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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과 크게 싸웠답니다

못난언니야 |2004.03.16 11:17
조회 7,235 |추천 0

어젠 집에 가자마자 잠이 안오는데도 누웠습니다.

일어나니 아침이네요

제 동생 고3이라서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학교에가서 저녁 10시 30분에 정도에 들어옵니다.

동생과 마주하기 싫어서 일부러 어제 일찍 잔거죠

근데 영 맘이 편치 않습니다.

동생에게 화는 많이 났지만..저 또한 미안한게 많으니까요


일요일 저녁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저희 가족 모두 한가로이 오손도손 평일때는 같이 먹을수없는 저녁도 먹고

얘기도 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있었어요

주말 드라마가 끝나갈때쯤 동생이 엄마와 제게 말을 하던군요

물리치료과 가기싫다고요 임상병리과 간답니다. 어차피 경쟁률도 너무 많이 쎄고 공부도 그만큼 못하겠고..

화가 나더군요

제가 짜증내며 말했죠..해보지도 않고 무슨말이냐..

어차피 똑같은 등록금내고 학교졸업할껀데..조금 더 취업잘되고 월급많은 물리치료사가 낮다.

(임상병리사 여러분들 화내지마세요^^ 그냥 제 동생이 물리치료사였음 하는 바램인 제 생각일뿐)

니가 하고싶은것없다고 하지만..그래도 대학은 나오는게 나을것같고..그래서 엄마가 이렇게 고생하는거다

돈이 넘쳐나는것도 아니고..보면 모르냐..

좋은대학가라는건 엄마언니보단 널 위해서고..전문직이 낮다...

그말에..제동생 말합니다.

왜 화를 내냐..언니가 뭘 아냐..내가 얼마나 힘든줄..

딴 친구들은 언니들이 똑똑해서 뭐도 갈켜주고 뭐도 갈켜주고..언니는 뭘 아냐..

그리고 언니 대학못간거..내한테 화풀이 하는거 아니가..누가 대학가지 말랬나..

여상가서 공부 좀만 하면 장학금 받고 대학간다..언니가 못한거면서..누구탓하나..

내걱정 말고 언니나 잘해라.

한순간..정말 내가 내동생한테 지금껏 언니로 보여지긴 했을까..

내가..그동안 지한테 어떻게 했는데...서럽고 아프고 힘들더군요..

엉 엉 울지도 못하고 훌쩍거리면서..지난날들을 생각해봤어요


저희 아빠는 제가 중2 봄방학때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중3때부터 전 인문계가 아닌 상업고등학교를 가야한다고 맘먹었습니다.

그래도 인문계 가고 싶었죠 그땐 여상이란곳이 아주 안좋게 느껴졌거든요..

그렇게 여상을 가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막 논것도 아니고요

3년 내내 아르바이트 했습니다. 새벽 4시 40분에 일어나 신문배달도 했고요 음식점에서 써빙도 했고요

동네 속옷가게에서 판매도 했고요 스티커도 돌려봤고요..새벽 1시까지 전원카페에서 써빙도 하고요

그렇게 제 용돈 벌면서 또 집에 큰 돈은 아니지만..

집에 먹을게 없으면 더 초라한것같아 냉장고는 가뜩가뜩 채웠죠

그렇게 돈을 벌다보니..시험때만 바싹 공부하고 수업도 제대로 안듣고 꾸벅꾸벅 졸고..

그래도 제 성격이 소심해서요 공부도 하는대로 열심히 했답니다.

고등학교때 수학여행 못갔고요. 소품 거의 못갔습니다.

제 친구들은 제가 일부러 안간줄 알지만..아니거든요. 저 노는것좋아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거 엄청 좋아해요

돈때문에 못갔고요. 아르바이트땜에 못갔고요..

엄마가 안보내준게 아니라 제가 안갔어요. 7~8만원이면..저희 일주일 생활비니까요.

시간이 지나고 제 친구들은 다 대학을 가더군요.

마치 제가 중3때 친구들은 인문계를 가고 난 여상을 가는것처럼  제 친구들은 대학을..전 취업을 했습니다.

어차피 아빠가 돌아가시고나서..엄마 혼자 고생하는걸 보며..전 대학은 안간다고 다짐했습니다.

대학이야...난중에 돈벌어서 늦어도 가면 되니까요..

그래도 그게 못내..제 맘속에 맺혔나봐요..

가끔 회사사람들과 회식을 할때면..대학을 못간것이..내 젊은 하루하루가 너무 의미없고 심심하게 흘러가는것이

서럽고 힘들어 아빠가 많이 보고싶습니다.

심할때면 엄마에게 술주정처럼 큰소리로 왜 이렇게 밖에 못해주냐고 울며 소리지르기도 하고..

바보처럼 아빠를 부르면서 엄마와 동생속을 썩인적도 많아요

그래도 저희가족 늘 행복하답니다.

또 제가 버니까 넉넉치는 않지만 하고싶은거 하면서 먹고싶은거 먹으면서 편하게 살고요

지금도 저는 똑같습니다.

싸웠다고 해서 제동생이 남동생 되는건 아니죠~

제가 못했던거 제 동생한테 다 해주고싶습니다.

지금껏 그랬습니다.

제동생 소풍이나 수학여행 간다고 하면..시내가서 옷사입히고..용돈주고..

무거운 가방에 두꺼운 사전까지 넣고다니는게 안쓰러워 큰맘먹고 25만원 전자사전 카드 6개월해서 사줬습니다.

사치인지 몰라도..운동화가 멀쩡해도 딴아이들이 유행이라고 많이 신고다니면 밀인헤도 사줬습니다.

다니고싶다는 학원....무리해서라도 보내주고 싶으니까..보내주고

저녁늦게 오면 피곤하니..매일 좋아하는 비싼 오렌지..틈만 나면..사고..

스트레스성으로 한두개씩 여드름이 올라오길래..좋다는 화장품..비누..

물론 저 혼자 한거 아닙니다.

누구보다 내가 사랑하는 엄마가..나와 동생을 보살펴주니까요..

다리아프고 만성두통이 와도..새벽까지 일하고..어디 놀러도 안가고..노는 날이면 우리 맛있는거 해주려..

우리만 보고 사는 엄마때문에...

저.....제가 남들처럼 못한거 많아도..절대 원망안합니다.

하고싶은 얘기가 뭐냐면요.힘듭니다.

비록 소리내어 말하지못하고 이런 인터넷공간에 익명으로 내 마음을 쓰는거지만..내 스스로 위로가 될것같아요.

저는 진심으로 저보단 엄마와 동생이 건강하고 행복했음 좋겠습니다.

동생은 절 잘 모르나봐요..

설마 동생도 진심은 아니었겠죠..

지도..고3 스트레스란게 있으니까...그냥 그런거겠죠?

저보다 힘든사람 너무너무 많겠죠..

그냥 엄살 좀 부려봤습니다..^^

정말 더 슬프네요..

돈없는것보다 아픈것보다..사랑하는 내동생한테..잔소리 조금 듣는게요.

어제 동생이 잘못했다고 문자를 보내왔는데..모른척한게 맘에 걸려요~

오늘은 동생에게 미안하다해야겠습니다.

앞으로도 가족한테 잘할거예요.

더 좋은 딸로..더 좋은 언니로..

여러분도..가족들과 함께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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