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진짜 심각하다고 느껴서 털어놓으려고 처음 글 써봐
이렇게 쓰는게 맞는지 몰라서 혹시 문제 있다면 말해줘!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기억이 사라지는 느낌이야
전날도 아니고 오늘 점심 뭐 먹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
늘 일어나고 밥 먹고 책 읽고 비슷한 패턴으로 살아서
대충 이 시간쯤에는 밥을 먹었겠거니 하고 생각은 하지만
뭘 먹었는지 반찬은 뭐였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나
어디를 간다거나 이런 특별한 일이 있으면 기억이 섞여서
밥을 먹었는지 씻었는지 너무 당연한 것도 모르겠어
11년지기 친구가 기억이 안 나고 집 비밀번호를 모르겠어
옛날에 어디를 놀러갔고 뭘 먹었고 이런 얘기를 하면
가족들은 다 아는 얘기인데 나는 처음 듣는 얘기야…
기껏해야 몇 달 전 일이고 엄청 오래된 것도 아닌데
까먹은 정도가 아니라 기억 속에 아예 없어
어제 있었던 일도 몇 년 전일처럼 희미하고 멀게 느껴져
기억을 떠올려 보려고 해도 누가 그 부분을 자른 것 같고
장면은 떠오르는데 그걸 내가 겪었는지 실감이 안 나
남의 기억을 사진으로 보는 것 같다고 해야하나?
그 장면마저도 희미해서 기억을 짜내려면 머리가 아파
알바할 때도 메뉴얼 기억 못해서 한 번에 끝낼 일 두 번씩 해
제일 속상한 건 책 읽는 걸 너무 좋아해서 많이 읽는데
시 읽을 때 제목 읽고 본문 읽으면 제목 까먹어서 다시 보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면 전 장이 기억 안 나서 다시 보고
소설 볼 때도 얘가 누구였는지 기억이 안 나서 다시 읽어…
어렸을 때는 30분만에 책 한 권 전부 다 읽고 그랬는데
이제는 기억이 안 나서 몇시간씩 걸리는게 너무 힘들어
아직 10대라서 나이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닐 것 같고
몇 년 동안 정신과만 네 곳 옮기면서 입원 열 번 넘게 하고
약 바꾸고 하는게 큰 이유일 거라고 생각은 해봤는데
아직도 약을 안 먹으면 너무 우울해서 바로 끊기가 무서워
그런데 약을 계속 먹으면 기억들이 다 사라질 것 같아
정말 오래 간직하고 싶었던 기억들마저 사라져서 슬퍼
약 때문에 그런걸까? 아니면 무슨 병인걸까?
정신과 쌤한테 말씀 드려봐도 괜찮다고만 하셔서 불안해…
긴글 미안해 읽어줘서 고마워 ⸝⸝ʚ̴̶̷̆ ̯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