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고민 끝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글 올립니다.
제가 20대 초반, 9년 전 쯤, 친아버지에게 성적인 피해를 당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얘기드리자면 제가 자고있을때 강제추행을 당했습니다. 삽입은 없었지만 그 직전까지 갔다고 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 날 바로 어머니께 모든걸 얘기하고,
그대로 부모님 집에서 뛰쳐나왔습니다.
그렇게 10년가까이 흘렀습니다.
그 당시에는 신고할 생각조차 못 했습니다.
어머니는 계속 아무한테도 얘기하면 안된다고 했고, 아빠가 실수한거니 용서하라고 했고,
일단 집에 들어와서 아빠랑 대화를 해보라고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신고는 하지 않고 혼자 견디며 버텨왔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머니는 제게 점점 더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하셨고, 저는 그때마다 어머니와 싸워야했습니다.
“너는 아직도 그러냐”, “이정도면 용서 못 하는 네가 문제다”,
“듣는 사람도 생각해라 나도 힘들다”,
심지어 “아빠가 불쌍하다”, "아빠를 벼랑끝으로 몰지마라" 라는 말까지요.
제 결혼식때조차 혼자 입장하고싶다 라는 제 의견은 무시됐고, 엄마의 강요로 아빠의 손을 잡고 입장해야만 했습니다.
최근에는 제가 동생에게 아빠를 ‘그 새끼’라고 했다는 말을 들은 엄마가
“아직도 아빠를 그렇게 새끼새끼 거린다면 난 너 보기 싫다” 라고까지 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동안 눌러놓고 살던 분노가 다시 폭발하듯 올라왔고 숨쉬기조차 힘들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내가 죽어야 끝나겠구나' 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불안장애. 우울증 약 복용, 성폭력 상담센터 상담도 병행하며 할 수 있는건 다 해본 것 같습니다.
신고도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제가 가장 사랑하는 할머니가 연세가 많으셔서, 그 소식을 듣고 급격하게 건강이 악화되실게 걱정이 되서 결정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어머니뿐 아니라 제가 털어놨던 모든 가족들 반응이 다 비슷합니다.
가족에게 기대는 건 이미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끊어내려고 합니다.
누구라도 저에게 "너는 잘못이 없다" 하고 안아줬으면 좋겠습니다.
더는 어떻게 버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제 삶을 지켜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