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던 너는 꽤나 해맑았고, 꽤나 순수해서 웃을 때 느껴지는 그 투명함이 참 좋았다.
아직도 20살 너의 자취방에서 배달해먹은 치킨 맛집의 맛과 우리의 행복을 잊지 못했다.
자신의 감정에만 집중해서 서로를 사랑했던 그 때가,
상대의 미소 한번을 위해서 비효율을 자처하던 그 시절 우리가 너무 예뻤다.
군복입고 나온 휴가에 군장병 할인행사를 받으며 뷔페 시간 가득 채워서 밥을 먹던 우리의 모습은 귀여웠다.
헤어진 후, 이불킥이 될 걸 알아도 너무 생각이 난다며 안부를 물어왔던 너는 여전히 솔직한게 매력이었다.
다시 만나 어른이 된 우리지만, 나이는 너만 먹은 것 같다며 투덜대던 어른같지않은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회사 근처에 소금빵 맛집이 있는데, 내가 빵을 좋아하니까 다 사왔다는 너의 마음은 여전히 빛이 났다.
너의 잘못을 울면서 빌고, 속죄하려고 늘 애쓰던 마음이 고마웠다.
나에게 어울리는 악세사리를 나보다 더 진지하게 고민하며 이마 주름을 잡던 너는 여전히 순수했다.
그리고 너와 함께한 우리의 모든 시간이 눈부시게 행복했다.
너의 인생을 가족이 아닌 누군가가 이렇게 오랜 기간, 오랜 모습 기억할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을까.
비록 너는 또 한 번의 이별을 내게 줬고
또다시 나를 혼자 남겨뒀지만
이 마음 또한 시간은 또다시 흐려놓고
너에게 받은 것, 행복했던 것, 고마웠던 것만 선명하게 만들겠지.
너와의 마지막 연애는 후회가 찰나도 남는 게 싫어서 정말 최선을 다해 널 사랑했어.
이렇게까지하면 후회는 남지 않을 줄 알았는데,
지금 이 순간 나는 그저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잡히지 않은 너가 너무 날 아프게 하네.
떠났고, 남겨졌고, 그 후 쓸모없이 남은 사랑이란 감정이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고 나를 괴롭힐까 조금 무서워.
그 감정이 후회로, 미련으로 오래 머물러서 아플까봐 두려워.
내 인생에 너만큼 애처롭게 사랑한 사람이 또 있을까.
세 번의 첫사랑 끝에 우리의 이야기는 결국 이별이 되었지만,
내 청춘을 다 바쳐 10대, 20대, 30대에 너를 택한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다른 연애는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