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아버지를 보내드린지 3년, 아직 아버지 일터를 정리하지 못했네요.

쓰니 |2025.05.05 10:26
조회 7,155 |추천 31

아버지는 경남 창원에서 내과 의원을 하셨습니다.

암투병을 하시던 아버지께서는 돌아가시기 한 달 전에도 힘든 몸을 일으켜 출근을 하셨었어요.

내과라 혈압, 당뇨약을 꾸준히 타시는 환자분들이 계시다면서 약 처방을 하셔야 한다면서요.

 

그러다 전신으로 전이된 암을 이기지 못하시고 결국 별세하셨고, 

마지막까지 진료를 보시느라 병원을 정리하지 못하고 돌아가시는 바람에 그 의원은 그대로 두고 가셨죠.

 

아버지를 보내고 첫 1년은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게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세금 신고며 이것저것 정리해야 할 게 너무나 많더라구요. 

 

그렇게 1년을 정신없이 보내고 이제 아버지의 일터만 남았을 때

웬만하면 좋은 의사 선생님을 모시고 의원이 계속 운영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의사 포털 사이트에 구인글도 올리고 몇몇 선생님들께서 보고 가셨지만

다들 한결같은 반응이셨어요.

 

의원이 있는 상가가 아파트 단지 한 가운데 있어 입지는 좋으나

아버지 의원 평수가 작아 아쉽다는 반응이었어요.

요새 개인병원으로 돈을 벌려면 이것저것 의료 기기들을 넣어야하는데 그러기엔 규모가 작다면서요.

그렇다고 이제 개원하려는 젊은 의사 선생님들께서 저희 아버지처럼 약 처방만 주로 하기엔 수입이 걱정된다고 하시구요.

 

그러다 또 1년의 시간이 지나갈 무렵에 한 가정의학과 선생님께서도 오셔서 둘러보시고는

입지가 너무 마음에 들지만 평수 때문에 고민이 된다며 역시나 같은 입장으로 망설이셨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보니 그 의사선생님께서 바로 아래층에 개원을 하시더라구요? 

아래층에 약국 연구실이 있었는데 1층 약국의 약사와 얘기가 되어 그곳을 좀 더 확장 공사하여 개원을 하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때 참 마음이 힘들었습니다.

저희 아버지 의원이 비어있는걸 뻔히 알면서 제가 올린 구인글을 보고 오셔서는 입지가 마음에 들어 

아래층에 개원하는 의사나, 그 자리를 내어준 약사나, 그걸 주선한 같은 층에 부동산이나

다 야속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더라구요. 

세상사 다 자기 잇속 챙기며 산다고는 하지만... 많이 속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는 중에 감사하게도 한 노의 선생님께서 약 처방만 주로 하고 싶다고 관심을 보이셔서 잠시 들어오셨으나, 아래층에 개원한 가정의학과 의사가 비만, 미용 등 휴일도 없이 야간까지 운영하며 공격적으로 운영하셔서 내과 환자들도 거기로 빠지는 것 같다며 그만두시게 되어 다시 비어있는 신세가 되었네요. 

 

가정의 달이라고 하니 아버지 생각도 많이 나기도 하고

휴일이라 괜시리 신세 한탄 하고 싶어서 몇자 끄적여 보았습니다.

이제 아버지 일터를 그만 놓아줘야 하나 싶기도 하네요.

 

다들 부모님과 함께, 자녀분과 함께,

즐겁고 행복한 연휴 보내세요!

추천수31
반대수10
베플ㅇㅇ|2025.05.05 13:38
직접 운영못하는거면 팔면 되죠. 씁쓸할일도 아닙니다.
베플ㅇㅇ|2025.05.06 04:07
아버지가 훌륭하신 참 의사셨네요. 그런 아버지릉 두셨다라는 자랑스러움과 존경을 마음 깊이 간직하면 됩니다.. 일터는 결국 장소일 뿐.. 아버지가 몸바치셨던 그 좁은 공간이 계속 뱡원으로 남아 누군가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겠지만.. 현실이 또 다르니 어쩔 수 없지요. 물질은 결국 변하는 것… 아버지의 모습과 마음은 환자들도 가족들도 오래도록 기억할 테니 너무 슬퍼 마시고요.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