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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치매

ㅇㅇ |2024.03.04 21:26
조회 207 |추천 0

평생 나의 가장 친한 친구로 남을 것 같던 엄마가 치매 증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 나이 고작 57세

치매에 명확한 원인은 없다지만 나는 알 것만 같다.

변변한 일자리 하나 구하지 못해 집에서 주식만 하면서 자존심은 세서 소리만 지르는 아빠. 그런 아빠가 싫었던 엄마는 sns로 다른 남자랑 연락 주고 받았다. 어쩌다 알게된 20대 중반의 나는 그게 끔찍히도 싫어 울고불고 무릎꿇고 빌었었지. 이혼을 하든가 다른 남자랑 연락을 말든가..

할머니가 아파 투병 중일때도 폰을 한시도 놓지않고 또 남자랑 연락하는거 보고 엄마는 나를 져버렸구나 생각했었다. 내가 울면서 빌어본게 처음인데 그 모습을 보고도 바뀌지 않은 엄마가 야만적으로 느껴졌다. 그 뒤로 엄마 없는 듯이 살았다.

매일같이 쇼핑하고 여행가고 수다떨던 내친구 엄마는 없어..
한 2-3년간 소통 단절이었다. 엄마는 그냥 나한테 밥 차려주는 사람. 도저히 전처럼 엄마를 대할수가 없어서 누구랑 연락을 하든 두집살림을 차리든 말든 나는 일절 간섭 안할테니 예전같은 딸은 기대하지 마시라..

엄마도 스트레스로 다니던 공장일 그만두고 집에만 있게 됐다. 그렇게 한집에 살지만 소통은 없는 그저 동거인의 관계같은 사이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애틋했던 사이가 언제 그랬었냐는듯 남남처럼 되다니. 허무했다.


그러고 언제부터인가 엄마가 살이 급격히 빠지기 시작했지만 나는 몰랐다. 외면했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 몰랐다. 아빠가 얘기해줘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다.

사회생활도 안하고 그나마 있던 동네친구 아줌마 몇몇이 이사를 가서 엄마는 더욱이 사회성이 떨어졌다. 우울감도 심해졌다. 그렇지만 나는 또 몰랐다. 나 살기 벅차다는 핑계로 엄마 챙기기를 미루었다. ‘어차피 엄마가 먼저 나 버렸잖아’라고 되도않는 합리화를 하며


시간이 더 지나 밉다는 감정마저 무뎌질즈음에서야 앙상해진 엄마가 보였다.. 많은 생각이 들면서 전처럼은 못하더라도 남인냥 굴진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빠도 나도 다시금 엄마에게 관심을 갖고 이런저런 노력을 해서 급격히 빠진 살도 다시 찌고 우울감을 느끼는 주기도 짧아지는 듯 했다.


그렇게 다시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나 했는데 언제부턴가 엄마가 말을 뱉을때 문장을 잘 완성하지 못하는거다. 조금 이상했지만 그럴수도 있겠거니 대수롭잖게 넘겼다. 그런데 웬걸, 숫자계산도 잘 못하고 시간계산도 못한다. 세상 꼼꼼하게 바느질 잘 하던 우리 엄마가 말도 안되게 삐뚤빼뚤 엉망으로 바느질을 해놓는다. 갑자기 온 방을 헤집어 청소를 하기도 하고 요리 간도 잘 못맞춘다. 설거지도 제대로 안해서 그릇엔 맨날 음식물이 묻어있다. (여전히 매번 내가 다시하고있다) 무슨 말을 해도 과하게 깔깔 웃는다. 음식물 쓰레기 구분을 못해서 아빠가 다시 일러주면 별안간 화를 낸다. 갑자기 울기도 하고..

이런 정황들이 너무 무서워서 종합검진 예약하면서 mri도 해봤다. 큰 이상이 없었다. 치매검사 하러 가자고 하면 또 노발대발 할 거라 아빠랑 자연스럽게 같이 가서 했는데 나이가 안된다며 엄마는 검사를 받지 못했다.. (다시 알아보고 다른데로 가려 했더니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화내며 싫다 하심)

완전히 치매로 치부하기엔 장을 보고 요리하고 (간은 못맞추기도 하지만 늘 그렇진 않고, 전처럼 여러가지를 한번에 하진 못하지만 어떻게어떻게 하나씩은 함) 집안일 하고 티비보고 어느정도의 일상은 살아가고 있다. 말그대로 애매한..상태이다.

찾아보니 이런걸 초로기치매 라고 하나보더라..
검사를 통해 진단받을수는 없다. 절대 안가려고 하니까.. 근데 검사지를 보면 알수있다. 엄마가 풀 수 있는 문제는 없을거라는걸..

뜨개질 자수 등을 배울수있게 문화센터를 등록해봤지만 몇번 가보더니 또 울고불고 안간다하고.. 통화해보니 압박적인 상황(?)에서는 오른쪽 왼쪽 인지도 잘 안되는듯 했다. 우여곡절끝에 문센 그만두고 계속 내 방에 와서 미안하다고 하며 눈치를 본다..

그냥 모든게 화가 난다. 자꾸 나 아닌 모든것을 탓하고 싶어진다.분명 내 잘못도 많은데 그냥 탓을 하고 싶다. 나는 왜 태어났을까. 왜 엄마랑 아빠는 만나서 나를 낳은거야.

치매가 심해질 엄마의 미래가 너무너무 두렵고 무섭고 막막하다. 나는 행복할 자격이 없는 사람같다. 조금씩 상황이 나아질만하면 기다렸다는듯 불행이 다가온다.

지금 내가 할수있는건 그나마 엄마가 온전한 정신일때 추억 많이 만들어두는거려나. 아빠도 힘들겠다. 할머니 돌아가신후로 성격도 많이 바뀌어서 예전에 내가 극도로 싫어하던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이다. 아빠도 엄마가 예전같지 않은거 받아들이고 어르고 달래고 있고 요리 청소 갖은 집안일 대부분 아빠가 다 하고 있다.

그냥.. 나만 불행한거 아니고 다들 저마다의 사연이 있겠지만
친구들한테 말하지 못할 이야기들 혼자 끙끙거리기 싫어서 어디에다라도 털어놓고 싶었다.


나는 결혼같은거 생각도 않던 비혼주의에 가까운 사람이었는데 요근래 만나고 있는 사람이 좋아서 머릿속으로 미래를 그려보는 날이 잦아졌다. 근데 뒤돌아서 우리 가족을 보니 역시 아무래도 나한테 그런 평범한 행복은 허락되지 않을 것 같다.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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