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는 직업 학벌 집안
전부 저보다 훨씬 좋은 조건이면서
외모도 너무 제 이상형에 가까워서
제가 먼저 고백해서 사겼고
3년 동안 만나면서
어떤 상황에도 화도 안내고 침착하게 대응하고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고 다정하면서도
선을 넘으면 단호한 모습이 듬직해서
결혼은 이런 남자랑 해야하는거구나
놓치면 정말 평생 후회할꺼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결혼하자고 졸라서
이번 추석에 양가 부모님에게 결혼을 전제로
각각 인사 드렸는데 망한거 같습니다
남자친구쪽 부모님은 제가 걱정했던거랑 다르게
너무 살갑게 대해주시고 환영받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너무 좋았었는데
저희 부모님과 만났을땐
부모님이 남자친구가 교회 안다닌다는 얘기를 듣고
그때부터 대놓고 못마땅해하시고
우리 딸 기도로 낳고 기도로 키웠는데
교회도 안다니는 사람한테 시집 못보내겠다고 하시더라구요
엄마한테
나도 교회 안다니고 안믿는데 그게 무슨 소리냐 했더니
니가 안믿으니까 남편이라도 교회를 다녀야
니가 다시 주님 품에 돌아올거 아니냐면서
내 딸이 평생 지옥에서 평생 고통받는거
상상도 하기 싫다고
어쨌든 본인은 기독교인이 아니면 절대 결혼을 축복해줄수
없다고 평생 안보고 살면서 연을 끊던지 맘대로 하라면서
자리가 끝났습니다
부모님이 워낙 신실한 기독교인인건 알고 있었는데
진짜 수도 없이 싸우면서
독립하고 나서는 제가 교회 안다니는거 어느정도 포기하셔서
제가 생전 처음으로 결혼할 남자라고 대려온 남친 앞에서
이렇게 할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남자친구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교회 가는거 어려운거 아니니까 당분간 어머님 다니시는 교회에 같이 다녀보자고 하는데
저는
수십년간 싸우면서 겨우 탈출한 교회에 돌아갈순 없고 처음 교회 안갔을때도 연을 끊자 했었다가
지금은 다시 사이 회복됐으니 그냥 우리 부모님은 빼고
결혼 준비하자고 했습니다
남자친구는 아무리 그래도 부모님이 멀쩡히 살아계신데
어떻게 안계신것처럼 빼고 결혼을 준비하냐고
그런 상황을 본인 부모님한테 이해시킬 자신도 없다면서
그럼 일단 혼자만이라도 교회에 다녀보겠다고 하길래
남들이 볼땐 그냥 교회 좀 가는게 어때서 라고 생각할수도 있는데
나는 어렸을때부터 교회 문제 때문에
혼나고 용돈 끊기고 회초리로 맞고 집에서 쫒겨나고
등록금으로 협박당하고
거의 트라우마로 남겨져있어서
도저히 용납할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남자친구도 생각할게 많아졌는지
좀 더 천천히 다시 생각해보자고 했고
저는 그날 이후로 매일 엄마랑 싸우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습니다
부모님한테 결혼자금 지원을 바라는것도 아니고
그냥 웃는얼굴로 결혼을 허락해주기만 하면 되는건데
결혼을 무기삼아 종교 강요하는것도 정말 지긋지긋하고
제가 연을 끊겠다는데도
그럴순 없다면서 결혼은 천천히 다시 생각해보자는
남자친구한테도 솔직히 좀 많이 실망했습니다
물론 너무 좋은 사람이란것도 알고
다른사람들이 봤을때 남자친구 말이 맞을수도 있는데
누가 뭐라해도 내편이여야할 남자친구가
처음으로 남의편이 된 느낌이라
많이 섭섭하고 저도 결혼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꺼 같습니다
친구들한테 말해봐도 그냥 눈 딱 감고 교회 좀 다니라는데
정말 죽기보다 싫은걸 어떻게 해야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