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판에 올라온 어떤 글을 보니 저의 이야기같아 너무 슬프고, 화도 나네요.
저는 10살 차이나는 남자친구가 있었습니다.
1년 6개월정도 만났고, 당연히 결혼을 생각하며 만났습니다. 상대방 부모님도 여섯번 뵙고, 직장 사람들, 학교동기들, 취미활동 친구들도 만났으니 날짜만 잡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시점에 저에게 헤어지자 하더군요.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면서, 저와의 미래가 안보여서 헤어지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지금 이 사람은 귀를 닫았구나 싶어서 일단 보내줬습니다.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니 어떠한 감정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무덤덤하게 “그래. 잘가라. 건강 잘 챙겨라" 라며 한번 안아주고 보냈어요.
헤어진 이유를 모른 채 헤어지니 자꾸 원인을 찾으려 과거를 기억하게 되더라구요. 한달 뒤에 전화했지만 이유를 들어봐야 저만 상처받는다는 대답만 들었습니다.
그렇게 연말연시가 되고, 저의 그리움도 조금씩 무뎌질 때 쯤 겹지인을 통해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헤어진지 3개월 됐을 때 입니다. 고의적으로 흘린 게 맞고, 자신이 아무도 안만나는 것도 이상하고, 가만히 있다간 제가 오해 할까봐 여자친구를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카톡 프로필 배경사진 내역에 저와 찍은 사진, 저에게 줬던 꽃다발 사진이 계속 남아 있었거든요. 저는 본인이 모르고있나보다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 상대 여자는 제가 생각한 사람이 맞았어요.
저와 만나기 전, 소개팅으로 만난 여성이요.
저에겐 이성적인 호감이 생기지 않아서 그날 식사로 끝이 났고, 저를 만나 연애를 시작한 거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와 만난지 4개월 쯤에 그 여성이 전남친에게 고백했었어요.
여자친구가 있다는 걸 알지만 아직도 호감이 있다고요.
알아서 차단하겠지 싶어서 간섭은 안했습니다.
전남친 피셜로는 저와 헤어지고 그 여성에게 연락이 오더랍니다.
“걔는 되고, 왜 저는 안되요?"라길래 처음엔 "너에대한 관심도 없고, 이성적인 호감이나 매력도 없다" 라고 거절했지만 계속 연락을 받았고, 본인도 이 친구를 안만날 이유는 없지 싶어서 교제를 시작했다고 하네요.
올해 1월에 그 여성을 만나 설연휴에 여자 부모님을 찾아 뵙고, 내일 결혼하네요.
헤어지고 6개월 만에 결혼까지 다 하는 셈이죠.
그동안 저는 말 한마디 하고 떠난 그 사람을 그리워하고, 더 잘할걸 후회하고, 자책하며 시간을 보내다, 그리움이 무뎌지기도 전에 배신감을 얻었네요...
아무리 밀어도 알아서 당겨오던 연애 초반부터 그는,결혼은 현실이어서 나의 상황을 고려하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라고 말해왔습니다.
밝게 웃으며 밥 먹다가도 결혼에 대한 것이면 표정이 굳었어요.
연애가 안정기로 접어들 무렵엔 결혼 이야기를 꺼내는 저에게 ”결혼이 목표냐"라는 말에 서운했지만 일단 참았습니다.
그래도 본인의 지인들에게 다 인사했고, 저와 결혼을 예정하는말들을 종종 했으니 예정된 사이라고 생각했네요. 겹지인들도 다 그렇게 생각했구요. 사람들이 그에게 "얼른 결혼해라"라는 말을 많이 해왔고, 순진하게도 그냥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놈이 페북에 올린 결혼 소식글을 보게 되었어요.
마치 소꿉장난처럼 “우리 결혼할까요?" “좋아”라며 결혼을 준비하게 됐다고.. 차라리 헤어질 때 “나 다른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어,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가"라고 솔직하게 말해주지…
처음부터 솔직했다면 마음 아파하는 시간도 짧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처음엔 그도 힘들어서 관계를 놓았겠거니 생각하면서 그가 밥은 잘 먹고 있을까, 몸은 건강할까, 일은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거든요.
나중에 알게된 사실인데 헤어지기 며칠 전, 친한 형을 저녁에 만나러 간다던 날이 있었습니다. 항상 자신이 무엇을 먹는지 사진찍어서 보내주던 사람인데 그날은 아무 연락이 없더라구요.
그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저에게 우리의 관계를 이야기 해보고 싶다고, 무슨 말이냐 물어보는 제게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지 이야기해보자고 라며 말을 바꾸더라구요. 이상하고, 불길했지만.. 다음날에 아무렇지 않게 연락하기에 일단 넘어갔는데.. 연락이 없던 그날과 그 여성의 생일이 같은 날이라는 겁니다. ㅎㅎ
조건을 생각하자면 슬퍼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래도 제가 사랑하기로 선택한 사람이고, 그만큼 좋았고, 저의 선택에 책임져야한다는 생각으로 더 희생하려고 했고, 더 맞추며 연애하려 했습니다.
아무래도 나이가 차이나니 첫 시작부터 결혼을 각오하고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근데 이건 저만의 착각이었던 것 같네요.
내일이 결혼이에요. 환승인지 바람인지. 그들과 신만이 알겠죠
죽고 싶은 날도 많았고, 제가 아파하던 그 시간에 그와 그 여성은 좋다하며 결혼 준비했을 생각하니 힘이나지 않습니다.
저와 만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고백하던 그 여자, 저에대해 가치평가하며 배려도 없이 이별을 고하던 그 남자..
그래도.. 살아가다보면, 살아내다보면 삶의 이유와 의미를 찾겠죠? 긴 글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이 글을 봐주신 모든 분들은 평안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