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커플은, 옛날부터 결혼식 때 노래를 직접 듀엣으로 부르기로 해서 축가 불러줄 사람은 따로 섭외할 필요가 없다 생각했는데, 저희 친인척 중에 악기를 다루는 사람이 두 명 있어서, 그들이 우리 결혼식 때 연주를 하고싶어 하더라구요.
한명은 색소폰을 배우신 제 예비 시아버지.
한명은 플룻을 배운 제 사촌동생......
하지만 저희 커플이 하는 예식장은, 계약할때부터 축가는 1곡, 또는 1절씩 2곡 이라고 제한되어 있어요.
근데 우리 결혼 날짜 정하자마자, 축가 순서에 본인 악기실력을 뽐내고 싶어하는 사람이 둘이나 나오니까 난감해요. 어떻게 좋게 거절할지도 모르겠구요.
저희는 이런 생각도 해봤어요. 식전연주로 사촌동생의 플룻을 하고(이건 예식 시간제한에 들지 않는다고 알고 있음),
양가 부모님께 인사 후 마지막 행진 때 시아버지께 색소폰 연주를 시키면 되겠다, 라고.
시아버지께는 예랑이가 얘기하도록 맡겨두고, 저는 삼촌(사촌동생의 아빠)에게 사촌동생 연주를 식전연주로 우리 결혼식의 시작을 열어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쳤는데, 저희 친가쪽 식구들이 다들 왜 그렇게 해야 되냐는 반응이더라구요? 식전연주라는 건 생각지도 않았고, 당연히 본 축가공연으로 하는거라는 듯한 반응인데......
시아버지 쪽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시아버지도 같은 반응이면 곤란하네요. 우리 커플이 가수 뺨치게 노래를 잘 하는 건 아니지만, 예전부터 우리 결혼식에 우리가 직접 노래하고 싶었고, 그게 또 의미있는 추억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중간에 삑사리가 나서 웃음바다가 되더라도 말이죠. 하지만 계약이라는 현실적 문제 때문에 친인척들에게 양보만 생각하다보면 우리가 이렇게 하고싶었던 걸 못해야 하는 상황인거예요. 저희와 비슷한 경험 있으신 분들의 조언 바랍니다.
+제 글이 하루만에 이렇게 화젯거리가 되어 있네요. 몇몇 성의있게 댓글 써주신 분들 말에 따라, 시아버지와 사촌의 악기연주는 거절할 겁니다.
하지만......많은 분들의 댓글을 읽으면서 의외의 충격을 받았어요.
저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신랑신부가 직접 노래하는 것까지 부정적으로 말할 줄은 또 몰랐어요. 반대수가 일방적이고...
입장 바꿔 생각해보라고 말하신다면, 저는 한 번도 신랑 신부가 노래부르는 게 보기 싫었던 적 없습니다.
오히려 실수해도 결혼식의 주인공이고, 또 제 지인이니까 귀여워보이기까지 했어요.
결혼식의 주인공들이 그러는 게 싫을 정도면, 신랑 신부 지인이 노래하는 건 더 싫을 수도 있겠네요? 오히려 그게 더 흔한데도......하객들에겐 그 지인이 더 모르는 사람이니까......
사람들 정말 나랑 생각이 다른 게 많구나......
주례는 많은 사람들이 싫어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뿐만 아니라 직접축가도 오글거려서 싫다, 악기 연주도 싫다, 이벤트도 유치해서 싫다......
이런것까지 하나하나 다 신경쓰다간 부자와 당나귀 꼴 나겠다는 깨달음을 얻고 갑니다.