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널 잘 몰라.
그냥 남들이 아는만큼,
네가 남들에게 보여주는만큼만 알아.
너의 취미, 음식취향, 좋아하는 것,
그냥 남들만큼만 알아.
굳이 더 알고 싶지도 않아.
네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아픔이 있는지 어떤 꿈이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하루를 지내는지,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깊이 알고 싶지 않아.
추측하고 예단하고 상상하며
널 궁금해 하고 싶지 않아.
난 그냥 그것만 알아.
웃으면 반달처럼 감기는 눈,
양손으로 포개지는 작고 동그란 얼굴,
어루만지고 싶은 빨간 입술,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환하게 빛나는 하얀 피부,
기분 좋을 때의 쾌활한 웃음,
마음 편할 때의 격의 없는 친밀함,
집중할 때의 무의식적인 표정과 몸짓,
조용하고 달콤한 목소리,
그리고 내게만 보여주었던
그 싸늘한 표정, 냉정한 말투.
아주 잘 아는 건
변하지 않는 내 마음.
미안함과 고마움,
부끄러움과 애정이 뒤섞여
흐르지 않고 고여버린 내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