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시간을 훌쩍 넘긴 아주 늦은 밤.
아스라한 가로등 불빛에 추레한 여성이 지친몸을 이끌고 걷고있다.
한눈에 보아도 너무나 지친모습.
거리는 공장인듯 보이는 낡은 건물이 여기저기 서 있고,
늦은 밤임에도 불이 켜진곳이 많았지만. 여인이 걷고 있는 좁은 골목길에는 미치치 못하고.
여인 만큼이나 지쳐버린 희미한 가로등 만이 군데 군데 자리잡고 있었다.
가로등 밑을 지날때 보이는 파리한 얼굴.
가로등을 지나면 얼굴에 그늘이져 흐느적 거리는 실루엣만 남는다.
몆천원을 주고 시장에서 산듯한 싸구려 손가방이 그녀의 팔에서 매달리듯 대롱거리고.
그나마 떨어트릴까 자꾸 추수리는 그녀의 손엔 힘이라고는 보이질 않는다.
아줌마라고 보기에는 앳되고, 처녀라고 보기에는 생활고에 찌들은 어두운 표정이
처녀라는 표현을 낮 간지럽게 한다.
그 흔한 구두도 없이 낡아빠진 슬리퍼를 질질 끌며 땅만 바라보며 걷고있다.
그녀는 지나가면서 골목길 한켠에 서있는 반짝이는 남자의 구두코를 볼만 한데도
여자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남자는 거리를 두고 여자를 따라 가려다 몸을 멈추고 어두운 골목의 그림자 속으로 몸을 숨겼다.
잠시후.
급하게 뛰어 오는 육중한 발소리와 누군가를 부르는 남자의 목소리가 골목길을 울린다.
공장장 : 어 이 !! 정씨 아줌마 ! 아줌마 !!
여인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좀비처럼 흐느적 거리며 뒤를 돌아본다.
다혜 : 공... 장장님.
공장장 : 아..참. 내가 잠시 기다리라 했잖아 !
다혜 : 아... 시간도 늦었구... 피곤해서요. 무슨 일인지 내일 들으면 안될까요?
공장장 : 나는 안 피곤한가? 다 아줌마를 위해서 이러는 거라니깐.
다혜 : 집에서 남편이 기다릴텐데..
공장장 : 거 젊은 사람이 왜 이리 답답하나.
자 저쪽으로 좀 갑시다.
살이쪄 찢어진 눈에 땀을 삐질 흘리며 공장장은 다혜를 구석으로 끌고 가려했다.
다혜는 뿌리쳐 보지만 이미 기운은 다 빠져 나간듯 하나 마나한 몸짓밖에는
할수있는게 없었다.
골목 구석에서 공장장이 수작 부리는 것을 다혜가 완강하게 저항하자.
공장장의 목소리가 커졌다.
공장장 : 정말 말 안들을 꺼야? 회사에서 짤리고 싶어?
내 말 한마디면 넌 어디서건 일하기 힘들걸?
서로 좋자는데 왜 이래? 답답하게.
공장장은 성난 돼지처럼 다혜의 몸을 밀어붙이며 씨근덕 거리다.
마음 먹은데로 되지 않자. 다혜의 옷을 북 찢어 버렸다.
어둠에 그림자 처럼 스며있던 구두가 움직였다.
분명 달렸으나 발소리는 나지 않았다. 다혜의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이 흔들린다 싶은순간.
공장장의 거구가 찍 소리하나 내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졌다.
어리둥절한 다혜가 고개를 돌려 골목길을 쳐다보자.
매끈하게 차려입은 양복의 남자가 막 다혜의 시선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새날이 집에 도착해서 정원으로 오르는 순간. 정렬이 앞을 가로 막았다.
정렬 : 잠도 안오는데..... 잠시 얘기나 하지..
새날 : ........
두 사내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정원을 걸었다.
정렬 : 다혜를 보고 오는 길인가?
별로 유쾌 하진 않았 으리라 짐작 하네만..
새날 : ............
정렬 : 처음엔 알려주지 말까 하다가.
받아 들이든 그렇지 않든 자네 몫이라고 생각되어 알려 줬네.
꽤 힘들게 살지 ??
새날 : 그런것 같습니다.
정렬은 일단 말을 끊고 한참을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
정렬 : 난 솔직히 좀 놀랐네.
자네가 회장의 지시에 잘 따라주는것이..
자네 솜씨 정도면 회장의 손아귀 쯤은 쉽게 벗어날텐데...
새날 : 만약, 제가 만약 벗어나려 한다면, 절 막으실 겁니까?
정렬 : !!!! 흠.... 솔직한 대답을 원하겠지..?
막고 싶지 않아도 막아야 하겠지. 그게 도리니까.
피하고 싶지만. 자넬 상대할수 있는 사람은 나 하나 뿐이잖나.
나 때문인가? 회장밑에 있는것이? 내가 막을까봐?
새날 : 아뇨. 실장님은 이미 두렵지 않습니다.
정렬 : !!! 하.하.하.하. 그래? 그럼 자네를 잡고 있는게 뭔가?
새날 : 제 미래 입니다.
정렬 : ???
새날 : 지금에 제가 세상에 나가서 무얼 하겠습니까 ?
살인밖에 할수있는게 없는 제가. 살인이나 즐기며 살아갈까요?
쏘아대듯 말하는 새날의 눈에 너무나 오랜만에 불꽂이 일었다.
새날의 모습을 말없이 눈으로 쫒던 정렬이. 한숨을 내 뿜듯 담배연기를 뱉어내며 하늘을 보았다.
정렬 : 최 회장은 맨주먹 하나로 일어선 사람이야. 쉽게말해 깡패 였지.
지금 여당 총재로 있는 국회의원을 물어서. 4선까지 뒷 바라지를 하고 있다.
악어와 악어새 처럼 둘은 그렇게 공생하며 호의호식하며 살고있어.
언제나 라이벌을 존재 하는법. 최 회장이 젊었던 시절부터 아귀다툼을
벌이던 조직이 있다. 그 쪽은 야당 총재에게 기생 하고 있지.
공생 관계가 그렇듯 최회장이 무너지면 총재도 무너지고 총재가 무너지면
최 회장도 무사 하지못하지.. 그 쪽도 그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최 회장측과 그 조직의 암투는 아주 치열하다.
다만. 표면에 드러나게 할수는 없지. 서로의 조직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전면전은
둘 다 붕괴 되어 버릴테니까.
그래서 둘다 보이지 않는 싸음을 하고 있는것이야.
특히 우리가 모시는 최회장은 핏줄이 없어. 후계자가 없지.
최 회장은 아들을 잃은후. 손녀인 은미를 후계자로 키우고 있어.
그 쪽에서도 그걸 아니까 은미를 자꾸 해치려는거야.
후계자 없는 조직이란 오래 버틸수 없으니까.
앞으로 긴장 하는게 좋을거야.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어... 치열해질 꺼야.
새날 : ........ 알겠습니다.
새날이 멀어지는 모습을 보던 정렬은 누구에게 하는 소리인지 모르게 나즉히 중얼거렸다.
;; 부디... 몸 조심해라... ;;
새날은 이 곳에 온 후로 절대 옷을 벗고 자리에 드는적이 없다.
까만 터틀넥과 신축성 좋은 까만바지..
밑창이 고무로 된 신발 마져 신고 자리에 눕는다.
진짜 잠을 자는건지는 아무도 모른다. 몆번 칩입자들이 있었는데.
제일 먼저 알아차리고 대비를 하는건 언제나 새날이었으니까...
잠이든것 같았던 새날의 눈이 번쩍 떠 졌다.
고양이처럼 몸을 구르며 날렵하게 일어난 새날은 어느새 창가에 붙어 있었다.
커튼 틈 사이로 밖을 내다보자 졸음에 지친 경호원 둘이 천천히 순찰을 돌고 있다.
새날은 눈을감고 가늠을 한다.
경비원의 소리를 죽이고.. 패턴이 다른 소리들.....
;; 하나... 둘.....셋... 넷, 네명이군. ;;
멀리에 있는 경비원 들의 막힌 단발마가 들린다 오직 새날만 들을수 있는...
새날은 허리에벨트 처럼 둘러져 있는 긴 무언가를 끌러 손에 말았다.
2미터가 조금 넘는 가느다란 채찍. 좋은 가죽으로 새날이 직접 만든 것이다.
예전 우물에 있을때. 탈출을 꿈꾸며 자신이 만들수 있는 최대의 무기가.
죽은 아이들의 옷을 꼬아 만든 줄이었다.
그때부터 놀려왔던 채찍은 이젠 하나의 줄이 아닌 새날의 손이되고 발이될 정도로
새날과 한몸이 된듯 마음대로 부릴수있었다.
네명. 별로 힘들이지 않을 적은 숫자라. 채찍까지 들 필요는 없었으나.
정문에 있던 경호원 들을 제압 할때의 소리로 보아. 이 놈들은 프로 같았다.
더군다나 은미가 모르게 해야한다.
예전에 칩입이 있었을때 놀랐는지 마구 뛰놀던 은미의 심장 소리를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새날은 놈들이 경호원을 해치는 데도 기다리고만 있었다.
경비원 들을 제압하자 이제 놈들은 집 안으로 들어왔는지 거실에서 기척이 들린다.
새날은 방문이 아닌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 지하실로 향했다.
지하실에 있는 차단기를 내리자. 집은 어둠에 휩싸인다.
5분, 자가 발전기가 돌아 불이 들어오는 데는 5분이다.
현관안으로 들어가자. 놈들이 당황한 기색이 보인다.
깜깜해져 서도 그렇지만 낮선곳이라 어름 짐작도 못하기 때문이다.
새날은 보이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우왕좌왕 하는 그들 틈에서 제일 현관문에 가까이 있는놈을 향해
새날의 채찍이 날았다.
바람가르는 짧은소리만 났을뿐 그놈은 자신의 머리가 떨어진 줄도 모르고
머리가 있던 자리를 더듬 거리며 쓰러졌다.
나머지 놈들도 눈치는 챘으나. 방법이 없다.
도망 갈수도 반격 할수도 없다. 그저 개구리 처럼 몸을 납작 업드려
주변을 두리번 거릴뿐이다.
새날은 마치 사냥을 즐기는 새카만 야생 퓨마 같았다.
소리없이 다가가 한놈한놈 목을 꺽어 버렸다. 마지막 한놈....
새날은 그 놈을 보고는 걸음을 멈췄다. 자신의 동료들이 하나둘 죽어가는걸 알았음에도.
두려워 하는 기색없이 체념한듯 정좌를 하고 앉아 있었다.
새날은 잠시 기다렸다.
1분... 2분....
드디어 그 사내의 입이 열렸다.
사내 : 어~이 , 빨리 끝내 줬으면 좋겠군,
기다리는거 싫어해서 말이야.
새날 : 재미없군, 반항을 해야 좀 재미 있을텐데.
사내 : 풋, 나도 그러고 싶은데. 상대가 되야 말이지.
어서 끝내지.
새날은 사내에게 천천히 다가가 주먹을 날렸다. 사내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잠시후, 새날은 회장의 방문을 노크했다.
정렬과 함께나온 회장은 거실에 벌어진 참상을 보고 푸들푸들 몸을 떨었다.
회장 : 이놈들 ! 아직까지 포기를 못하고.. 으....
정렬 : 경호원 들은 ?
새날 : 모두 죽었습니다.
정렬 : 뭐? 그때까지 자네가 몰랐단 말이야?
새날 : ............
회장 : 냅두게. 깊이 잠이 들었겠지. 그래도 이렇게 처리했지 않나.
난 잔것도 아닌데 까맣게 몰랐는데 허 ~~~
정렬 : 세명이 왔었나?
새날 : 네.
거실을 훝어보던 정렬이 한쪽에 흥건한 핏자욱을 보고 새날을 향해 입을 열려는 순간.
태우듯 쳐다보는 새날의 눈과 마주쳤다.
한동안 마주치는 둘의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불꽃이 튀었다.
회장 : 왜들 그러나?
정렬 : .... 회장님. 오늘...
정렬이 무언가를 말 하려하자 새날이 정렬의 눈을 피하지 않은체 대신 대꾸했다.
새날 : 은미 깨어나기전에 어서 사람불러 정리하죠.
회장 : 아 맞아. 조실장 어서 처리하게 은미 깨기전에 핏자욱도 없애고.
어서 !
정렬 : 네 알겠습니다.
회장 : 새날군 수고했어. 든든하네. 핫,핫,핫,
새날 : 그럼.....
새날은 어깨를 두드리는 회장의 손길을 피하듯 인사를 하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이층으로 올라가는 새날을 정렬의 날카로운 눈매가 따라갔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허름한 집앞에 각지게 날선 최고급 블랙 스리피스 슈트를 입은 사내가.
내리는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장승처럼 서있다.
사내가 바라보고 있는 집안에서는 .
남편으로 보이는 사내가 아내로 보이는 여자를 막무가내로 패고있었다.
때려 부수는 소리와 여자의 비명과 흐느낌이 같이 들린다.
무엇을 그리 잘못했는지 여자가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있다.
태식 : 이 x이 남편을 뭘로 알고 죽고싶어 환장했어?
어제가 월급날 인거 뻔히 아는데. 돈이 없다고 ??
다혜 :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 진짜 돈 없어요.
회사 에서도 짤리고 월급도 아직 안나왔어요 제발...
태식 : 이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
사람 패는 소리가 한참 들렸다. 아니. 사람을 때리는 소리가 아니라 잡는소리다.
맞을 때마다 자지러 지게 비명을 지르던 여자의 소리가 잦아지고
이젠 사내의 씩씩 거리는 소리와 무언가 발로 차는 둔탁한 소리만 났다.
여기저기 살림 뒤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득의 양양한 사내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태식 : 이것이 여기다 감춰 두었구만, 큭큭 자... 손 맛좀 보러 가볼까. 흐흐....
태식은 웃음을 질질 흘리며 지하 단칸방을 나서다.
비를 맞으며 장승처럼 서 있는 사내와 맞닥드렸다. 태식의 눈이 번들 거린다.
태식 : 누구슈 ?
결코 움직일것 같지않았던 반짝이는 구두가 움직였다.....
노력하지 않고 사랑받을 수는 있어도 노력하지 않고 사랑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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