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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가 매주주말마다 '주방교육'받으라고 하세요

ㅇㅇ |2025.12.03 15:22
조회 29,765 |추천 3

시어머니가 곤조, 고집이 꽤 세신 편이고 본인 요리에 자부심이 엄청 강하세요.
예전에 김밥집 운영하셨다고, 사람들 줄 서서 먹었다고, 근처에서 제일 잘 나갔다고
만날 자랑을 하십니다.

근데 솔직히… 그게 지금 제 결혼생활이랑 그렇게까지 중요한가요?
식당 운영했던 게 대단한 일인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며느리 인생까지 '주방교육'으로 관리해야 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요.
그렇지 않나요?

결혼하고 나서부터 주말만 되면 시어머니가 저를 따로 부르세요.
주방교육 받아야 한다고, 며느리는 시댁 손맛을 이어가야 한다고요.
처음에는 그냥 도와드리는 줄 알았어요.
근데 몇 번 가보니까 이건 진짜 말 그대로 '교육'이더라구요.

칼 잡는 법부터 시작해서, 도마에 서는 발 간격,
김밥 말 때 김 끝에서 몇 cm 남기고 밥을 펴야 하는지,
국 끓일 때 고춧가루를 두 번에 나눠 넣으라고 하시고,
계란말이는 불 한 칸만 켜놓고 인내심으로 굴리라고 하시고…

저는 그냥 집에서 엄마한테 배운 대로
눈대중으로 간 보고, 맛 보면서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먹을만하면 된 거 아닌가요?
근데 시어머니 앞에만 서면 제가 평생 요리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처럼
다 틀린 사람 취급을 받는 느낌이에요.

문제는, 제 기준에서는 우리 엄마가 훨씬 요리도 잘하고 정리정돈도 잘하세요.
친정집 가면 반찬도 집밥 느낌에 다 맛있고, 상 차려놓으면 진짜 깔끔합니다.
싱크대도 항상 마른 상태고, 냉장고도 칸별로 완전 정리돼 있어요.

반대로 시어머니 집은 찬장 열어보면 플라스틱통이 제각각이고,
냉장고도 비닐봉지에 싸놓은 것들이 여기저기 쑤셔박혀 있고,
김치통도 진짜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통들…
근데 그런 집을 보면서도 시어머니는 본인 방식이 제일 맞다고 하세요.
장사까지 해봤으니까 자격이 있다고요.

솔직히 속으로는
'우리 엄마가 여기 와서 보면 깜짝 놀라실 텐데…' 이런 생각도 들어요.
이런 생각 드는 제가 너무 나쁜 건가요? 아닌가요?

신혼집도 문제예요.
신혼집이 시어머니랑 같은 아파트 단지라,
엘리베이터 한 번 내려가서 조금만 걸으면 시댁이에요.
내년 4월에 아기 태어나면 시어머니가 애를 봐주시겠다고 하셨어요.
저도 미용실에서 일하는 사람이라 그때부터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해서
겉으로는 '감사하다'고 했는데, 속으로는 걱정이 훨씬 큽니다.

주방에도 자꾸 간섭을 하세요.
신혼집에 놀러오시면 가장 먼저 하시는 게 냉장고 열어보는 거예요.
반찬통 위치, 조미료 위치, 수세미 놓는 자리까지
본인 기준대로 싹 다시 정리해놓고 가십니다.

다음날 요리하려고 보면 소금이 있던 자리에 설탕이 있고,
간장 찾으러 가면 식초가 있고…
진짜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주방은 제가 쓰는 공간인데, 그럼 제가 편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것도 제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걸까요?

한 번은 제 반찬을 시댁에 가져간 적이 있어요.
친정엄마가 해준 잡채랑 나물 몇 가지를 챙겨 갔는데,
입으로는 '맛있다' 하시면서,
한참 뒤에 저한테
'친정은 원래 좀 싱겁게 먹나보다'
'장은 어디 거 쓰니?'
이런 식으로 돌려서 물어보시더니 결국
자기 방식이 더 깊은 맛이 난다고 슬쩍 결론을 내리시더라구요.

그날 집에 와서 괜히 친정엄마한테 미안해졌어요.
내가 일부러 비교당하게 만든 건가 싶고…
근데 또 그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했어야 맞는지 모르겠더라구요.

미래를 상상하면 더 답답해집니다.
아기 태어나면 이유식도 시어머니 레시피대로 해야 할 것 같고,
간식도, 과자도, 심지어 물 온도까지 시어머니 방식이 기준이 될 것 같아요.

제가 인터넷 찾아보고 소아과에서 권장하는 레시피대로 이유식 만들면
'애 앞에서 그런 거 먹이지 마라'
'내가 키워봐서 아는데 이렇게 해야 한다'
이런 말 나올 것 같지 않나요?
벌써부터 귀에 들리는 것 같아요.

남편은 중간에서 늘 애매한 포지션입니다.
저한테는 '엄마 원래 좀 FM이라 그렇다, 그냥 적당히 맞춰 드려' 이러고,
정작 본인은 옆에서 폰만 만지고 있어요.
주방에서 두세 시간 서서 시어머니 말 듣는 건 저인데
남편 입으로는 한마디도 안 나옵니다.

가끔은 이런 생각까지 듭니다.
'내가 지금 미리 선을 안 그으면, 나중에 내가 우리 집 주방 주인 맞나?'
애 키울 때도 내가 엄마인지,
시어머니가 엄마고 나는 도우미인지 헷갈릴 것 같아요.
이런 걱정 하는 제가 너무 과한 건가요? 그렇지 않나요?

물론 시어머니가 애를 봐주신다고 하니까 감사한 건 맞아요.
그걸 모르는 건 아닌데,
그 대가로 제 주방, 제 육아 방식, 제 생활 패턴을 다 내줘야 한다면
이게 과연 좋은 거래인지 잘 모르겠어요.

저 같은 상황이면,
언니들은 그냥 '참고 넘어가면 된다'고 하실지,
아니면 지금부터라도 '이건 제 방식으로 하겠습니다'라고 선을 그어야 한다고 하실지
정말 궁금합니다.

제가 너무 예민해서 이러는 건지,
아니면 나중에 더 힘들어지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건지…
냉정하게 봤을 때 어느 쪽이 맞는 건가요? 아닌가요?

결시친 분들 의견 듣고 싶어서 긴 글 써봤어요ㅠㅠ
답변부탁드려요...

추천수3
반대수110
베플ㅇㅇ|2025.12.03 17:01
ㅂㅅ이 아닌 이상 저걸 왜 '교육' 받고 있고...하나도 안 막아주는 남편이랑 애를 낳을 생각을 하고 있고....저런 시모한테 애를 맡길 생각을 하고 있네......
베플ㅇㅇ|2025.12.03 17:46
용케 애 낳을 생각했다. 나는 주말 첫날 남편 쥐잡듯 잡고 혼인신고도 안 했겠다 탈주했을듯.
베플ㅇㅇ|2025.12.03 17:27
시엄마 제자나 직원으로 들어간 게 아닌데 교육을 왜 받고 그 맛을 왜 이어가요. 어이없네.
베플ㅇㅇ|2025.12.04 00:24
하녀로 취직함? 그딴걸 왜 듣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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