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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인도하심(Nudge).

phantom |2026.02.12 05:46
조회 36 |추천 0

 

하나님의 인도하심(Nudge).

먼저 파라샤 이트로(יִתְרוֹ)에는 아쎄레트 하디브로트(עשרת הדיברות), 즉 "열 가지 말씀"과 일반 원칙이 있었습니다. 이제 미쉬파팀(מִּשְׁפָּטִים)에는 세부 사항이 나옵니다. 그 시작은 다음과 같습니다.

“히브리 종을 사면, 그는 여섯 해 동안 너를 섬겨야 한다. 그러나 일곱째 해에는 아무 대가 없이 자유롭게 놓아 주어야 한다. ... 그러나 그 종이 '나는 주인과 아내와 자녀를 사랑하여 자유롭게 놓아 주기를 원하지 않습니다'라고 선언하면, 주인은 그를 재판관들 앞에 데려가야 한다. 그를 문이나 문설주에 데려가 송곳으로 그의 귀를 뚫어야 한다. 그러면 그는 평생 종으로 섬겨야 한다.” (출애굽기 21:2-6)

당연히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왜 여기서 시작할까요? 토라에는 613개의 계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최초의 법전인 미쉬파팀은 여기서 시작하는 걸까요?

답은 마찬가지로 명확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을 견뎌냈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알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하나님께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의도하셨습니다. 수 세기 전에 하나님께서는 이미 아브라함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해가 질 무렵 아브람은 깊은 잠에 빠졌고, 짙고 무서운 어둠이 그를 덮었다. 그때 여호와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네 자손이 사백 년 동안 타국에서 나그네로 살며 노예 생활을 하고 학대받을 것을 분명히 알라."’ ( 창세기 15:12-13 )

이스라엘 민족에게 있어서 이것은 필수적인 첫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인류 역사의 시작부터 자유의 하나님은 자유로운 인간의 자유로운 예배를 바라셨지만, 아담과 하와, 가인, 대홍수 시대 사람들, 그리고 바벨탑을 쌓은 자들까지 차례로 그 자유를 남용했습니다.

하나님은 다시 시작하셨습니다. 이번에는 모든 인류가 아니라, 한 남자와 한 여자, 한 가족, 그들이 자유의 선구자가 될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유는 어렵습니다. 우리는 각자 자신을 위해 자유를 갈망하지만, 다른 사람의 자유가 우리의 자유와 충돌할 때는 그들에게 자유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아브라함의 자손 세대 중 그의 형들이 요셉을 노예로 팔아넘기려 했다는 사실에서 드러납니다. 이 비극은 유다가 동생 베냐민이 자유를 얻을 수 있도록 자신의 자유를 포기할 때까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형제자매를 노예로 삼지 않는 민족으로, 자유 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민족으로 거듭나게 된 것은 그들의 집단적인 경험, 즉 노예 생활이라는 깊고, 가깝게, 개인적이며, 고되고, 쓰라린 경험, 그것을 결코 잊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던 그 기억 덕분이었습니다. 그들은 바로 그 경험을 통해 형제자매를 노예로 삼지 않는 민족으로, 인간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업적인 자유 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민족으로 거듭나게 되었던 것 입니다.

그러므로 시내산 이후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주신 첫 번째 율법이 노예제도에 관한 것이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만약 다른 것에 관한 것이었다면 오히려 놀라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진짜 질문이 생깁니다. 만약 하나님께서 노예제도를 원하지 않으시고, 인간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것으로 여기셨다면, 왜 즉시 폐지하지 않으셨을까요? 왜 제한적이고 규제된 방식이긴 하지만 노예제도가 지속되도록 허용하셨을까요? 바위에서 물을 내고, 하늘에서 만나를 내리고, 바다를 마른 땅으로 바꾸실 수 있는 하나님께서 인간의 행동을 바꾸지 못하신다는 것이 가능할까요?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어찌할 바를 모르시는 영역이 있는 것일까요?

2008년 경제학자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와 법학 교수 캐스 선스타인(Cass Sunstein)은 『넛지(Nudge)』라는 흥미로운 책을 출간했습니다. 이 책에서 그들은 자유의 논리에 내재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자유는 한편으로 과도한 입법을 하지 않는 데 달려 있습니다. 즉,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면에, 우리는 사람들이 항상 올바른 선택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고전 경제학의 근간이었던, 사람들이 스스로 합리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는 기존 모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비합리적입니다, 이는 여러 유대인 학자들이 밝혀낸 중요한 발견입니다.

심리학자 솔로몬 애쉬(Solomon Asch)와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은 다른 사람들이 틀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순응하려는 욕구에 우리가 얼마나 큰 영향을 받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스라엘 경제학자 다니엘 카네만(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는 경제적 결정을 내릴 때조차 그 효과를 잘못 계산하고 자신의 동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카네만(Kahneman)은 이 연구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자유를 빼앗지 않고 해로운 행동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탈러와 선스타인은 간접적인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답합니다. 예를 들어 구내식당에서 건강에 좋은 음식은 눈높이에 두고, 정크푸드는 접근하기 어렵고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놓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의 "선택 구조"를 미묘하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노예제도에 대해 하시는 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하나님은 노예제도를 완전히 폐지하지 않으시지만, 그 범위를 제한하셔서, 수 세기가 지난 후, 비로소 사람들이 스스로 노예제도를 버리게 될 과정을 시작하게 하십니다.

히브리 노예는 6년 후 자유를 얻습니다. 만약 노예가 자신의 처지에 너무 익숙해져서 자유를 원하지 않는다면, 귀를 뚫는 낙인 의식을 강제로 치러야 하는데, 이는 이후에도 수치의 표시로 남습니다. 매주 안식일에는 노예에게 강제 노동을 시킬 수 없습니다. 이러한 모든 규정들은 노예 제도를 평생의 운명에서 일시적인 상태로 바꾸고, 인간사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라기보다는 굴욕적인 상태로 인식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왜 이런 방식을 택했을까요? 사람들이 진정으로 자유로워지려면 노예제도를 폐지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혁명 이후의 공포 정치는 루소(Rousseau)가 『사회 계약론(The Social Contract)』에서 필요하다면 사람들을 강제로 해방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모순된 주장이며, 존 로저스 탈몬(J. L. Talmon)의 프랑스 혁명 사상에 대한 위대한 저서 제목처럼 전체주의적 민주주의(totalitarian democracy)로 이어졌습니다.

마이모니데스(Maimonides)는 하나님께서 자연을 바꿀 수는 있지만, 인간 본성은 바꿀 수 없거나 바꾸지 않기로 선택했다고 말했습니다. 유대교가 인간의 자유라는 원칙 위에 세워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하나님은 하룻밤 사이에 노예 제도를 폐지할 수는 없었지만, 우리의 선택 구조를 바꿀 수는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노예 제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되, 우리가 스스로의 시대에, 우리 자신의 이해를 통해 그것을 폐지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주신 것입니다. 실제로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고, 미국에서는 남북 전쟁까지 겪었지만, 결국 폐지는 이루어졌습니다.

어떤 문제들에 대해서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힌트를 주시지만, 그 나머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By Rabbi Lord Jonathan Sacks

※ 넛지(Nudge): 2017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시카고 대학교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와 법률가 캐스 선스타인의 공동저서로, 원래 뜻은 '(특히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이다. 경제학적 의미로는 '부드러운 개입'을 뜻한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시 넛지의 공동저자인 '캐스 선스타인'을 금융, 환경 등 각종 규제를 총괄하는 직책으로 중용하여 미국의 공공 정책에 넛지 이론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도 했다.

▶글 전체 목차는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jewishlearning/224166688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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