니다.
10년 넘게 들었던 뭐 하나가 드디어 며칠 전 계약되었습니다. 부동산에 매물 올린다는 말을 들었던 지난 12월에도 아버님께 다시 한번 부탁드렸습니다. "아파트 대출 금리가 많이 올라 힘들어요. 아버님 이번에 매도하면 작은 아들도 생각해주셔야해요~"애교까지 떨면서요. 고개 끄덕이시더라고요
그런데 매도되니 저희한테 이러시네요. "형(큰 아들) 집 해줘야해서 니네 줄 돈 없다. 너희는 다음에 뭐하나 팔면 해줄게."
저 이 말 들으면 신물 올라옵니다. 수차례 날렸던 공수표. 10여년을 기다렸는데 '다음'이라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또 다른 '다음'을 낳았을 뿐입니다. 처음부터 작은 아들은 생각도 안했으면서. 작은 며느리 저게 돈이 있다 알고는 절 호구잡고 제 돈을 쓰도록 유도했던 거지요.
게다가 남편의 퇴직금(남편은 제가 아픈 후로 아버님 사업을 같이했고 작년 12월 퇴사했어요)도 "집 팔리면 해줄게."하며 미루더니, 부동산 계약금 들어오니 보내주셨습니다. 그런데 법정퇴직금보다 1000만원을 덜 주시는 거에요. "이미 줬자나" 역정내시면서. 예전에 다른 사유로 저희에게 1000만원 보내주신게 있는데 그게 퇴직금이었다며 우기는거지요
배신감과 실망감에 전 며칠간 잠을 못잤고 남편은 며칠간 밥을 못먹네요. 괴로움에 몸부림치다 제가 시댁 형님에게 이런 상황들을 카톡으로 전달하였습니다. 모두가 웃을 수 있는 해결책을 찾고 싶다 했습니다. 곧 아주버님 흥분해서 제게 전화해서는 왜 채권자처럼 구냐고, 부모님이랑 계약서 썼냐며 따지고 듭니다.
저희도 사정이 넉넉하면 더러워서 안받고 말텐데 그렇지가 않다보니... 할 수 있는 만큼 해보려다 계속해서 저만 공격을 당하는 상황입니다. 제가 학벌도 직장도 좋았거든요. 그래서 아버님 본인 친척들과 일하는 업체분들에게 둘째 며느리 자랑을 그렇게 하고 다니셨어요. 친척 결혼식에 제가 오면 그리 좋아하시면서요. 그랬던 모습도 너무 역겹고, 10년간 수차례 했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나 몰라라 하는 모습엔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너무 반대했던 결혼이라 친정부모님께 말할 수도 없는 형편이고, 그렇다고 남편과 안 살 것은 아니다보니 막장 진상을 부릴순 없고. 너무 답답해 이곳에 올립니다.
이제 전 시댁과 연 끊고 이 사건도 그냥 제가 잊고 말아야할까요? 상속도 아니고 증여라 소송을 걸 수도 없는거잖아요...휘유
부모 말 안듣고 결혼하면 이리 되는건가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을 사랑하니 이 '죽일 놈의 사랑' 노래나 찾아 들어야겠습니다.
사랑, 순수한 감정인데 그 댓가가 진짜 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