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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흔적. 2

누렁이 |2006.11.16 16:10
조회 35 |추천 0

사랑의 흔적. 2

최상호

그러니까
정말 까마득히 너를 잊고 있었다지만
사실은 너를 간직하고 있었음을
나는 몰랐다
한때 내가 다녔던 교회 주일학교의
그 해맑은 아이를 몹시 예뻐했는데
그 얼굴이 바로 너였던 줄을
나는 깨닫지 못했다
오랫동안 나가던 시 모임에서
한 초등학교 여선생의 어떤 모습
스쳐지나가는 어느 순간의 웃음소리를
참 좋아했는데
그게 바로 너의 웃음인 줄을
나는 정말 모르고 지냈다
토요일 밤 우연히
'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라는
영화를 보다가 여주인공이 좋아서
거기 흠뻑 빠져서 애가 달아
'비포 선셋(Before sunet)'이라는 후속편까지
허겁지겁 빌려 밤 늦게까지 보다가
가슴이 타서
당신 참 ! 나이 생각 좀 해욧!
이런 소리를 들어가며 주책을 부리다가
그제사 깨달았다
아, 내 마음속에 그토록 오래 자리잡고 앉은
사랑의 흔적
썩지도 않고 남아 있는
젊은 날의 폐선(廢船) 하나가
아름다운 산호, 푸른 해초를
뱃전 그득히 기르며
때로 심해의 물살 일렁일 적마다
자기 그림자를 조금씩 보여주고 있었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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