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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다 적지 않으면 터질 것 같다. 어떻게 견뎌야할까.

렝씨 |2025.01.30 15:00
조회 199 |추천 1
작년 초부터 부모님 사이가 틀어졌어

아버지가 새 모임에 가입하고 활동하면서, 거기 있는 중년 여성분이 같은 지역이라 카풀 같은 느낌으로 태우고 왔다갔다 하셨었나봐. 여성분은 돌싱에 성인 자녀 두 분 있다나.
어머니는 아빠가 새 모임에서 활동하시는 걸 꺼려하긴 했지만, 그래도 매번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시고 그러셨으니 별 생각 안하셨었는데.
이 모임에 일손이 필요한 일이 생겨서 어머니가 도와주러 갔다오신 적이 있는데, 오시더니 하시는 말씀이 "그 여자 눈빛이 되게 소름 돋더라. 밥먹는데도 아래위로 사람을 훑어보고..." 그러면서 게름칙해 하시는 거야. 거기서부터 일이 틀어졌어.
어머니가 아버지한테 건강검진 다녀오면서 그 여자 태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는데, 아버지가 이유를 물으니 어머니가 말을 대충 뭉뚱그렸나봐. 둘이 타는데 정분나겠다 어쩌구 하면서. 아버지가 자기 취향 아니다, 손도 안 잡았다 식으로 장난처럼 넘어가려 했나봐. 그래도 며칠 후에도 확실히 태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길 했다는데
어느날에 내가 퇴근하고 집 오니까 분위기가 싸한 거야. 말 들어보니까, 들어올 시간이 살짝 넘어서 전화하니 안 받고, 게름칙해서 들어와서 그 여자 태웠냐니까 안 태웠다고 이야기를 했대. 근데 너무 찜찜해서 블랙박스를 보려고 하니까 내용물이 없대. 포멧이 되어있더래. 아는 모임장한테 전화를 하니 그 여자를 태우고 갔다는 장의 말까지...
어머니는 아버지가 거짓말 한 걸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이러냐고 하시더니 그 후에는 뭐... 핸드폰 뒤지기, 녹음기 넣기부터 블랙박스 복원까지 난리도 아니었어. 이렇다 할 소득은 없었지만 (블랙박스 칩 꺼내다 손상 있었는지 그 일자 근방 싹없음) 핸드폰에 또 오밤중에 두 시간 통화 기록 있지, 자동통화녹음인데 그 두 시간 기록만 없고, 어떤 날에는 모임장이랑 그 여자분이랑 둘이서 변호사 만날 일이 있어서 갔다왔다는데 그 여자가 아버지한테 '모임장이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미리 알고계셨으면 해서 보낸다.' 하고 이제 회의 녹음파일을 보내준 것도 있었는데... 녹음 상황은 별거 없었는데 끝자락에 녹음을 끄지도 않고 화장실 소리까지 다 들어간 게 있질 않나 (녹음 중지버튼 누른 건 사무실 완전히 다 나와서 끊은 거. 그러면 보통 자기가 화장실 갓으니 그 소리도 다 들어간 거 깨닫고 자식들한테 잘라달라거나 하지않나? 일단...)
죄다 정황증거뿐이긴 하지만 어머니가 이걸로 엄청나게 화를 냈고, 거짓말 한 부분에서 상당히 큰 배신감을 느끼신 거 같더라고. 이걸 추궁해 물으니 (두 시간 통화내역 같은것만) 당신께서는 억울하다고 막 뭐라하시고... 그렇게 계속 말도 안되는 싸움과 어머니 확인집착이 심해지고, 작은 무언가가 있어도 끼워맞추고...
처음에는 그럴 거면 이혼하셔라고 권하기도 하고, 말을 정면으로 반박도 해보고, 이제 어머니의 우울증세까지 보이니까 설득에 설득에 설득을 더해서 정신과도 가보고... 아버지랑 대화도 해보고 진짜 최선을 다해봤어.
그러다가 지난 추석에, 친구들하고 놀고있는데 오밤중에 전화가 온 거야. 아버지가 자기 집 나왔으니 어머니 잘 모셔라. 이러면서... 어머니 위치 확인해보니 집밖에 계셔서 미친듯이 택시타고 달려내려갔다? 그 새벽에 아버지 찾으러 나오셔서는 나에게 다 쏟아내시는 어머니를 보고 뭐라 말을 못 하겠고. 망상같은 말도 막 하고... 그러다가 집에 못 들어가겠다고 모텔에서 자고 간다고 하셔서 들어가시는 거 보고 새벽에 집에오는 길에 아버지랑도 계속 통화를 했다? 근데 두 분이서 통화를 하겠다고 하더니, 겨우 집에 도착하자마자 들은 말이 '아버지가 죽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고는 안 받는다.' 였어. 어떡하겠어. 튀어나가서 인생 처음으로 실종신고 하고... 회사에 가있는 아버지 확인해서 경찰분들 덕분에 차안에서 소리 고래고래 지르는 처음보는 두 사람의 모습을 나는 지켜볼 수밖에 없었지.
거의 끝이다, 라는 느낌의 결말을 받고 겨우 다시 택시타고 어머니를 모시고 갈 때, 달리는 택시 차문을 열까봐 두려워서 손도 잡고 있었다.
그 이후에 갈라설 거 같더니, 어찌저찌 지지부진하게 서로 맞춰보려는 듯 애를 쓰는 거 같더라. 어머니도 그 생각을 멈추게 일도 해보라고 이거저거 추천도 하고, 나가보시기도 하고,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따보라고 권하니 경제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신건지 그거 다니시기 시작했고... 아버지도 모임 나가있어서 전화 못받으면 어머니가 가끔 영상통화를 걸긴 했지만...

근데 지지부진한 평화도 임시로 붙여놨을 뿐이지, 매번 나에게 풀지 못한 여러가지의 의혹들을 털어놓고, 언제까지 약을 먹어야하냐고 그러시고... 술담배 하시고. 왜 모텔이 네비게이션에 구글에 찍혀있냐고 그러시고. 의부증인가 싶은데 정신과의원하고도 성향이 너무 안 맞아서 결국 멋대로 단약하시고. 밤중에 방문 발로 차고... 그거 내내 듣고 달래느라 너무너무 힘든 작년이었거든.
내가 또 회사 간 사이에 문제가 터졌는지, 아버지가 이혼하자고 이야기를 했나봐. 어머니는 그걸 수락했는데, 콧바람 쐬게 해드리려고 나갔을 때 하시는 말씀이 살아갈 자신이 없으시댄다.
너무 개인사정이라 다 풀지는 못하겠지만, 어머니 인생은 어릴 때부터 너무 거칠고 고난이었고, 개같은 놈 만나서 자살시도까지 했는데 그런 어머니를 도와준 게 아버지고, 아버지도 비슷한 인생을 살아왔기에 뭐 굽이굽이 이래서 어머니가 첫사랑이고... 그러니 어머니 입장에서는 쉽게 못 놓는 게 이해가 가더라. 살아갈 자신이 없다고 하시는 것도... 자식 앞에서 할 소리도 아니고, 자식이 있는데 왜 그런 말을 하냐고 할 수도 없는 게... 나는, 내 동생은 이제 성인이고 각자 삶들을 살아야하는 게 아니냐고 늘 들어왔거든.
그래서 어디 산속에 들어가서 살고 싶다는 말에도, 그 뉘앙스가 자식들까지 다 두고 떠나고싶다는 말로 들려도 뭐라고 말을 못 하겠더라.

근데 오늘은 상태가 더 안 좋아보여서 (뭘 확인하고 오셨음) 노래방도 모시고 가고, 좋아하는 밥도 사드렸는데 눈앞이 캄캄하더라.
나는 언젠가 직장이 바뀌어서 떨어져야 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대로 이 사람을 이렇게 두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 두 분이 안 맞으면 이혼하는 거야 그들의 삶인 거니 내가 끼어들 수도 없지만, 이대로 아버지도 우울증에 어머니도 우울증에, 내가 손댈 수 없는 일이 터져버리면.
그러다보니 내 정신까지도 한참전에 깎여나가고 있던 걸 이제서야 자각하고, 괜히 나쁜 생각하실까 돌아보게 되고. 본가에 간다는둥, 부모님이 손녀, 손자를 좋아하셔서 자주 온다는둥 하는 이야기들이 정말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구나 싶고... 그냥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아버지는 계속 억울해하시는데, 사실 내가봐도 엥 싶은 정황이 좀 있으니 나도 긴가민가할 정도거든. 그래도 맞는 건 맞다, 아닌 건 아니다 이야기를 드리고 대화를 해보려고 하는데 그것마저 이제 쉽지가 않다. 하다못해 대처도, 체면 생각한다고 그 여자가 오해받는다고 사과까지 그 여자한테 한 상황에다가... 잠꼬대로 그 여자 이름 부른 거 듣고는 이마를 쳤고.

두 번째 숨막히는 명절을 맞이하고서 이제 이혼이 시작되려고 하고 있는데, ... 나는 어떻게 앞으로 더 이 상황을 버텨야할까 싶다. 내 울타리라 믿었던 사람들을 없는 사람이라 생각해야 내가 덜 상처받을까?
그들을 미워하고 원망해서 절연했으면 했겠는데, 그게 아니라서 더 어떻게 해야할지, 버텨야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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