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2021년 5월 23일
밤 8시 50분경,
그날 제 삶이 그 자리에서 멈춰버렸더라면 지금 이 순간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이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됐을까요.
늘 제 일로 노심초사하시던 어머니가 그날 밤 이유 모를 불안감에 매장 앞으로 오지 않으셨다면, 저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 회사는 정말 제가 사망하거나 크게 다쳤어야 괴롭힘을 인정했을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30년 가까이 된 헬스케어 가전 업계의 한 중견기업 직영 체험매장에서 카페 매니저로 근무하며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해고를 겪은 피해당사자입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상사였던 점장의 괴롭힘과 갑질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범죄에 가까운 직장 내 괴롭힘 자체도 분명한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사람을 중요시한다’고 말해온
이 회사가
자신들의 운영 꼼수를 감추기 위해 오히려 회사 뜻에 따라 열심히 근무하고 있었던 저를 해고 대상으로 삼고,
계획적으로 문제 직원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제가 제 발로 나가지 않자 회사는 노골적인 괴롭힘을 이어갔고,
저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할 정도로 벼랑 끝까지 내몰렸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저는 마지막으로 인사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것은 보호가 아니라 그날 즉시 저를 퇴출시켜 사건을 덮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의 과정은 더 참담했습니다.
노동청, 노동위원회, 경찰, 언론, 국민신문고에 이르기까지 국가기관 절차 안에서조차
회사는 자신들의 문제를 감추기 위해 진실을 왜곡했고, 그 과정에서 제 고통까지 지워버렸습니다.
결국 남은 것은 회사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자체 조사하게 되어 있는 시스템 속에서 나온 ‘불인정’과, 근로감독관의 말처럼 법의 한계 앞에서 이미 결과를 예상했기 때문에 사건이 해결되어서가 아니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선택한 ‘직접 취하’라는 결과뿐이었고,
회사는 그 결과 뒤에 숨어 지금까지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일은 저 하나로 끝난 일이 아니었습니다.
제 동료들 역시 제가 괴롭힘과 부당해고를 당하는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고,
회사가 누구도 보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같은 일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당시에 이곳에 도움을 청한 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고,
결국 동료들 역시 보호받지 못한 채 하나둘 자진퇴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퇴사자가 많기로 유명한 다른 매장에서는 경찰차가 출동한 적도 있으며,
회사의 보호를 받지 못한 직원이 결국 점장의 차량을 들이받고 다음날 사표를 내고 자진퇴사한 일도 있었습니다.
재작년에도 또 다른 피해자가 점장의 괴롭힘 속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해 응급실에 실려 갔다는 언론 기사가 보도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회사는 피해자의 고통과 안위를 먼저 보지 않았습니다.
점장에게 2개월 감봉이라는 형식적인 조치만 내렸다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이 일자 뒤늦게 수습했을 뿐,
피해 직원들이 매장 안팎에서 죽을 뻔한 비극적인 사건을 두고 “일련의 잡음”으로 치부하며 “성장통”이라는 말로 포장했습니다.
대통령상 표창과 각종 수상, 기부, 협찬 등 화려한 연혁과 성과, 국내외 2천여 개 매장의 확장을 내세우며 대외적으로는 좋은 기업인 것처럼 성장해왔지만 정작 그 이면에서는 같은 방식의 피해가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저를 매장 밖으로 내던지게 만들고 모두가 자진퇴사 할 정도로 매장을 지옥으로 만든
점장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해외 발령을 받아 지금도 유일하게 회사에 남아 있습니다.
겉으로는 사람을 중요시 한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실제로는 점장만 사람 취급하고 매니저 직군들은 소모하고 버리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회사였습니다.
수면 위로 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 피해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미 회사에 예고한 대로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한 공익적인 목적에서 이 사건을 공론화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저는 최근에 부당해고와 직장 내 괴롭힘을 입증할 1500페이지가 넘는 자료를 회사에 전달하며 사과와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지금까지도 국가기관의 결과 뒤에 숨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저는 제가 직접 겪은 일과
회사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덮고 책임을 회피해왔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 회사가 한 사람과 그 가족의 삶을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뜨렸는지를
사실과 증거를 바탕으로 하나씩 공개하겠습니다.
이 글은 단순히 저 한 명의 피해 호소를 위한 글이 아닙니다.
서로가 버팀목이 되어 지옥 같은 매장 속에서 하루하루 버텨왔지만,
결국 인사조차 제대로 나누지 못한 채 뿔뿔이 흩어진 두 명의 동료들..
그때 해고가 예정되어 있는 줄도 모르고 인사팀에 도움을 청하면 될 줄 알고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말했던 것이 너무도 미안해서 지금도 동료들 생각에 눈물이 납니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간까지 무너지고 일어서길 반복하며 이렇게 용기를 냈습니다.
제가 겪은 일을 통해
소중한 목숨과 청춘이 아무렇게나 도로에 내던져지는 일이 없기를,
누군가는 이 회사를 선택하기 전에 실체를 알고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기를,
그리고 이미 피해를 겪고도 피눈물 흘리고 돌아섰을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와 용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음 글부터는 입사부터 해고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사실과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차례로 공개하겠습니다.
부디 이 과정을 끝까지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