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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그 못다 한 이야기 - 수도권매립지는 대한민국의 완벽한 축소판이다-

강아지멍멍... |2026.01.15 11:13
조회 218 |추천 0

서문

 

“이 쓰레기야!”

시청자에게 미운털이 박힌 드라마 속 ‘막장 인물’에게 누군가 저런 대사를 날린다. 그렇다, “쓰레기”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렇듯 부정적이기만 하다.

 

2002년 야근을 하던 어느 여름밤, 1매립장 상부에 횃불처럼 타오르던 가스 소각장치가 저녁노을과 어울려 너무도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었다. 햇병아리 같던 그 시절 사회초년생들은 언젠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일터인 쓰레기장을 사랑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스스로를“수매사모”(수도권매립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정말 오글거린다;;)라 불렀다. ‘찍찍이’라 부르던 파리 끈끈이로도 그 엄청난 공격을 당할 길이 없어 일회용 장갑에 물을 넣어(효능에 대해서는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가 있는지 모르겠다.) 구내식당에 몰려드는 파리 떼를 유인하거나 쫓아내던 시절이었다. 즐거워야 할 오찬을 파리와 함께 나누고 싶지 않아 후다닥 점심식사를 하던 버릇이 아직도 남아있는 건지, 지금도 직원들의 구내식당 식사 속도는 우사인 볼트급이다.

 

그간 강산이 바뀌는 시간이 넘쳐흘렀다. OECD의 환경성과보고서에서 세계가 따라야 할 모범이라고 칭찬도 받았다. 주한 대사님 네 분이 한꺼번에 공사를 방문하면서 무슨 국제행사가 열리는 양 태극기와 자국 깃발을 양쪽에 매단 차량 넉 대가 줄줄이 들어오는 구경도 했고, 그러다 2015년에는 아시안게임이라는 진짜 국제행사도 열렸다. 그러나 “쓰레기장” “수도권매립지”를 바라보는 대중의 차가운 시선은 초지일관 변하지 않은 듯싶다.

 

차가운 시선을 받아온, 바다를 메꿔 만들어진 수도권매립지는 바다를 닮았다. 

자식의 허물을 보듬어 안는 어머니의 마음을 닮았다. 우리가 신나게 단물만 빨아먹고 더럽다며 두 손가락 끝자락으로 잡아다 매정하게 내다버린 쓰레기를 보듬어 안는다. 그러나 우리 동네에 있는 수도권매립지는 부끄럽고 숨겨야 하는 존재다. 


악취와 환경오염의 주범은 수도권매립지가 아니다. 쓰레기를 내다 버리는 우리의 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깊은 성찰에서 비롯된 반성과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지루한 노력보다는, 눈을 감은 채 몰입하는 “마녀재판”과 누군가를 향해 돌을 던지는 쉬운 선택의 유혹에 빠진다. 분쟁과 미움의 대상이 되는 것을 즐기는 자가 세상 어디에 있으랴마는, 세상은 끊임없이 분쟁과 미움 받을 대상을 기어이 찾아낸다. 1992년 처음 문을 열고 마라톤 여정을 이어오는 동안 강대국들 틈에 낀 대한민국처럼 이리 저리 눈치 보며 수많은 의사결정 속에서 무기력해진 수도권매립지를 보아왔다.

 

혹자는 우리가‘Post Truth’의 시대를 살고 있다 말한다. 오늘날 우리는 진실 또는 사실을 중시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허나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점령군 파리 떼로부터 수도권매립지를 탈환하고 지켜내기 까지 묵묵히 현장에서 땀 흘려온 많은 이가 있다는 사실 혹은 진실이다.

 

그래서 지금 진심으로 묻고 싶다. 언제까지 “수도권매립지”를 부끄러워 할 것인지...그러지 말고 ‘그린 듯 아름다운 날개’를 달아주는 것은 어떨지? 수도권매립지가 자원순환에너지 클러스터로 활짝 날아오를 때, 그 등을 타고 함께 내다보는 너른 세상은 이기심이라는 어둡고 좁은 우물 안을 벗어난 아름다운 곳일지도 모른다.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수도권매립지를 사랑해 본 사람이라면 그러한 세상을 마음껏 살고픈 꿈이 있을 것이다. 한 번이라도 수도권매립지를 진정 미워한 이라면 그 세상이 어떨지 궁금하지는 않을까?

 

“수도권매립지에 날개를 달아주는 일”은 어느 한 개인, 집단이나 기관, 지역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 어마무시하게 많은 어려움이 얼기설기 엮어있는 일이라고 들었다. 그러나 남의 일로 치부하고 서로 미루다 보면 “스스로의 손으로 지켜내야 하는 환경”은 또 다른 파리 떼에게 점령당할지도 모른다.

 

세상은 결코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에릭 홉스봄). 나는 보잘 것 없으나 우리는 강하며, 우리가 함께 할 때 세상이 깜짝 놀랄 일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것이 수도권매립지다.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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