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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의 이혼을 듣고 과거의 트라우마가 덮쳐옵니다.

조그만장어... |2026.02.13 15:33
조회 88 |추천 0
저에게는 2살 터울의 여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희 남매는 부모 없이 자랐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버림받았습니다.

저희가 어렸을 적,
엄마는 저희 남매를 매몰차게 버리고 집을 나갔습니다.
가지 말라고 울고불며 매달리던
그 겨울밤의 차가운 공기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버지는 혼자 어떻게든 부모 노릇을 해보려 노력하셨지만,
불행히도 몇 년 뒤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졸지에 고아가 된 저희를 조부모님이 거둬주셨고,
안타깝게 여긴 삼촌들과 고모들의 지원 덕분에
아주 풍족하진 않아도 모자라지도 않게
무사히 어른으로 자랐습니다.
그렇게 각자 취직도 하고,
결혼도 하며 평범하게 잘 살아가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매제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가끔 술 한잔하는 사이라 그날도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이는데, 매제가 어렵게 입을 떼더군요.
"형님, 저 이혼하려고요. 제 마음은 이미 굳혔습니다."
형님인 제게 미리 말씀드리는 게 도리인 것 같아 불렀다며
털어놓는 이야기는, 참으로 충격적이었습니다.

매제가 말하는 여동생의 모습은
예민함, 남 탓, 책임 회피, 극단적인 이기주의 그 자체였습니다.
특히 '수동 공격성'이라고 하죠?
본인 기분이 나쁘면 대화로 푸는 게 아니라
일단 입을 닫아버리고, 모든 일에 비협조적으로 나오며
일부러 일을 지연시켜 상대를 피 말리게 하거나
불편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집에 갈때마다 숨이 막힌다고요.

보통 제3자에게 부부 싸움이나 뒷담화를 들을 때는
"그건 네 입장이고,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지" 하며
어느 정도 걸러 듣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제 친동생 이야기인데도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니들만 없었으면

매제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옛날 저희를 버리고 떠났던 그 여자의 모습이
여동생에게서 소름 돋을 정도로 똑같이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때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하게 남아있는 저로서는,
이야기를 듣는 내내 등골이 오싹해졌습니다.

그저 "자식이 없어서 불행 중 다행이다,
둘이서 잘 얘기해서 정리해라"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고
돌아왔지만, 그날 밤부터 지금까지
기분이 참 암담하고 무겁습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사과는 사과나무 근처에서만 떨어진다'는 옛말들이 틀린 게 하나 없나 봅니다.
결국 핏줄이라는 게, 그 끔찍했던 유전자가
나 역시 그런건 아닐까 이렇게 대물림되는 건가 싶어
참으로 두렵고 씁쓸한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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