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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아들의 수학 문제집

조용한파동 |2025.11.08 20:08
조회 219 |추천 0
고등학교 시절이 40대 후반인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데 그때 입만 열면 욕하던 친구들이 이젠 술을 마셔도 욕을 안 한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그때는 "X새끼", "X랄", "조X" 같은 말들이 그냥 일상이었는데, 이제는 다들 말이 참 곱다. 욕할 기운도 없어진 건가, 아니면 진짜 어른이 된 건가?


그 시절 내게는 두 가지가 참 부러웠다. 첫 번째는 에어조던을 신고 캘빈 클라인 로고를 휘날리며 여학생들 앞에서 멋지게 레이업 슛을 꽂아 넣는 친구들, 그리고 두 번째는 실력 정석을 푸는 친구들. 그 파란색 실력 정석 문제집은 당시에 '나는 공부 좀 한다'라는 상징이었다.


나는 그 문제집을 보며 "아, 내 한계는 여기까지구나" 하고 느꼈다. 특히, 본고사가 있던 시절이라, 서울대, 포항공대 본고사 문제를 풀던 애들은 마치 다른 차원의 존재들 같았다. 솔직히 그때나 지금이나 기본 정석의 연습문제까지만 이해해도 sky는 갈 수 있었는데, 실력 정석을 푸는 애들은 신의 영역이었다. 연습문제는 답지를 봐도 모르는 문제들도 많았다. 실력정석을 보면 나는 수포자는 아닌 수포자'가 되었다.

최근 중학생인 아이에게 고1 3월 모의고사 수학을 풀게 했는데, 1개 틀리더라. 무엇보다 수학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혹시 이 녀석도 실력 정석을 푸는 신의 영역에 들어가는 건가?' 하는 생각에 묘하게 기대가 생겼다. 고1 선행 후 처음 풀어본 3모에서 1개라...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아빠, 실력 정석 사야 돼"라고 말했다. 순간 가슴이 콩닥거렸다. "너 실력 정석 풀려고?" 하고 물으니, 아이가 말하길 "학원에서 사오래."

한 달 후, 난 다시 물었다. "실력 정석 어때? 풀만 해?" 기대를 담아 물었는데, 아이는 대답했다. "예제는 괜찮은데… 연습 문제는… 변태 같아서...“


순간 웃음이 나왔다. 내가 신처럼 느꼈던 문제를, 아이는 변태라고 느끼다니... 쫄지 않아서 좋은 걸까. 도전의식이 없는 걸까?

그래도 한 번 더 물어봤다. "그럼 왜 샀어?" 아이가 답했다. "학원에서 몇 문제 뽑아서 풀라고 해서."


이쯤 되니 궁금해졌다. 그래서 직접 실력 정석을 펼쳐봤다. 오랜만에 그 파란 표지의 문제집을 손에 들고 한 문제 풀어보려 했는데... 음... 역시나 모르겠다. 내가 그때 포기한 이유가 있었다. 실력 정석... 이 교재는 도대체 왜 이렇게 장수하면서 나를 기죽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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