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릴때 몸이 약해서 시골에서 요양한다고 한동안 할아버지 손에서 자랐어요
까탈스럽고 예민하고 몸 약한 손녀라 손이 많이 갈텐데 ㅠ 싫은티 한번 안내셨고 시골분이라 거칠면서도 할아버지는 항상 제 눈물에 약해지던 분이셨어요
저를 늘 공주라 부르며 목마 태워주시고 동네 노인정에 같이 놀러가고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눈물밖에 안나요ㅠㅠ
3년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눈감으시기 일주일 전쯤 저한테 꼬깃꼬깃한 만원짜리 열장을 주시더니 맛있는거 사먹으라 하셨거든요 지폐에 글씨 쓰면 안되는거 알지만 할아버지가 한장에다가 제 이름을 서툰 글씨로 써주셨어요
원래 한글 못 쓰시는데 제가 알려드렸더니 계속 연습하시다가 지폐에 제 이름을 써주심ㅜㅜ
저는 마음 아파서 돈 못썼고 그대로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계속 부적처럼 예쁜 봉투에 넣어서 집에 모셔놨어요
그러다 작년에 제가 결혼하고 신혼집으로 이사하면서 그 예쁜 봉투를 현관문 안쪽에 붙여놨거든요
미신이나 종교적 이유가 아니라 그냥 출근할때 할아버지 생각하고 싶어서 붙여놨고 남편한테도 얘기했고 그 돈은 제가 죽을때까지 못 쓸거 같다고 말했었어요
근데 제가 저번주에 애 낳고 친정집에서 일주일 산후조리 하고 집에 왔거든요
애낳으니 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서 오랜만에 돈을 꺼내봤는데 할아버지가 주신 돈이 아니라 새 돈이 들어있는거에요
남편한테 이게 어떻게 된거냐 물었더니 족발이랑 치킨 배달이 왔는데 지갑이 안방에 있어서 현관문에 붙여둔 그 봉투에서 돈을 꺼내 계산했고 채워두면 제가 모를거라 생각했대요
남편 친구들이 놀러와서 음식 시켜먹느라 할아버지가 주신 돈 10만원을 다 꺼내 썼고 제가 집에 오기전에 오기전에 새로 돈 뽑아서 채워놓은거에요...
너무 속이 상해서 엉엉 울었어요
atm기기에서 뽑아온 돈이랑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주신 돈이 어떻게 같겠어요? 남편은 미안하다고 하는데 다같은 지폐인데 의미부여 하고 우는게 이해가 안된대요
저는 계속 생각나서 화나고 속상하고 내가 이런 사람을 믿고 앞으로 어떻게 살지? 차라리 애 갓난쟁이일때 빨리 갈라서는게 낫지 않나? 그런 생각까지 들어요
그 돈이 나한테 중요한 의미인거 알면서 배달이 오는거면 미리 지갑을 준비해놓고 있어야지 아니면 어플에서 미리 결제를 했어야지
왜 그 돈을 꺼내썼는지 왜 그랬어야했는지 도저히 모르겠어요
정이 다 떨어진거 같아요
앞으로 같이 부대껴서 살 자신이 없어요 어떡해요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