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즐거운일 하나없는 회사생활에 유일한 樂
톡을 매우 즐겨보는 20대 중반 女입니다.
그저 평범하던 제 일상에
정초부터 대 굴욕사건이 일어나게되어
이렇게 글을 쓰게되었습니다.
저는 마포에서 회사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본 집은 수도권이지만.. 출근시간이면 출근 대란이 일어나는 신도시에 살고있어
마포까지 출퇴근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 회사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지요.
구정 연휴가 시작되던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다 약속이 있던 저는
일요일 저녁 늦게 본집에 갈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엄마께서는 아직도 출발을 안했으면
날씨도 춥고, 눈도 와서 길이 미끄러우니 그냥 집에서 자고
설날 아침에 시간 맞춰서 부천으로 오라고 하시더군요.
저희는 차례를 지내러 부천으로 가는데..
사실 제 집에서 지하철 타고 가는 것이 훨씬 가깝거든요.
명절을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죄송스럽고 아쉽기도 했지만
저도 조금은 귀찮았던지라 그냥 집에서 자게 되었습니다.
다음날 7시까지 부천에 도착해야하는지라
전 5시 반에 알람을 맞춰놨지만,
새벽 3시가까이에 잠이 들었던지라,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6시 10분에 엄마 전화를 받고 일어나서 후다닥 준비를하고 나갔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과 지하철 역이 연결되어 있어서
엘레베이터 안에서 가방을 뒤지며 교통카드를 찾은뒤
mp3를 귀에 꼽고 룰루랄라 지하철을 타러 내려갔습니다.
카드를 찍고 계단을 내려가자마자 지하철이 막 출발을 하더군요.
공휴일 새벽이라 그런지 지하철이 뜸했고,
저는 중간에 있는 의자에 앉아 10분정도 기다렸습니다.
앉아있는데 누가 제 어깨를 툭툭 치는 것입니다.
그래서 뒤를 돌아봤더니
한 아저씨께서
(사실 아저씨와 할아버지의 중간 정도 되시는...)
"아가씨~ 이거 일부러 달고 다니는거야?"
물으시더군요.
아저씨의 손 끝을 따라서 뒤를 돌아보니
엄훠, 이게 왠일 ㅠㅅㅠ
글쎄.. 제 옷에....
제 옷에.....
제 옷에......
옷걸이가 걸려있는게 아니겠습니까...ㅠ
그것도 일반 얇은 옷걸이가 아니라
정장이나 코트를 사면 주는 그 튼튼한 옷걸이가.....
또한 그 옷걸이는 까만색도 아닌
불투명한 흰색이라 색깔도 엄청 튀는 옷걸이가.....?!!!!??14?#@!
제가 급하게 헹거에서 옷을 꺼내 땔
옷 뒤에 있던 빈 옷걸이가 떨어지면서
허리띠에 척 하고 걸렸나봅니다ㅠ
어찌나 잘 걸렸는지 제가 걷고, 심지어는 의자에 앉을때에도
떨어지지 않았나봅니다ㅠ
너무 당황한 저는 아 진짜 얼굴이 화끈거리면서
얼른 떼려고 했는데..
아저씨께서는 침착하게...
"가만 있어봐, 내가 해줄게" 이러더니
손수 떼주시더군요 ㅋㅋㅋㅋ
그러더니 제가 설 선물로 받은 과일세트를
어차피 혼자 살아서 잘 안먹게 되니까
집에 가지고 가려고 쇼핑백에 담아서 가져가는 길이었는데
제 옷에서 떼낸 옷걸이를 그 쇼핑백에 넣어주시면서
"달고 다니지 말고, 여기에 넣어가지고 다녀~" 하시면서
자상하게도 손수 쇼핑백에 넣어주시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놔 !
자상한 그 아저씨께서는 제가 창피해 하는건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젊은 사람인 것 같은데 이상해 보여서 내가 얘기해준거야~"
라고 마지막 멘트를 날려주시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꾸벅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를하고,
쇼핑백 위로 삐져나오는 옷걸이를 제 가방에 넣었습니다.
빅백을 좋아해서 다행이지; 핸드백을 들었더라면 ㅋㅋㅋㅋㅋ
사실 버리고 싶기도 했지만 주위에 쓰레기통이 안보였습니다.
의자에 앉아계신 다른 분도 쳐다보고,
지나가던 분들도 막 쳐다보고...
아, 정말 다행인건 너무 이른 시간이라서
사람이 얼마 없었고,
또 대부분 50대 이상의 나이 지긋하신 분들만 계셨다는겁니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진짜 거기에서라도 그 아저씨가 발견해주신것이 다행이지
그 상태로 지하철을 탔더라면
얼마나 더 망신이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엘레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갈 때
중간에 어떤 남자분이 타셨었거든요.
저는 그 때 가방에서 교통카드를 찾느라
옆으로 서서 엘레베이터 손잡이? 팔걸이? 거기에 가방을 올리고
열심히 찾고 있었구요..
그 분은 지하3층을 누르시더라구요.
분명.
분명.
분명.
타시면서 제 모습을 봤을텐데도
얘기를 안해주셨다는 겁니다ㅠ
그분이 얘기만 해줬더라도
제 그 모습을 1명만 보고 끝날 수 있었을텐데...
너무나 원망스럽습니다.
제가 카드를 너무 열심히 찾느라 몇층에서 선지도 못본게 아쉽습니다.
암튼 제가 도착했을 때 차례는 시작이 되어있었고
제 가방위로 슬쩍 튀어나온 옷걸이를 본 언니가 뭐냐고 물어봐서
"내가 달고 지하철 역까지 나왔다" 라고 간략하게 말해줬는데
우리 언니는 대 폭소를 터뜨렸고.. 엄마한테 혼났습니다 ㅋㅋ
차례가 끝난 뒤 엄마한테 언니가 얘기를 했더니
엄마는 김치 담글 때 쓰는 스댕으로 된 큰 다라이(?)를 들고가다가
거실에 주저 앉으셔서 기어다니면서 웃으셨습니다.
그리고 엄마 친구들한테 웃음을 주고 싶다면서
핸드폰 사진으로 남겨놓으라고 하시더군요.
그 김에 제 핸드폰으로도 한장 찍었습니다.
바로 이랬답니다.
참, 그 친절하고 자상하셨던 아저씨께 그 때 감사하다고 하긴 했지만
너무 경황이 없어 인사를 제대로 못한 것 같아
진심으로 감사했다고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어요.
언니들 말로는 그렇게 자상할 수가 없다고
아마도 딸을 가진 아빠의 마음으로 챙겨주신거라 하시네요.
ㅋㅋㅋㅋ
아마도 자녀분이 있으셨다면 제가 집에가서 말했던 것처럼
그 분도 집에가서 자녀분들께 말씀하셨겠죠..?
혹시나 아버지께 이야기를 들은 그 자녀분이 이 글을 보신다면
꼭 좀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26일 아침 6시 45분쯤 공덕역에서
제 옷에 붙은 옷걸이 떼어주신 아저씨 (이미지가 탤런트 장용 아저씨 같았어요 ㅋ)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
그리고 이 글 읽으신 여러분들은,
엘레베이터에서 이런 여자를 만나신다면..
꼭 모른척 하지 마시고, 얘기 좀 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