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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순간. 포도서리 목격(대처방법. 하나)

달나라토끼 |2009.01.22 19:31
조회 154 |추천 0

가끔 판.톡을 들어와 보다가 이런저런 얘기들에  재미있어 했는데 내게도 쓸만한 것이 있나  곰곰히 생각하다 적어 봅니다.(하지만 워낙 밑밑한 삶을 살아서인지 별로 쓸 얘기가 생각나지 않네요.)

 

오래 전 일인 것 같다. 한 10년 전 쯤..

중학교때 우리집은 포도 과수원을 했다. 집에서 걸어 한 10분 정도의 거리에 포도밭이 있었다. 포도는 가을에 수확하는데 수확시기가 되면 포도의 단 내음이 몇 십미터 밖에까지 퍼졌다. 그 단 냄새에 꿀벌이나 말벌들이 달려들어 그 녀석들을 쫓아내는 것도 일이었지만 또 하나 신경써야 할 일이 있었다. 그 건 주인이 없을때 몰래 와서 농작물을 훔쳐가는 일명 '서리'였다.  나쁘게 말하면 절도.  이런 서리를 한번 당하면 포도밭이 아주 난장판이 되었다. 한 가지에 달려있는 포도만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고 여기저기 잘익은 포도를 가져가  마구 헤집어 놓고 포도를 딸 때  포도가지를 쭉 잡아다녀 포도나무를 손상시키는 일도 다반사 였다. 

 

그날도 이런 서리객들로 부터 포도밭을 지키고자 원두막으로 향하고 있었다. 언덕을 지나 포도밭이 눈에 보였다. 한 300m 전방인가. 사람들 서너명이 포도밭 사이를 마구 돌아다니고 있었다. 24시간 과수원을 지킬수도 없는 노릇이고 몇년간 피해를 당하면서도 서리를 하는 당사자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드디어 내가 그 현장을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자세히 보니 내가 잘 아는 형, 동생 셋이 포도 서리를 신나게 하고 있는 중 이었다. 그때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순간 여러 생각이 밀려왔다. 친한 형과 동생들 이었기에 다가가서 "형 이러면 안되죠" 라고 얘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물론 그런말을 하면 과수원의 피해는 없겠지만 매일 얼굴을 봐야하는 입장에서 그러기는 곤란했다. 그렇다고 그냥 지나치기에는 포도밭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여러 생각들이 머리속을 스쳐갔고 난 한가지 결단을 내렸다. 잠시 후  난 몸을 쭉 바닥에 엎드렸다. 여름을 지나 뜨거운 햇살에 높게 자란 풀들은 엎드린 나의 몸을 가리고도 충분했다. 목청을 가다듬고 약간의 음성변조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놈들~~~ 순간 놀랬는지 포도밭 사이를 활보하던 동네형과 동생들은 불이나게 포도밭 바깥쪽 언덕밑으로 달아났다.

 

좀 더 누워 있었다. 멀리 도망갔다고 생각되었을 때 포도밭으로 걸어갔다. 예상밖으로 피해는 크지 않았다. 다음날 그 동네 형, 동생들의 얼굴을 등교길 버스안에서 마주쳤지만 모른척했다. "형 어제 포도 맛있었어"라고 묻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어떤 어렵다고 생각되는 일이 닥쳤을때  그 상황을 모면할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위에 쓴 상황도 여러가지 방법 중 한가지 일 일테고.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상황에서 난 잘한 선택을 한 것 같다. 우리는 살면서 여러 선택의 기로에 선다. 대학을 선택하고 직장을 선택하고 배우자를 선택하고  등 등 등...

 

여러분도 모든 상황에서 후회없는 행동 현명한 선택을 하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 얘기를 적어 봅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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