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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SK(탈)-14

바람 |2004.03.17 20:32
조회 264 |추천 1

 

 

화섭자 한 개가 다 타 들어가 불빛이 깜박거렸다.

그나마 밝음을 유지했던 불빛이 사라지려하자 불안했다.

치우는 서둘러 또 다른 화섭자에 불을 지폈다. 다시 동굴이 환 하게 밝아왔다.

 그러나 이제 화섭자가 세 개 밖에 남지 않아 걱정이었다.


 초개의 돌무덤을 만든 뒤 길을 찾기 위해 떠나려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갑자기 막개의 몸이 안좋아졌던 것이다. 사실 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치우만 몰랐을
뿐이었다. 막개는 이미 자신이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한독공(寒毒功)의 독이 이미 몸 곳곳에 퍼져 감당 할 수 없었다. 


"치우야! 이제부터 내 말 잘 들어라"


심하게 기침을 하며 숨을 거칠게 몰아쉬던 막개가 갑자기 신중한 목소리로 말하자
치우는 갑자기 불안해 졌다.


"무슨 말을 하려고?"


"쿨럭! 쿨럭! 허....허...내 말 잘 들어라....난 너와 같이 이 동굴을 빠져 나 갈 수 없다."


"무슨 소리야?"


"이미 독이 온 몸에 퍼져서 난 죽어가고 있어. 초개를 치료하다 나까지 독에 중독
 되었다. 이....쿨럭!....이제는....얼마 버티지 못한다..."


"뭐....안돼!...그런게 어디 있어? 나만 두고 모두 어딜가.....안돼!!"


막개의 말에 치우는 놀라며 소리쳤다. 그가 예감하던 두려움이 현실로 닥친 것이다.


"미안하다....널 이런 어려움 속에 남겨두고 혼자만....쿨럭!...가다니...그러나..."


"안돼! 절대 안돼!! 내가 데려갈게. 응? 업고 가면 되잖아? 나가서 의원에게
 보이면 살 수 있을 거야."


"천하명의가 와도 나를 살릴 수 없다. 이제부터 내 말을 잘 듣거라.
 너에게 이렇게 무거운 짐을 주기 싫었지만....이제는 방법이 없구나."


막개의 말에 치우는 앞이 깜깜해 졌다.

혼자서 어떻게 이곳을 빠져나간다 말인가!

더구나 출구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뒤에서 쫒아 오는 그 위험한 사람들을 피해서 말이다.

자신이 없었다. 아니 자신을 이렇게 어려운 상황까지 가게 만든 막개가 얄미워 보였다.

그러나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에게 뭐라 말 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몇 일 같이 지내지 않았지만 그가 좋았다. 자신이 반말을 지껄여도 다 받아주었고

무슨 말을 해도 항상 털털하게 웃는 그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마치 형 같고 아버지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동생 같은 초개를 떠나 보낸 지 얼마나

지났다고 그 마저 자신의 곁에서 떠나간다는 말인가!
여태 거지로 살아오면서 불행하다 느낀 적은 없었다. 가끔 서글픈 적은 있었지만
지금의 삶이 어렵다거나 괴로워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못했다. 연속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죽어간다니 어떻게 괴롭지 않겠는가.


 '나에게 왜 이런 불행이 겹쳐서 오는 걸까...이럴 수는 없다. 정말 하늘도 무심하구나!'


 막개는 치우의 얼굴이 굳어지며 생각에 잠기자 미안했다. 그러나 자신으로도 지금
이 순간에는 어쩔 수 없었다. 무겁게 그의 입이 다시 열렸다.


"내 말을 잘 들어라. 네게 무거운 짐을 맡기는 것 같다만 어쩔 수 없구나 놈들은
 계속해서 쫒을 것이다. 천지환(天地煥)을 빼앗지 않는한...그러나 이 것은 그
 누구에게도 넘겨주면 안된다."


 막개의 신중한 말에 치우는 고개를 들어 쳐다봤다. 천지환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막개가 말해주지도 않았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 이상한 물건 때문에
초개와 막개까지 죽는다고 생각하니 어떤 것인지 궁금해 졌다.


"도대체 천지환이란 것이 뭐냐? 왜 그놈들이 그것을 그렇게 찾이하려고 그래?"


"천지환(天地煥)은 하늘과 땅의 기운을 다스릴 수 있는 물건이다. 나도 정확히는
 모른다 어떻게 이 조그만 것이 하늘과 땅의 기운을 다스리는지 그러나 전설에
 의하면 '천지환(天地煥)을 갖는자 하늘과 땅을 다스릴 것이며 세상의 시작과
 끝을 예견 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것을 찾이 하려고
 한다. 천지환만 가지면 세상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겠지. 그러나 모르는 일이다. 그저 전설일 뿐일지도..."


"그런데 이것이 어떻게 막개 아저씨에게 있어?"


"글세. 하늘이 도왔다고나 할까....나 또한 이 천지환을 찾기 위해 십 여 년을
 헤메었다."


 치우는 막개의 말에 놀랐다.


"아니 그렇게 오래? 왜? 전설이 정확한 것인지도 모른다며?"


"오랜 세월이 흘렀구나. 벌써....내 본 이름은 상무태황가(上武太皇家)의
 둘째 치천(蚩天) 이다."


"예....예? 상무태황가(上武太皇家)?"

 


치우는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아무리 그가 거지로 살고 있지만 대동국의 국민으로
어떻게 황족 집안을 모르겠는가!


 대동국에는 두 개의 태황가(太皇家)가 존재했다. 하나는 태조 치개(蚩開)의 첫째
아들인 치무(蚩武)로부터 시작된 상무태황가(上武太皇家)이고 또 다른 하나는
둘째 아들인 치윤(蚩尹)으로부터 시작된 봉무태황가(鳳武太皇家)이다.
원래는 첫째 아들인 치무가 태조의 뒤를 이어 대동국의 두 번째 태황제(太皇帝)로
등극했어야 했지만 그는 등극을 포기했다. 황제의 자리를 동생에게 양보한 것이었다.
그런데 둘째인 치윤 역시 황제의 자리를 포기하고 자신의 막내 동생인 치문(蚩文)에게
양보했다. 그들은 막내 동생인 치문(蚩文)이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대동국이 더욱 번성하기를 바라며 스스로 동생에게 양보한 것이었다.
치문(蚩文)는 그들의 뜻을 저버리지 않고 대동국을 더욱 발전 시켰다.
무역을 더욱 활성화하여 백성들의 생활을 안정시키며 부유한 국가로 발돋움했다.
그리고 북으로는 대동을 남으로는 길산과 일출만까지 영토를 확장 시켰다. 그후 그의
대를 이어 치월(蚩月)이 등극했으며 그 또한 대동국의 기틀을 더욱 튼튼히 했다.
후에 치영(蚩英) , 치해(蚩海)를 거쳐 대동국은 더욱 발전하며 동대륙에서
최강의 국가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대동국이 이처럼 거대한 국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옆에서 이끈 것은 두 태황가(太皇家)였다. 이들 가문은 비록 황제의 자리를
내 놓았지만 많은 인재를 배출하여 대동국의 중요 요직에 종사하며 나라의 중대사를
맡아 처리했다. 두 태황가의 도움이 없었다면 대동국이 동대륙에서 큰 위치를 차지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만큼 두 태황가는 대동국의 최고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가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후에 대동국의 10번째 태황제인 치문(蚩門)이
일찍 세상을 떠나고 지금의 어린 태황제인 치율(蚩律)이 등극하게 됐다. 13살의 어린
태황제가 등극하자 봉무태황가(鳳武太皇家)의 가주(家主)인 치태권(蚩太券)은 야심을
품고 권력을 잡아 집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권력을 잡은 후 어린 황제를 자신의
마음대로 조정하며 야욕을 챙기기 바빴다. 이에 상무태황가(上武太皇家)와 많은
중신들이 반발을 했으나 치태권의 권력에 미치지 못해 하나씩 숙청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내부에서 권력다툼이 일어나는 중 북청과 남청의 연합군이 대동국을
공격해 들어왔다. 내부에서 권력다툼으로 인해 많은 세력이 약화된 대동국은
청의 연합군에 계속 밀려 대륙의 반을 내 줄 수밖에 없었다. 위태한 대동국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상무태황가(上武太皇家)의 사람들은 많은 노력을 하였으나 계속해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는 봉무태황가(鳳武太皇家)의 가주(家主) 치태권(蚩太券)에
의해 죄절되고 말았다. 결국, 상무태황가(上武太皇家) 사람들은 동대륙에서 전설처럼
전해져 오는 천지환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 위기를 극복 할 수 있는 것은
천지환에 담긴 비밀을 푸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천지환을 찾고
그 비밀을 풀기 위해  상무태황가(上武太皇家)의 둘째 공자인 치천(蚩天)이
나서게 되었는데 그는 이름을 막개로 바꾸고 동대륙을 돌아다니게 된 것이다.

 

 

"그렇게 난 대륙을 떠돌며 천지환을 찾아 다녔다. 처음에는 무척이나 어려웠다.
 아무런 단서도 없었기 때문이다. 천지환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고 그저 전설에
 내려오는 몇 줄의 글귀만을 가지고 찾으려니 정말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전설로 내려오는 글귀라는 것이 뭔데?"


 치우는 점점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마치 흥미진진한 모험담을 듣는 듯
하여 지금 이 순간의 어려움도 모두 잊고 막개의 다음 말이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다.


"대동국에는 예로부터 전해오는 책이 있다. 우리 조상님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지.
 그 책에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태초에 동쪽의 자손이 일어설 때 하늘의 끝에 매달린 이슬이 떨어졌다.
 떨어진 이슬은 천지봉에 맺혔는데 그것을 옛사람들은 하늘의 우물이라 불렀다.
 우물의 아름다움을 보고 하느님께서 내려와 동쪽의 자손을 다스리니 이는
 세상이 열리는 시초였다. 태초 하느님께서 천지봉에 내려오실 때 동쪽 자손들에게
 천지환을 주시고 '천지환(天地煥)을 갖는자 하늘과 땅을 다스릴 것이며 세상의 시작과
 끝을 예견 할 수 있다'라고 말하며 동쪽 자손의 번영을 예고 하셨다.
 이에 동쪽 자손들은 하느님을 받들어 하늘의 우물에 천지환을 묻고 제를 지냈다'
 그것이 천지환에 대한 전부다. 난 이 내용을 바탕으로 하늘의 우물을 찾기위해
 가보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런데 하늘의 뜻이었는지 행운이었는지 그 하늘의 우물을
 찾을 수 있었다."


"하늘의 우물을 어디서 찾았는데?"


"그곳은 나도 예상치 못했던 곳이었다. 처음 우리 민족이 일어날 때 주요 지역은
 동대륙 전역에 걸쳐 있었다. 동대륙이 모두 우리 민족의 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 그래서 난 동대륙의 유명한 산들을 찾아다니며 천지봉이라는 곳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천지봉이라는 지명을 가진 곳을
 찾을 수 없었지. 어쩌면 당연한 거지만 수 천년이 흐른 지금까지 지명이
 같을 수 있을 수는 없을 테니....그런데 행운이었을까......몇 개월 전에 나는 거의
 포기하는 심정으로 장신령산맥(長神領山脈)을 넘게 되었다. 이곳은 여러 번
 와 보기도 했던 곳이라 기대를 가지고 간 것이 아니었지. 그저 답답해서
 제천대(祭天臺)를 찾아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제천대가 뭐야?"


"제천대는 옛 한국시대(桓國時代) 때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장소다. 제천대는
 장신령산맥 꼭대기에 있는 장백봉(長白奉)의 천지연(天地然) 아래에 있어 그 경치가
 무척이나 아름다운 곳이지 마치 천상에 있는 산과 같지."


"우리 나라에 그런 멋진 곳이 있어?"


"그래. 나도 그 아름다움과 옛 성인들의 기상을 떠올려 보고 싶어 그 곳을 찾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 곳에 천지환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니! 그럼 그곳에서 천지환을 찾은 거예요?"


"그래. 그 곳에 모든 것이 있었다. 우리의 미래가...."


"천지환이 정말 하늘과 땅을 다스릴 수 있어?"


"그건 나도 모른다. 내가 처음 천지환을 발견 한 곳은 천지연 속의 깊은 곳이었다.
 그곳에서 난 거대한 힘을 느꼈다. 인간이 범접하지 못할 강한 힘을 그래서
 이 천지환을 가지고 나오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절대로 건들지 말아야하는 물건을
 내가 가지고 나오는 것이 아닌지...그러나 우리 대동국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는
 그 물건이 필요했다. 전설대로 천지환이 하늘과 땅의 기운을 다스리지 못해도 좋았다.
 천지환이 있다는 것 하나로 우리 백성들은 힘을 모을 수 있을 것이고 그럼 청의
 연합군도 몰아낼 수 있을 테니."


막개는 말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 졌다. 억지로 누르고 있는 독기가 계속해서 치고
올라와서 얼마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이야기에 빠진 치우를 보고 한숨을 쉬며
계속 말했다.


"치우야! 내 말 잘 들어라. 이제는 너에게 힘겨운 부탁을 해야겠구나"


"무슨 말이야?"


"자 이것을 받아라"


품속을 뒤지던 막개는 치우에게 은빛 찬란한 팔찌를 내밀었다.


"아니! 이건?"


"그래. 이것이 진짜 천지환이다."


아름다웠다. 특별한 무늬나 조각은 되어있지 않았으나 밝게 빛나는 은빛이 무척이나
보기 좋았다. 마치 때묻지 않은 순순한 어린아이의 영혼 같아 보였다.


"그...런데....왜?"


"이것을 네가 잘 보관해 줬으면 좋겠다."


"싫어!! 모두 이것 때문에 일어난 일이잖아. 이런 불길한 물건을 왜 내게 줘."


"부탁이다. 제발 네가 가지기 싫다면 상무태황가(上武太皇家)에 전해 다오!
 우리 가문은 치태권에 의해 태호에 머물지 못하고 지금은 길산에 자리잡고
 있다. 길산의 가흥에 가면 천일문(天一門)이 있다. 그곳에서 치령이라는 사람을
 찾아서 내 이야기를 전하고 이 천지환을 그에게 줘라."


"싫어! 아저씨가 직접 전해줘. 난 몰라 여기서 빨리 나갔으면 좋겠어"


"제발! 이렇게 부탁할게"


갑자기 막개가 일어나 무릎을 꿇자 치우는 깜짝 놀랐다.


"뭐하는 거야"


"부탁한다. 네게 우리 대동국의 운명이 걸렸다."


일어날 줄 모르는 막개을 붙잡고 고심했다. 사실 치우는 나라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저 구걸해서 먹고사는 곳이 태호니 이곳이 내 집이다는
생각 뿐 대동국이면 어떻고 북청이면 어떤가 따질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나라를
위해서 자신이 위험을 감수해야한다니 그에게는 좋은 일일 수 없었다.


"싫어! 그 무서운 놈들이 이것 때문에 계속 나를 쫒을 건데 나 혼자 어떻게
 감당하라고 아주 날 죽으라고 제사를 지내지 그래?"


"그렇게 네가 싫다면 할 수 없는 일지만 이 천지환을 놈들에게 빼앗기면
 초개의 죽음은 뭐가 되겠느냐? 초개는 이것 때문에 죽었는데 놈들에게 이것을
 그대로 넘겨주겠다는 거냐? 그리고 네가 이것을 가져가지 않는다 해도
 놈들이 널 그냥 두지는 않을 것이다."


 막개의 말을 듣고 치우는 다시 생각해 보았다. 초개의 안타까움 죽음을 다시
떠올리니 슬픔이 가슴에 차 올랐다. 그리고 분노가 밀려왔다. 초개를 죽인
청도삼괴의 우두머리인 백괴 갈마웅이 죽이고 싶도록 미웠다.


"좋아. 그럼 나도 조건이 있어."


"무엇을 바라느냐?"


"초개의 원수를 갚을 수 있도록 도와줘. 이대로 그 놈을 가만 둘 수 없어."


 막개는 치우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부탁이 없었더라도 자신의
모든 것을 전해 주려했었다. 그런데 치우가 나서서 부탁을 하니 오히려
그의 마음이 가벼웠다.


"좋다. 그러나 지금 난 중상을 입어 너에게 무예를 직접 가르켜 주지는 못한다."


말을 마치며 그는 품속에서 책 한 권을 꺼내 치우에게 건네줬다. 책의 앞에는
화려한 필치로 칠성지연검(七星之連劍)이라 적혀 있었다.


"그 책에 내 무공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그것을 보고 열심히 수련한다면
 넌 동대륙에서 손에 꼽히는 고수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원수도 갚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갈마웅은 음흉한 놈이니 조심해야 할 것이다."


 막개의 말을 들으며 치우는 책을 펼쳐 보았다. 그림과 글씨가 가득 채워져 있는 것이
머리가 아파왔다. 내용도 자신이 봐도 모르는 어려운 글들만 잔득 써 있었다.
그는 인상을 쓰며 막개에게 말했다.


"이것을 가지고 내가 어떻게 혼자서 배워? 평생가도 안되겠네."


"이리 오너라."


 치우가 다가가 앞에 앉자 막개는 그의 명문에 손을 얹었다.


"중상이 심하지만 않았다면 모든 것을 네게 전수해 줄 수 있었을 텐데....아깝구나.
 우선 네게 기초 내공을 전해주마 그 이상은 네가 스스로 노력해서 터득하는
 수밖에 없다."


막개는 말을 마치고 곧바로 기를 운행했다. 명문을 통해 그의 순양기(純陽氣)가
치우의 몸 속으로 스며들었다.
 치우는 무공을 익힌 적이 없어 내공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따스한 순양기가
그의 몸 속으로 끊임없이 흘러 들어오자 몸이 점점 뜨거워지면서 머리가 상쾌해 졌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안정되며 온 몸에 힘이 넘쳐흐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나 그의 몸이 점점 좋아질 때마다 막개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져갔다.
 사실 지금 막개는 자신의 목숨을 치우에게 나누어주는 것과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그의 몸 곳곳에 독기가 퍼져서 기운을 운행한다면 얼마 버티지 못한다.
그나마 남아있던 자신의 원기까지 손상해 가며 기운을 몰아넣고 있는 중이었다.
한독공을 한곳으로 몰아넣고 순수한 기운만을 치우에게 넣어주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기운을 집중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지막 남은 그의 원기까지
끌어 모으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다. 그는 기를 계속해서 치우에게 주입하면서
뇌전심법(腦傳心法)을 시행했다. 이 심법은 마음과 마음을 통하게 하여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상대에게 전하는 법으로 최고의 심법이다. 막개는 이 심법을 통해서 치우에게
자신의 무공의 요결과 방법 뜻을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전하면 무엇보다
머리 속에 잘 각인되어 잊어지지가 않고 이해가 빨라 좋은 방법이었다.
 치우는 마치 자신의 머리 속으로 무한한 지식이 빨려 들어오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생각 할 수 없는 무아지경 속에서 무공을 전수 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무공은 머리 속으로만 할 수 없는 것이지만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는 고수의 반열에

오를 수 없는 것 또한 무예이다.
그렇게 따진다면 지금 막개가 시행하고 있는 뇌전심법(腦傳心法) 만큼 무예를
전수하는 좋은 방법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이 제자에게
이 법을 시행하지 않는 것은 이 심법에도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심법을 전수하려면 최상승의 내공을 익혀야한다. 그리고 이 법을 시행한
사람은 대부분 자신의 기운을 모두 잃거나 기억의 일부를 잃게 된다.

 한마디로 모든 것이 다른 사람의 머리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시행자 자신만 기억할 수 있는 기억들이 시행 받는 사람에게도 기억이 되면서 자신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막개는 이미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 심법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나 짧기 때문에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줄 수 없으니 이 방법밖에 없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그들이 무아지경에 빠져있을 때였다.


크크크크....


어두운 동굴에 이상한 소리가 울려 퍼지지 시작했다.

마치 껄끄러운 마차바퀴 굴러가는 듣기 거북한 소리가 점점 커지며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무거운 발자국 소리도 들려왔는데 수 십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달려오는
듯한 소리에 동굴이 들썩거렸다.
 그 소리를 들은 막개는 깜짝 놀랐다.


'이런! 아직 심법을 다 마치지 못했는데....그런데 이 무슨 소린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쫒아 왔나? 그리고 이건 무슨 냄새지?'


그는 자신의 코를 통해 들어오는 야릇한 비린내에 인상을 찡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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